[2017 SK 프리뷰 1] ‘명예회복’ 최정, 전설행 기차에 올라탄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15 13: 21

2015년 겨울의 최정(30·SK)은 시무룩했다. 얼굴에는 그늘이 있었다. 성적에 대한 비난, 스스로에 대한 불만,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몸 상태에 대한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녹아있었다. 그러나 2016년 겨울의 최정은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최정은 “몸 상태는 좋다. 아픈 곳은 없다”고 웃음꽃을 피운다.
사실 1년 사이 달라진 것은 많지 않다. 기술적으로 특별히 손을 본 것은 아니다. 팀 내 위상도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었다. 바로 ‘건강’이었다. 온몸에 부상을 달고 살았던 최정은 2014년 82경기, 2015년 81경기 출전에 그쳤다. 아무리 비율 성적이 좋아도, 2년을 합쳐 무려 125경기에 빠졌다. 운동선수로서는 실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41경기에 뛰며 건재를 과시했다.
역설적으로 2년의 시련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더 이상 예전의 몸이 아니라는 것,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운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과거에 집착하지는 않았다. 현실에 순응하며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 최정은 “부상으로 몸에 변화가 많았다. 수비 밸런스도 예전만큼 나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바뀌면 바뀌는 대로 맞춰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2016년은 그 방법을 찾은 시기였고 터널에서도 탈출했다.

건강한 최정은 역시 리그 최고의 3루수였다. 타율(.288)이 조금 떨어져 애를 먹기도 했지만 141경기에서 40발의 대포를 날려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다. 106득점, 106타점, 장타율 0.580, 딱 100개의 사사구 또한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지난해 말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3루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완벽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지금도 크게 아픈 곳이 없다. 1월 초 괌으로 개인훈련을 떠나는 최정의 얼굴에는 불안감보다는 희망이 엿보였다.
다만 욕심은 내지 않는다. 순리대로 가겠다는 생각이다. 최정은 “사실 첫 목표는 30홈런이었다. 40홈런은 보너스와 마찬가지다. 안 아프고 꾸준하게 출장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라면서 “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주위의 시선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되도록 부담 없이 야구를 하려고 한다. 사람들이 기대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부담이 되더라. 일단 내 임무에만 충실히 잘 하는 것이 목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부상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최정이다. 이 전과가 이어진다면 기량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부침은 있어도 끝나보면 납득할 만한 성적을 내줄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량이 만개할 시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제 만 30세가 된 최정은 서서히 전설행 기차에 탑승할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KBO 리그 역대 최고 3루수행 열차가 그것이다.
최정은 현재 역대 3루수 부문에서 홈런 3위(225개), 타점 5위(798개), 도루 6위(125개), 안타 7위(1258개), 득점 5위(742점), OPS(출루율+장타율) 4위에 올라있다. 현재 3루수 부문 상위권에서 최정보다 더 어린 나이의 선수는 없다. 최근 선수들의 수명이 길어지는 추세라 건강한 최정이라면 역대 3루수 부문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은 그 시작점이 될 것이다. 팀 성적이 따라온다면 금상첨화다.
2017년 프리뷰
최정은 2016년을 돌아보며 가장 아쉬웠던 것으로 ‘팀 성적’을 뽑았다. 어느덧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할 정도의 베테랑이 됐음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전력 보강 요소가 많지 않은 SK라 기존 선수들의 분발이 더 중요하고, 최정도 이런 명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떨어졌던 타율을 좀 더 끌어올리며 기복을 줄일 필요가 있다. 최정도 3할 복귀에 대한 욕심을 굳이 숨기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장타력과 좀 더 높아진 타율, 여기에 건강 유지. 이 정도면 ‘리그 최고’의 타이틀을 품에서 지키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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