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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시네마]‘루시드 드림’, ‘인셉션’에 더한 부성애의 디에스이라이

[OSEN=유진모 취중한담]아무래도 영화 ‘루시드 드림’(김준성 감독, NEW 배급)을 논하려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카르마와 무의식에 대한 영화 ‘인셉션’을 언급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다. ‘시작’이란 원래의 뜻에 ‘남의 무의식에 침투해 의식을 심는다’는 작전명을 더한 ‘인셉션’과 ‘자각몽’이란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루시드 드림’은 다른 듯하지만 개봉되면 아무래도 논쟁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 같다.

최대호(고수)는 대기업 비리 고발이 전문인 기자다. 아내와 헤어지고 대여섯 살쯤 된 아들 민우와 단 둘이 산다. 어느 날 놀이공원으로 민우를 데려갔다가 그는 마취 침에 쓰러지고 눈앞에서 민우가 유괴되는 걸 무기력하게 바라본다.

그로부터 3년을 미친 듯이 민우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살아왔다. 지금 그에게 믿을 사람은 담당 형사팀장인 송방섭(설경구)일 뿐이다. 방섭도 유일한 가족은 건강이 안 좋은 외동딸 수진이라는 동병상련에 두 사람은 꽤 가깝게 지낸다. 대호는 우연히 자각몽을 이용해 범인을 잡았다는 인터넷 글을 보고 친구인 정신과 의사 소현(강혜정)을 찾아가 자각몽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3년 전의 놀이공원으로 간 대호는 오른손에 일본도깨비 오니가 문신으로 새겨진 유상만과 최경환이란 두 명의 용의자를 확보한다.


대호는 소현의 병원에서 한빛그룹 조명철(천호진) 회장을 우연히 본다. 그는 3년 전 교통사고로 외아들 민형을 잃은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자각몽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 그런데 그 전에 대호는 민형의 병역비리를 보도해 한빛그룹에 큰 타격을 준 악연을 맺은 상태. 민우는 MKMK형이란 초희귀 혈액형 소유자인데 바로 민형이 같은 혈액형이었다. 당연히 유괴의 배후인물로 조 회장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각몽 여행 중 대호는 매우 수상한 한 남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한빛백화점에 조 회장을 따라갔다 바로 그 남자를 만난다. 그는 육체는 장애인이지만 남의 꿈속을 자유자재로 여행할 줄 아는 특수한 능력을 지녀서 ‘디스맨’이라고 불려온 권용환(박유천)이다. 드디어 대호는 용환의 도움으로 경환의 꿈속에 들어감으로써 민우를 유괴한 진범과 민우의 소재를 알아낼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충격적인 진실에 놀라고 높은 장벽에 가로막힌다.

경환의 꿈속에서 유괴사건의 진범이 탄 차량 번호판을 본 그는 예전에 감옥에 갈 뻔한 걸 빼내준 바 있는 늙은 조폭 성필(박인환)에게 조회를 부탁한다. 그리고 그는 드디어 진범과 마주친다.

만약 ‘인셉션’이 없었다면 ‘루시드 드림’은 매우 충격적이고 창의적인 SF스릴러가 될 뻔했다. 그러나 의도했건 전혀 그렇지 않건 ‘인셉션’과의, 혹은 김 감독과 놀란 감독과의 상대평가는 불가피하다.

‘루시드 드림’이 창조했다는 공유몽(남의 꿈속에 들어가는 행위)과 그 행위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꿈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디스맨이라는 가상의 존재는 그래서 새로울 게 없다. 다만 굳이 블록버스터 안에 음양이론(‘다크나이트’)이나 호접몽(‘인셉션’)이란 거창한 동양의 철학을 욱여넣는 놀란 감독의 ‘폼생폼사’와 달리 그냥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에 충실한 뚝심 하나만큼은 상업적 시각에서 인정받아도 될 듯하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한숨 돌릴 여유를 안 주고 매우 스피디하게 진행된다. 등장인물 모두가 용의자이거나 관련인물일 수 있다는 설정은 이 영화가 가진 힘이다.

‘인셉션’이 의식(현실)과 무의식(꿈)의 경계를 물었다면 ‘루시드 드림’은 제목답게 무의식이 곧 의식이라고 아예 결론을 내리고 시작된다. ‘인셉션’은 남의 꿈속에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 꿈속에서 또 꿈을 꿈으로써 차원의 경계를 허무는 수준으로 멀리 달아났다면 ‘루시드 드림’은 A라는 인물이 B라는 인물의 꿈속에 들어감으로써 B가 꿈에서 만난 A와 A의 꿈속에 자신의 의지로 들어온 A까지 더해 A가 두 명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을 창조해낸다. 이 역시 3~4차원을 넘어선 또 다른 상위의 차원이 있다는 가설이다.

재미로 따지면 합격점이다. 특히 늙은 조폭들의 활약은 긴장감을 늦춰주는 이완의 미소를 안겨주는 맛깔난 양념인 동시에 경찰에 대한 조롱의 비틀기까지 담고 있어 의미심장하다. 게다가 ‘낭만할배’라는 설정은 노인경시풍조가 만연한 세태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사라진 민우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대호에게 방섭이 수진이 건강이 매우 안 좋다며 “내가 술 덜 먹고, 담배를 일찍 끊었더라면 수진이가 건강하게 태어났을 걸”이라며 그 역시 죄스러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 자식에 대한 원죄의식을 안고 살아가는 다수의 부모의 심정을 대변한다. 조 회장은 대호에게 “새끼가 죽으면 부모는 생전에 그에게 못해준 것만 생각난다”고 충고한다.

그렇게 영화는 스릴러의 외형 안쪽에 바쁘거나 몰락한 가장의 책임감과 비애를 묵직하게 내려놓고 있다. 놀이공원에서 민우는 대호에게 “엄마 정말 미국에 일하러 간 거야?”라고 묻는다. 민우는 그게 선의의 거짓말인 줄 안다. 그래서 민우는 또 묻는다. “아빠는 미국에 안 갈 거지?”라고.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평생 민우 곁에 붙어있겠다”는 대호에게 거듭 다짐을 받고자 한다. “약속 안 지키면 피노키오처럼 돼”라고. 고작 저주라는 게 코가 커지는 수준이 전부인 정말 순수하고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다.

그 동화 같은 순백의 영혼을 갉아먹는 악마는 바로 어른의 어긋난 이기심이다. 누구는 고작 돈 몇 푼 때문에, 누구는 지극히 이기적인 핑계 때문에 아무 죄도 없고, 사연도 모르는 동심이 파괴되고 목숨이 경각에 달한다.

대호는 대기업 총수나 집권당 유력인사 등의 비리를 파헤치고 다니느라 소송만 수십 건이 걸려있다. 검찰에 출두한 그는 자신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당연히 할 일을 했다”며 기자로서의 소신과 책임감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런 그를 바라보는 경찰력의 상징인 방섭은 “그 사람 사회에 불만 있는 것 아냐?”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수사가 지지부진한 데 대해 대호가 어필하자 방섭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아주 상투적인 응대를 한다. 그러자 대호는 분노하며 “최선은 결과가 나왔을 때 최선”이라고 일갈한다.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큰 장면이다.

3년 전 평범하게 살던 때의 대호는 배가 나왔지만 현재엔 홀쭉하다. 고수의 노력이 엿보인다. 설경구 역시 평소와는 달리 살을 빼고 머리를 짧게 깎아 캐릭터에 몰두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유천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는 영화의 만듦새 뒤로 밀어도 될 듯하다. 원래 민우와 단란하게 살던 때의 대호의 집이 그럴 듯한 아파트였지만 유괴로 잃은 3년 뒤의 집은 허름한 단칸방일 정도로 제작진의 디테일에 대한 노력에 집중해도 될 완성도는 갖춘 영화다. 101분. 15세 이상 관람 가. 2월 22일 개봉./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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