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스타]‘더 킹’ 류준열, ‘친구’ 장동건 또는 유오성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7.01.18 07: 39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영화 ‘더 킹’(한재림 감독, NEW 배급)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기 전까지만 해도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30대와 40대를 각각 대표하는 미남배우 조인성과 정우성의 대결이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나자 그에 못지않게 류준열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에게선 한국 누아르 혹은 조폭영화의 한 획을 그은 ‘친구’(곽경택 감독)의 장동건 혹은 유오성이 엿보인다. 개성과 연기력을 앞세운 충무로의 샛별의 탄생을 예고한다는 의미다.
‘더 킹’은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을 꿈꾸는 부장검사 한강식(정우성)과 찢어지게 가난한 전남 목포 출신의 신입검사 박태수(조인성)가 이끈다. 강식은 겉으론 대한민국의 정의를 이끄는 스타검사지만 사실은 철저하게 권력에 따라붙거나 그것의 형성에 관여함으로써 자신이 진정한 왕국의 리더가 되고자 발악하는 인물.

태수 역시 ‘자리’가 가진 힘에 이끌려 검사가 됐으나 처음엔 사명감에 불타 법질서와 정의를 추구하다 강식의 부름을 받고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화려한 삶을 사는 ‘실세’의 출세에 이끌려 타락검사가 된다.
태수는 철저하게 강식의 삶을 배워가다 못해 오히려 그보다 더 폭주하는 길을 택한다. 강식은 목포의 폭력조직 들개파의 보스 김응수(김의성)를 도와주고 그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뒤치다꺼리를 시켜왔다.
들개파의 2인자 최두일(류준열)이 태수에게 손을 내민다. 강식과 응수는 철저한 이해관계지만 태수와 두일은 파란만장한 고교시절을 함께 보낸 죽마고우 사이. 태수는 주제를 넘어선 과욕으로 강남을 접수하고 응수를 배신한 두일의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결국 그와 함께 파국으로 내몰린다.
류준열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운빨로맨스’ 등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사실 그는 ‘급한 사람들’ ‘손나래 구출작전’ ‘미드나잇 썬’ 등의 독립영화에서 착실하게 실력을 다진 ‘준비된 배우’다. 조인성과 정우성이라는 스타 중의 스타는 물론 김아중과 연기파 김의성 배성우 등까지 초호화진용 속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존재감을 뽐내는 이유가 있었다.
고교시절 태수가 주간반의 ‘짱’이었다면 두일은 야간반의 ‘짱’으로 당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각각 검사와 조폭이 돼 만난 두 친구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서로 강하다고 말다툼을 벌이다 모래밭으로 달려가 우열을 가리는 과정에서 우정을 확인하고, 향후 끈끈한 동지애로 뭉칠 것을 다짐한다.
‘넘버3’에서 조폭 2인자 태주(한석규)가 자신을 업신여기는 검사 마동팔(최민식)과 ‘계급장’ 떼고 ‘진검승부’를 벌이던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두일, 아니 류준열은 ‘친구’의 장동건 아니면 유오성의 느낌이 더 강하다.
일단 곽 감독의 철저한 트레이닝에 의해 비교적 부산사투리를 그럴 듯하게 구사한 장동건과 유오성에 비교할 때 류준열의 전라도사투리는 다소 어색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그의 그간의 노력과 현재의 캐릭터 표현력을 폄하할 순 없다. 목소리가 가진 진정성이 주는 현실감은 절로 캐릭터에 빠져들게 만든다. 영화와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최면술은 관객이 픽션을 논픽션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그의 외모에 어울리는 악역은 조폭이나 소시오패스보단 사이코패스다. ‘아메리칸 사이코’의 크리스찬 베일이나 ‘별에서 온 그대’의 박해진이 아니라 ‘유주얼 서스펙트’의 케빈 스페이시나 더 나아가 ‘13일의 금요일’의 주인공 제이슨에 더 가깝다.
결국 그가 이 핸디캡을 극복하는 길은 목소리 톤과 얼굴 표정이었다. 억지로 강하게 표현하기보다는 뭔가 내면에 갖추고 있을 법한 욕망과 잔인함(장동건의 동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미와 의리(유오성의 준석)를 동시에 갖춘 인물로 그려내고자 하는 노력이 강하게 빛난다.
동수는 고교시절부터 준석과 우정을 나누면서도 그에게 밀린 ‘만년 2인자’라는 콤플렉스에 속앓이를 해온 인물이다. 졸업 후 둘 다 동시에 폭력조직에 가입한 뒤 그 빼앗긴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우정을 버리고 과욕을 선택한다.
준석은 항상 우정이 먼저였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조폭의 피를 주체하지 못해 똑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었지만 ‘범생이’건 경쟁자건 친구는 끝까지 친구였다. 그러다 동수가 끝끝내 자신의 손을 잡지 않고 외면하자 조폭의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마지막 내린 결론은 속죄였다. 물론 그 근거는 자신이 죽인 동수는 물론 남은 두 친구에 대한 우정이었다.
잘나가는 TV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장동건은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조연도 아닌, ‘조조조연’ 출연을 자청한 바 있다. ‘친구’로 그는 비로소 영화배우가 됐다. 유오성은 ‘친구’ 이전까진 ‘비제도권 배우’였다. ‘친구’로서 비로소 스타덤에 오르고 안방극장에도 당당하게 ‘갑’으로서 입성했다.
류준열은 그런 동수와 준석을 모두 포함한 두일이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고 향후 장동건과 유오성의 성공가도가 엿보인다. 끝까지 친구의 그림자가 돼 그를 보호하겠다는 의리와 그를 등에 업고 출세의 끝까지 가보자는 천박한 건달의 욕망을 불태우다 탈선해 만신창이가 되자 복수와 이해 사이에서 갈등한다. 준석이 ‘식구’냐, 친구냐로 헷갈렸듯이.
물론 류준열에게서 섣불리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이나 진구를 기대하는 것은 설레발이다. 그러나 그는 ‘더 킹’에서 확실히 그동안 대중이 몰랐던 자신의 존재감은 물론 실력과 가능성을 띄우기에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 게다가 조인성과 정우성의 틈바구니에서 돌출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을 죽이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진구도 제도권에 진입하는 데 한참 걸렸고, ‘태양의 후예’로 비로소 만족할 만한 스타덤의 자리를 배정받았다.
‘더 킹’의 구도는 정우성 Vs 조인성이다. 한때의 동지가 등을 돌린 적이 되는 게 ‘친구’의 동수와 준석의 관계와 비슷하지만 이 영화가 더 큰 스케일로 보다 더 다양한 재미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건 현 시국의 풍자와 기시감이라는 요소와 더불어 두일의 마지막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류준열을 선택한 감독과, 두일에 ‘올 인’한 류준열은 무조건 옳았다. 두일의 마지막 역할에서 관객들은 ‘친구외전’을 볼 것이다./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사진> '더 킹'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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