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SK 프리뷰 5] “마지막이라는 각오” 이대수의 독한 승부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16 06: 27

SK의 퓨처스팀(2군) 캠프가 열리고 있는 대만 도류구장에는 ‘퓨처스’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지 않는 선수가 있다. 베테랑 내야수인 이대수(36)가 그 주인공이다.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확 눈에 띄는 거물이기도 하다.
이대수는 팀의 1군 1차 전지훈련 명단에서 빠졌다. 몸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 경쟁에서 밀렸다. 익숙했던 동료들이 플로리다로 날아갈 때, 이대수는 강화도의 찬바람과 싸워야 했다.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던 이대수의 좁아진 입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조짐은 지난해부터 있었다. 세대교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SK는 젊은 내야수들을 더 중용했다. 오키나와 캠프까지만 해도 자신의 영역이 비교적 확실했던 이대수는 시즌 초반 14경기에 뛰는 데 그쳤다. 이대수가 마지막으로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5월 14일의 일이었다. 여기에 잔부상이 겹치면서 시즌 끝까지 2군에 있었다. 2군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이대수는 “아무래도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조금은 지치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히 찾아오는 현상이었다. 예전과는 달라진 분위기에 심리적으로도 불안했다. 그러는 사이 1년이 후딱 지나버렸고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그런 이대수는 대만 캠프를 전환점으로 삼고 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린다. 캠프 훈련 첫 날부터 나머지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대수는 “플로리다에 갔으면 좋았겠지만 개인적인 몸만들기는 여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코칭스태프에서 내 컨디션을 잘 맞춰주시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도 좀 더 편안하다”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올 시즌 전망도 그렇게 밝지는 않다. 구단으로서는 같은 기량이라면 젊은 선수를 쓰려고 한다. 이대수도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대수는 “여기 와보니 어렸을 때 생각이 많이 난다. 우리 때보다는 확실히 어린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후배들에게 잔소리할 것이 전혀 없다”라면서 “어린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배울 것이 있다. 예전의 열정도 다시 깨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수는 올해로 4년의 FA 계약이 끝난다. 두 번째 FA도 FA지만, 현실적으로는 생존이 더 중요하다. 올해까지는 계약이 되어 있었기에 신분에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다를 수 있다. 이대수도 이를 잘 안다. 이대수는 “올 시즌이 끝나면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못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래서 야구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를 걸겠다는 이대수다. 등번호도 자신이 야구를 가장 잘할 때 달았던 9번으로 바꿨다. 이대수는 “이제는 기회를 지킨다기보다는 기회를 잡아야 할 상황이 됐다”라면서 “아쉬움 없이, 후회 없이 해보려고 생각 중이다. 야구를 하는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도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드시 그 기회가 한 번은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베테랑 내야수의 마지막 승부가 시작됐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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