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선보인 한국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와 ‘더 킹’(감독 한재림)은 같은 날에 개봉했지만 강조하려는 주제와 메시지, 캐릭터가 완전히 다른 장르이다. ‘공조’가 고난과 갈등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결국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버디 무비라면, ‘더 킹’은 과거와 현재의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비꼬아 우스꽝스럽게 나타낸 풍자 무비다.
‘공조’를 통해 처음 만난 배우 김주혁, 유해진, 현빈의 케미스트리가 조화를 이룬다. 특수 정예부대 출신의 북한형사 림철령 역을 맡은 현빈은 난생 처음 카 체이싱부터 격투신, 와이어, 총격신 등 각종 액션 연기에 도전하며 ‘블록버스터’급 연기를 보여줬다.
도전정신과 철저한 준비성으로 잘 해냈을 것인데 왜 이제서야 시도한 것이냐는 아쉬움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생계형 형사 강진태 역의 유해진은 특수부대 출신 북한형사 림철령 현빈의 액션 연기를 받쳐주며 브로맨스를 빚어냈다.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이번 영화에서도 발휘되는데,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매력을 내세워 소박하지만 정의로운 형사 캐릭터를 소화해 냈다.
역시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을 통해 꾸밈 없이 편안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주혁의 극한 악역 변신도 극에 몰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공조’는 그동안 봐온 영화처럼 남북한의 화해를 다룬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국 사회의 남북 평화와 공존의 길은, 갈등하고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손 내밀어야 할 포용력과 신뢰에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반면 ‘더 킹’은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성장과 심리 변화를 다룬 범죄 드라마다.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권력을 갖고 싶었던 검사 박태수가 비선 실세 검사 한강식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민들의 위에서 마음대로 군림하는 정치인, 정치 검사들의 민낯을 들춰내며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가 가진 부조리함을 담아냈다. 정치적으로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작품이나 기존 영화에서 보지 못한 스타일의 연출 등 다양함을 추구했다.
박태수를 연기하는 조인성, 한강식 역을 맡은 정우성의 연기는 말 할 것도 없고 극과 극을 넘나드는 케미 요정 배성우, 이번 영화를 통해 한층 성장한 류준열의 변신이 돋보인다. 이들이 5개월 동안 이어진 촬영 기간 속에서 서로 신뢰하고 온 열정을 쏟았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두 영화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동시 개봉했지만 인기 스타들이 출연한다는 점을 빼곤 공통점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굳이 어느 영화가 더 낫다 나쁘다고 평가를 내릴 수 없을 것 같다. 선택은 관객들의 몫이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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