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최우선’ 프로농구 올스타전에 바란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1.20 07: 20

프로선수라면 팬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2016-17 KBL 올스타전이 21일부터 22일까지 양일에 걸쳐 최초로 부산에서 개최된다. KBL은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팬들의 흥미를 돋우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KBL 올스타전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다. 일본 B리그 역시 지난 15일 첫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역사가 20년 된 KBL도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 
▲ ‘양궁농구’ 제발 그만...성의를 보여라 

KBL 올스타전은 한마디로 ‘재미가 없다’는 평이 많다. 선수들이 보여줄 개인기가 없으니 무턱대고 3점슛만 쏘는 형국으로 진행된다는 것. 전혀 근거가 없는 말도 아니다. 수비가 허술한 올스타전의 경우 정규시즌에 비해 3점슛 시도횟수가 현저히 높아진다. 갑자기 없던 개인기를 갖춰 보여줄 수 없으니 선수들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다만 돈을 주고 입장한 관중들에게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 달라는 뜻이다. 
B리그 올스타전에서 인상적인 것은 국내선수들이 너도 나도 기회만 되면 덩크슛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줬다.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려는 의욕적인 모습이 팬들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했다. 170cm의 도가시 유키는 외국선수가 허리를 잡고 번쩍 들어 올려주자 덩크슛을 찍었다. ‘키작남’들의 한을 풀어줬다. 일본 관중들도 유쾌하게 화답했다. 이 정도 위트만 있으면 관중들이 충분히 재밌는 경기를 볼 수 있다. KBL 선수들의 센스를 기대해본다. 
▲ ‘제 2의 라틀리프 사태’ 나오지 말아야 
2년 전 라틀리프는 올스타전에서 29점, 23리바운드로 20-20을 달성했다. MVP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리바운드를 쓸어 담았다. 그런데 16점, 6어시스트의 김선형이 2년 연속 MVP가 됐다. 기자단 투표에서 국내선수인 김선형에게 표가 쏠린 것. 인터넷 매체는 MVP 투표권이 없다. 
경기 후 라틀리프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MVP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외국선수에 대한 차별"이라고 느꼈다. 공식기자회견서 김선형은 “라틀리프에게 미안하다. 그 선수가 많이 도와줘서 잘할 수 있었다”고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사건 후 라틀리프는 한 동안 한국 취재진에 대해 강한 반감을 보였다. 
기자단 투표로 MVP가 선정되는 한 이런 편견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또 4쿼터 중반에 설문지를 걷어가기에 4쿼터 막판 활약한 선수는 투표에 반영될 수 없다.  
일본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 올스타 MVP를 기자단 투표 및 팬투표 합산으로 뽑기 때문이다. 팬들이 SNS로 적극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 흥미도 또한 높았다. 그 결과 16점, 6어시스트로 활약한 도가시 유키가 MVP로 뽑혔다. 경기 후 MVP를 발표하기까지 5분의 시간 동안 수상자를 기다리는 ‘두근두근’한 마음도 있었다. 
NBA는 이미 2010년부터 올스타 MVP 시상에 팬투표를 반영한다. 일본농구는 덩크슛 챔피언 선정에도 팬투표를 반영해 일체의 잡음을 없앴다. 집계도 자동으로 되고 결과가 1초 만에 전광판에 뜬다. IT강국이라는 한국에서는 아직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제2의 라틀리프’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 농구선수가 예능인? 농구로 보여주자 
농구선수가 올스타전을 맞아 팬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좋다. 다만 ‘농구선수’라는 큰 틀은 깨지 말아야 한다. 결국 농구선수는 농구할 때가 가장 멋있는 법이다. KBL은 그 동안 신인선수에게 여장을 시킨다든가, 얼굴을 안 보고 상대방의 얼굴에 립스틱을 바르게 하는 등 대학생 엠티에서나 볼 법한 기상천외한 장기자랑을 시켰다. 잠깐의 웃음을 위해 선수들에게 엄청난 '흑역사'를 안겼다. 결국 KBL 최고상품인 선수들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타격을 입히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 
NBA나 B리그에서 선수들은 엄청나게 멋있는 이미지로 포장이 돼 있다. 어린이들이 동경하고 따라하고 싶은 그런 우상이었다. 올스타 전야제도 농구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여러 이벤트를 구성했다. KBL은 이번에 ‘복면가왕’을 모토로 선수들에게 노래자랑을 열었다. 흥미를 떠나 이들이 농구선수라는 것을 팬들이 인식할 수 있을까. 농구선수들에게 예능인 서장훈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 사소한 것 하나까지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KBL은 지난 시즌부터 나이에 따라 시니어, 주니어 팀으로 구분을 짓고 있다. 기존에는 구단의 지역별 배치에 따라 중부, 남부로 나눴다가 다시 드림, 매직으로 팀을 구성했다. KBL의 스타인 김선형 대 양동근의 대결구도를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 김선형도 나이가 들어 시니어팀이다. 두 팀의 밸런스가 깨져 대결자체가 큰 흥미를 끌지 못하는 모습이다. 허웅이 2년 연속 최다득표자가 됐지만, 팀을 나이에 따라 구분한 영향이 크다. 과연 허웅이 과거 이상민, 양동근처럼 전국구 스타인지는 아직 의문이다. 
일본 B리그는 사소한 팀명 하나하나까지도 팬투표로 팬들이 직접 골랐다. 유명 연예인 2명이 드래프트 방식으로 선수를 한 명씩 골라서 팀을 나눴다고 한다. 일본의 방식을 KBL이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다만 사소한 것 하나까지 팬들이 원하는 대로 맞춰주려고 한 그 성의는 배울 점이다. 팬들이 감동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초대가수 선정도 마찬가지다. 프로농구의 주요 소비층은 2~30대 남자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를 부르는 것이 맞다. KBL은 과거 팬들의 취향을 무시하고 보이그룹이나 나이든 여가수를 불러 원성을 샀다. 심지어 전 총재가 좋아하는 가수를 부르기도 했다. 
B리그는 2016년 9월 오리콘 차트 1위를 한 6인조 국민 걸그룹 ‘플라워’를 불렀다. 팬들의 취향에 맞는 최고의 가수를 불러 올스타전의 위상까지 격상시키겠다는 의도였다. 하프타임에 센터코트에서 춤추는 것이 아니라 가수를 위한 무대를 따로 만들었다. 마치 NBA 올스타전을 보는 느낌이었다. 비욘세, 어셔, 아리아나 그란데 등 당대 최고로 인기가 많은 스타만이 NBA 올스타전 무대에 설 수 있다. 가수들도 NBA 올스타전에 한 번 서보는 것이 영광이다. 
KBL도 이번에 국민 걸그룹 ‘트와이스’를 부를 예정이었다. 심지어 트와이스 측으로부터 'OK'까지 받았다. 하지만 ‘보이그룹을 불러야 여성 팬들이 많이 오지 않겠냐?’는 반대에 부딪쳤다. 진통 끝에 ‘에이핑크’를 부르기로 했다. 천만다행이다. KBL이 ‘소녀시대’, ‘EXID’를 부른 이후 가장 잘한 일이 아닌가 싶다. 
NBA와 B리그는 가장 좋은 좌석은 비싸게 팬들에게 팔고, 가장 나쁜 좌석을 취재진에게 준다. 취재에 어느 정도 불편함이 있지만 적극 환영이다. 프로스포츠에서 돈 내는 ‘팬들이 왕’이기 때문이다. KBL 올스타전도 높아진 입장권 가격에 어울리는 서비스를 팬들에게 베풀어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내기 바란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2015 뉴욕 NBA 올스타전 / 뉴욕(미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