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양의 캠프톡]”전훈출발, 자율적으로 앞당기자”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7.02.16 06: 03

[OSEN, 파파고(美애리조나주)=박선양 기자]올해는 한국프로야구 전지훈련 출발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해이다. 이전에는 1월 15일에서 20일 안팎에 출발하던 동계전지훈련을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의 요청에 의해 비활동기간(12월, 1월)이 끝난 2월 1일 출발로 못박고 실행했다. 예전에는 1월초 출발이었다가 선수협의 요청으로 1월 중순 출발로 늦춰졌고, 올해부터는 규약대로 2월 1일 출발이 된 것이다.
따라서 비활동기간 동안 선수들은 온전히 자율적으로 몸컨디션을 끌어올리고 팀전훈에 합류해서는 곧바로 훈련에 돌입할 수 있는 상태가 돼야 했다.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과연 선수들이 어느 정도 몸상태를 만들어올지 관심이 집중됐다. 스프링 캠프를 시작해 보름 남짓 지난 현재까지의 판정은 ‘몸상태가 지난 해 만큼은 아니다’는 것이 코칭스태프 대부분의 의견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스프링 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아무래도 혼자 운동하면서 몸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전지훈련 초반 선수들의 몸상태가 좋지 않아 강훈련을 소화할 수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양 감독은 또 “우리 팀은 정확히 2월 1일 날짜를 지켜서 출발을 했다. 하지만 일부 팀들은 이동 시간 등을 이유로 1월 30일, 혹은 31일 출발하는 편법을 동원했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내년에 우리 팀은 일주일 먼저 이동할 수도 있다. 미국은 시차 적응을 위해 일주일이 필요하므로 선수들만 먼저 와서 자율훈련하며 시차 적응을 하도록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2월 1일 전훈 스타트의 애로점을 이야기했다.

인근의 피오리아에서 훈련 중인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도 양상문 감독과 비슷한 의견이었다. 조 감독은 “사전에 조사해보니 일부 다른 팀들도 2월 1일전에 출발한다고 해서 우리도 1월 31일 출발했다”면서 “이전처럼 1월 15일이나 20일에 출발하는 것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 지금처럼 선수단 전체가 모여서 출발하기보다는 이곳 시설을 미리 개방해서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와서 함께 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이 좋은 시설을 계약해놓고도 쓰지 못한 채 짧은 기간만 이용하고 가는 것도 아깝다”고 말했다. 구단에서 어차피 계약해 놓은 시설들과 항공권을 활용해 코칭스태프 없는 가운데 선수들이 따뜻한 곳에 먼저 와서 자율훈련, 몸컨디션을 2월 1일 맞춰놓으면 곧바로 강훈련에 들어가도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넥센 선수단 같은 경우는 불과 15일 훈련하기 위해 비싼 비용을 들여서 미국까지 왔다가는 것이 아깝다는 타구단들의 반응이다. 롯데 선수단은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과 얘기가 잘돼 22일까지 머물다가 일본으로 이동하고, LG 선수단은 LA 다저스 시설을 12일까지 활용한 뒤 인근의 시영구장으로 옮겨서 3월7일까지 훈련하고 귀국하는 일정을 짰다. 훈련시설을 빌려준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2월 15일 스프링 트레이닝에 돌입하므로 국내 구단들은 야구장을 비워줄 수밖에 없다. 넥센도 애리조나에 더 머물기 위해 다른 지역의 야구장 등 시설을 물색하고 있으나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도 선수단이 훈련할 수 있는 야구장 시설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사실 비활동기간 자율훈련은 선수들간 격차도 문제가 되고 있다. 억대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자비를 들여 사이판이나 괌, 일본 오키나와 등 한국보다 따뜻한 곳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타격이나 투구 등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있었던 반면 저연봉 선수들은 추운 한국에서 스포츠센터, 모교 야구장, 개방해놓은 구단 시설 등에서 본격적인 타격이나 투구 등 훈련은 하지 못한 채 체력단련 위주의 자율훈련을 소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저연봉 선수들에게 비용이 비싼 해외자율훈련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자율훈련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격적인 훈련을 못해 기량 발전면에서 저연봉 선수들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물론 첫 시행한 2월 1일 훈련시작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비활동기간 중 코칭스태프의 지시아래 하는 구단 스케줄 훈련은 규약위반이므로 2월 1일 훈련 시작은 이를 철저히 지키며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다. 또 긴 기간 무리한 훈련량에 따른 부상 발생의 위험도 방지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현재 프로야구단이 처한 훈련여건을 감안할 때 선수들이 국내에서는 본격적인 자율훈련을 쌓기에는 역부족인 현실이다. 따라서 2월 1일 훈련 시작 규약도 준수하면서 구단의 해외 스프링 캠프를 미리 활용해서 자율훈련을 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시차적응이나 이동시간 등의 핑계로 편법을 쓰는 것보다는 구단이 준비해놓은 좋은 환경과 시설에서 코칭스태프 없는 가운데 먼저 와서 스스로 훈련하며 기량발전을 꾀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라는 것이 감독들의 바람이다.
/애리조나,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
[사진]LG 트윈스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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