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KS 3연패 도전장’ 김태형, “지난해만큼만 해 준다면”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7.02.03 09: 55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김종삼 시인의 시 ‘어부(漁夫)’에서 발췌 인용)
출항이다. 2017 프로야구 KBO리그의 10개 구단이 일제히 돛을 올리고 정박지를 떠나 만선의 부푼 꿈을 안고 긴 항해를 시작했다. 구단마다 봄철 스프링트레이닝에서 날을 벼르고 그물을 펼칠 정예 어부들을 가려내 그들과 함께 먼 항해를 떠난다.
1982년 출범 이래 36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올해 프로야구 KBO리그는 두산 베어스의 수성(守成)에 맞서 도전과 응전이 한층 거센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투, 타 전력 보강을 이룬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는 물론 이대호의 귀환으로 활력을 찾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와 외국인 트레이 힐만을 감독으로 영입한 SK 와이번스, 원체 기본 전력이 다져진 NC 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 등이 상위권을 구축할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다고 별다른 전력 보강 없거나 누수가 심한 삼성 라이온즈나 한화 이글스, kt 위즈를 약체로만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두산이 여전히 최강 전력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2연패의 전력을 고스란히 안고 3연패에 도전한다. 여태껏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한국시리즈 3연패를 이룩한 구단은 김응룡 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이끌었던 해태 타이거즈(1986~1989년)와 류중일 전 감독의 삼성(2011~2014년. 이상 4연패) 말고는 단 한 팀도 없었다.
선수단에 앞서 1월 27일에 미리 1차 봄철 전지훈련지인 호주 시드니로 떠났던 김태형 감독에게 여러 얘기를 들어봤다.
김 감독은 “지난해만큼 해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두 투수를 쌍두마차로 내세운 막강한 선발진과 고비를 잘 넘겨준 불펜, 물샐 틈이 별로 없는 잘 짜인 야수진, 양의지로 상징되는 안정감 충만한 안방 등 탄탄한 전력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올해도 해볼만 하다는 표현이다. 당연하다.
두산의 가장 큰 변수는 어찌 보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 팀에 대거 승선한 선수들의 컨디션이다. 두산은 정근우(한화)가 부상으로 하차한 2루수 자리에 오재원 마저 막판에 발탁되는 바람에 무려 8명(투수 장원준, 이현승, 포수 양의지, 야수 오재원, 김재호, 허경민, 민병헌, 박건우 등)이나 대표 팀에 들어갔다.
김태형 감독은 그와 관련, “아무래도 한 달 앞당겨서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영향은 있다. 그래도 야수들보다는 투수 둘과 양의지 포수의 부담이 클 것이다”며 염려의 시선을 감추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양의지에 대한 걱정은 김 감독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
“야수들이야 걱정을 안 하지만 포수는 해마다 무릎과 발목이 약해져가기 마련인데 강민호가 빠진 자리에 앉게 될 양의지가 가장 걱정스럽다.”
두산의 다른 걱정거리는 불펜이다. 지난 시즌 뒤 정재훈과 이용찬이 수술을 받아 물음표가 걸렸다.
김 감독은 “상대적으로 우리 선발진에 비해 불펜이 약해보일 뿐이다. 정재훈은 올 시즌 합류가 어렵겠지만 이용찬은 5월에는 가능하다. 정재훈 대신 김승회를 영입한 것도 우리 팀 출신인데다 마지막에 잘 해서 친정팀에서 은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 부른 것이다. 구위는 아직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김강률과 홍상삼, 함덕주가 지난해에는 부상 등으로 제 구실을 충분히 못했지만 올해엔 기대를 걸만하고 고봉재 등 신예들의 성장도 눈여겨봐야한다는 게 김 감독의 판단이다.
다른 팀에 대한 관측이야 일반적인 시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김 감독은 “KIA와 LG 두 팀은 지난해 젊은 선수들이 포스트 시즌을 치러본 경험이 쌓여 좋아질 것으로 본다. KIA는 양현종이 그대로 있고 최형우가 들어온 것도 그렇지만 (안치홍, 김선빈이 돌아온) 2루수와 유격수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굉장히 크다. 지난해보다 확실히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NC는 여전히 강할 것이고, 넥센도 조상우와 한현희가 돌아오면 경험이 쌓인 야수들이 겁 없이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넥센이 (판도 변화의)제일 큰 변수가 아닐까. 황재균이 빠져나간 롯데는 외국인 선수 문제가 있겠지만 이대호가 중심을 잡아주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SK는 김광현이 빠졌지만 젊은 투수들이 점점 좋아질 것으로 본다. 확 치고 올라갈 수도 있고, 아니면 지난해와 비슷하게 중간지대에 머물 수도 있는 팀이다. 삼성은 전력이 빠져나갔다고 보는 게 맞다. 고전할 수 있겠다고 본다. kt는 포수 장성우가 돌아오면 괜찮을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한화는 항상 우승 후보”라고 지목했다. 그의 전망이 단순한 외교사령은 아닌 듯하다.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권혁과 송창식이 수술했다고 하는데 한화는 항상 우승 후보다. 야수들이 건재하다. 투수들은 5, 6선발을 고를 정도로 남아돌았다. 부상 때문에 그렇지 어떻게 보면 자원이 제일 많았다. 김성근 감독 부임 직후에도 그랬지만 지난해에도 우승후보였다.”
지난해 11월 1일 두산은 NC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 때 두산 선발투수 보우덴은 7⅔이닝 동안 무려 136개의 공을 던져 6-0 완승을 이끌었다. 보우덴이 7회를 마치고 덕 아웃에 교체 신호를 보냈지만 김태형 감독은 짐짓 묵살했다.
“보우덴이 그만 던지겠다는 표시를 했지만 못 본체 했다. 승부처라고 봤고, 더 던질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투수코치를 통해 가운데로 던져도 된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김태형 감독의 후일담)
‘승부사 김태형’의 강단과 뚝심을 엿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두산은 그 밀어붙이기로 시리즈 흐름을 완전히 장악, 2연패를 일궈내는데 성공했다.
운동세계는 늘 긴장과 마찰의 흐름 속에서 소용돌이친다. 순간의 선택이 영원을 좌우한다. 프로야구는 매 순간마다 감독의 판단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세계다. 김태형 감독은 이제 감독 3년째를 맞이한다. 첫 계약 2년을 우승으로 장식했고, 올해는 재계약 3년의 첫 해다. 올해는 우승의 자산이 무르녹아 여러 시행착오를 떨쳐내고 한층 원숙한 경지에 오를 수 있는 해다. 그의 응전을 눈여겨 볼 해이기도 하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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