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솔직하다] 롯데의 계산, 이대호 잡으면 5강 후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22 06: 00

KBO 리그 최고의 인기구단 중 하나인 롯데는 그 인기가 무색하게 1992년 이후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지 못했다. 2012년 이후로는 포스트시즌에 나간 적도 없다. 2013년 5위, 2014년 7위, 2015년에는 8위, 그리고 지난해에도 8위에 머물렀다. 그 사이 세 명의 사령탑이 팀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팀 성적은 반등하지 못했다.
올해 전망도 그렇게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외견상 그렇다. 지난해 8위였던 롯데는 오프시즌에서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요소가 없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황재균을 잃었다. 마이너스 요소만 도드라진다. 그러나 아직 ‘히든카드’는 남아있다. 바로 아직 새 소속팀을 결정하지 못한 이대호(35)다. 이대호는 미국과 일본 카드를 모두 쥐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대호는 롯데의 상징이었다. 2001년 1군에 데뷔해 2011년까지 통산 1150경기에서 타율 3할9리,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역사적인 7관왕을 차지하며 KBO 리그를 평정했다. 그런 이대호는 2011년 시즌 뒤 FA 자격을 얻어 한국을 떠났고 그 후 오릭스·소프트뱅크·시애틀을 거쳤다. 적어도 방망이에 있어서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이르렀지만 노쇠화 기미는 없다.

그렇다면 만약 롯데가 이대호를 영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선수 하나가 팀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상대적으로 경기수가 많고, 많은 선수들이 경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대호 한 명 들어온다고 5강 경쟁이 될까?”라는 의문은 생긴다. 그러나 적어도 숫자는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롯데의 1루가 사실상 구멍 수준이고, 이대호는 이 전력을 화끈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1루수는 전통적으로 거포나 강타자의 자리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리그 평균 타율은 2할9푼, 평균 OPS(출루율+장타율)은 0.801이었다. 그러나 1루수만 한정해볼 때 평균 타율은 3할8리, OPS는 0.886으로 확 뛴다. 그러나 롯데의 1루수들은 이만큼의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롯데 1루수들의 합계 성적은 타율 2할8푼9리, OPS 0.740에 불과했다. OPS만 놓고 보면 kt(0.702)만 롯데보다 낮았다.
1루에서의 성적만 놓고 볼 때,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섰던 김상호(362타석)의 OPS는 0.771, 몇 년째 팬들의 애를 태우고 있는 박종윤(182타석)의 OPS는 0.663이었다. 그런 두 선수의 잔체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은 김상호가 1.14, 박종윤이 -0.48이었다. 합계가 0.66인데 김상호 또한 1루에서의 WAR이 지명타자보다 떨어졌다. 사실상 지난해 롯데의 1루 포지션의 WAR은 0에 가까웠다.
여기서 이대호가 들어온다면 엄청난 시너지효과가 가능하다. 이대호의 타격 능력을 봤을 때, 가장 좋은 비교가 될 수 있는 선수는 동갑내기 김태균(35·한화)으로 볼 수 있다. 김태균은 지난해 6.90의 WAR을 기록했다. 대체선수 수준에 비해 6~7승 정도를 더 팀에 안겼다는 것이다. 롯데의 1루 포지션 수준이 사실상 대체선수 수준이었음을 고려할 때, 이대호가 김태균 정도의 활약을 한다면 직관적으로 계산했을 때 6~7승 정도의 플러스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WAR은 허점도 많은 기록이다. 다만 좀 더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도 롯데 1루의 공격력은 비약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읽힌다.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의 RC(득점생산) 수치는 806.92, RC/27(동일타자로 타선을 구성했을 때 아웃카운트 27개 동안 만들어낼 수 있는 득점 추정치)는 5.66으로 모두 리그 평균 이하였다. 특히 1루수는 심각했다. 롯데 1루수 세 명(김상호 박종윤 손용석)의 RC/27은 4.24까지 떨어졌다. RC/27을 올려놔야 할 1루수에서 오히려 심각하게 평균을 까먹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만약 롯데의 1루수 세 명이 없고, 김태균(RC/27 11.66)이 그 자리에서 144경기를 뛰었다면 롯데 타선 전체의 RC/27은 7.54가 된다. 이는 리그 평균(5.70)을 훌쩍 넘는 수치다. 지난해 RC/27 1위였던 두산의 수치는 6.53, 역대급 타선 중 하나인 2014년 넥센의 수치가 7.08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치라 정확한 현상을 말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대호 한 명의 가세가 롯데 타선을 단번에 정상권으로 만들어주는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한 구단 소속 통계전문가는 “물론 이대호가 김태균 정도의 성적을 낸다는 보장도 없고 건강하게 뛰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다. 극단적인 통계 수치”라면서도 “그러나 피타고리안 승률 등을 대입해 볼 때 개인적인 판단으로 이 정도 RC와 RC/27의 상승은 5승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숫자에 잡히지 않는 시너지 효과도 날 수 있어 그 가치도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이야기한다.
지난해 66승78패를 기록했던 롯데의 성적에 7승을 더하면 최종 성적은 73승71패가 된다. 단번에 5할 이상의 팀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4위였던 LG가 딱 5할 성적이었고, KIA는 70승73패1무로 5할 보다 아래였다. 5승을 더하면 71승73패로 5할이 안 되지만 그래도 KIA보다는 위다. FA 최고액은 최형우(KIA)가 세웠지만, KIA의 좌익수 평균은 리그보다 높은 축으로 ‘척박한 땅’에 들어가는 이대호보다 파급력이 크지 않다.
물론 황재균의 이적으로 3루 포지션이 약해졌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이대호가 얼마나 건강하게, 어떤 수준의 타격 생산력을 보여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점에서 5할 및 5강 싸움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디까지나 숫자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대호가 롯데 전력을 ‘대폭적으로’ 살찌울 만한 마지막 카드임은 분명해 보인다. 관중 증가 및 흥행도 예상할 수 있는 범주 안에 있다. 롯데도 이를 모를 리는 없다. 답을 알고 있는 롯데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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