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분석원 변신’ 전병두, 공 대신 마우스를 잡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25 06: 19

“보고서를 쓰는 게 제일 어렵더라고요”(웃음).
넥센과 주니치 2군의 경기가 열린 24일 일본 오키나와현 요미탄 구장. 넥센의 두 외국인 선수(밴헤켄·오설리반)에 신재영까지 출격이 예정된 터라 국내 구단 전력분석팀 관계자들도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그 중에는 익숙한 얼굴이자, ‘초보 전력분석원’인 전병두의 얼굴도 눈에 띄었다.
전병두는 “23일 일본에 들어왔다. 오늘이 첫 연습경기 관전”이라고 했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이날이 전병두의 전력분석원 데뷔전이었던 셈이다. 모든 투구와 타격을 기록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순간이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제대로 된 전력분석이 이뤄질 수 없다. 경기 전부터 컴퓨터를 무릎 앞에 놓고 모의 기록을 하는 전병두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병두의 굴곡진 야구 인생은 지난해로 끝났다. 국내를 대표하는 좌완 파이어볼러 중 하나였지만 어깨 부상으로 무려 5년이나 재활을 해야 했다. 결국 계속 찾아오는 통증과 구위 저하를 이겨내지 못하고 지난해 은퇴를 선언했다. 다만 선수 생활을 접는 순간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비록 딱 한 타자이기는 하지만 팬들의 박수 속에 감동적인 1군 은퇴전도 가졌다. 그런 전병두는 SK의 원정 전력분석원으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그라운드의 가장 높은 곳에서 타자들을 내려 봤던 전병두는 이제 중앙 스탠드에서 투수를 바라보고 있다. 겨울 동안에는 익숙하지 않은 장비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전력분석 시스템도 공부를 해야 했고, 일반 사무원처럼 출·퇴근도 해야 했다. 원정 전력분석원이라 시즌 중에는 출장도 자주 다녀야 한다.
전병두는 “오프시즌 중에는 계속 이런 저런 공부를 했다”라면서 “어려운 일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보고서를 쓰는 일”이라고 미소 지었다. 하지만 이 직종에 대한 나름대로의 매력도 느끼고 있다. 전병두는 “투수는 물론 타자들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잡아내야 한다. 야구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걱정도 된다”라고 했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전병두의 손길은 능숙하게 움직였다. 투수들의 투구 하나가 끝날 때마다 로케이션과 구속, 구종을 모두 체크해 컴퓨터로 옮겼다. 처음보는 투수들의 구종이 헷갈릴 법도 한데 전병두의 클릭은 거침이 없었다. 마치 전성기 당시의 투구를 보는 듯한 시원스러움이었다. 전병두의 야구인생 2막도 그렇게 시작되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일본)=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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