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경기장 같네" 고척 新전광판 만족도는?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3.01 05: 59

[OSEN=최익래 인턴기자] “이제 좀 프로야구 경기장 같네.”
고척 스카이돔이 ‘새단장’을 마쳤다. 지난 시즌 경기장을 찾은 이들이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한 전광판에 손을 댔다. ‘쌍둥이 전광판’이 마침내 팬들에게 첫 인사를 건넸다.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위해 전광판을 새로 만들었다. 1루와 3루 측에 각각 가로 28.32m, 세로 12m의 풀HD급 화질 전광판을 설치했다. 기존 전광판은 가로 22.40m, 세로 7.68m에 그치며 팬들의 불편함을 야기했다. 내야에 앉으면 기본적인 경기 상황조차 확인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시즌 내내 이어졌다.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지난 25일 쿠바와 경기를 시작으로 세 차례 평가전이 이어졌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베일을 벗은 쌍둥이 전광판의 위엄을 체감했다. 과연 팬들은 만족할까? 28일 호주와 평가전을 찾은 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독성과 화질 모두 비교불가
두산팬 김달수(28) 씨는 고척 스카이돔에 입장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큼지막한 전광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앞서 쿠바와 두 차례 평가전 TV중계를 보면서 전광판이 바뀐 사실은 알았지만 직접 보니 느낌이 달랐다고 한다.
김 씨는 “작년 여름에 세 차례 고척 스카이돔을 방문했다. 주로 3루 응원석에서 경기를 봤다. 위치가 멀고 숫자는 작아 여러 모로 화면이 안 보였다”며 지난해를 돌아봤다. 이어 김 씨는 “전광판 크기나 화질 모두 좋아진 것 같다. 올 시즌도 두산이 넥센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면 고척 스카이돔을 자주 방문할 것 같다”고 밝혔다.
롯데의 챔피언 홈 유니폼을 입고 고척 스카이돔을 찾은 박지언(22) 씨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박 씨는 “지난 시즌에는 새로운 전광판 자리에 광고 배너가 있었다”라며 “전광판이 들어오니까 가독성 면에서 여러 모로 좋은 것 같다. 기존 전광판은 글씨가 작아 불편했는데 올해 바뀐 전광판은 화질도 뛰어나서 불편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결국 중요한 건 콘텐츠
다저스타디움, AT&T파크, 양키스타디움 등 MLB 6개 구장을 체험했다는 박민규(22) 씨의 이야기도 눈길이 갔다. 박 씨는 “MLB 구장의 전광판은 어느 위치에서도 안정된 시야를 보장한다. 고척 스카이돔의 새로운 전광판은 몸을 계속 틀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라며 “가뜩이나 줄 간격이 좁은 경기장이라 관중들이 조금은 불편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설치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 어떤 콘텐츠로 전광판을 채울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SK 동계점퍼 차림의 김상안(41) 씨는 “작년까지는 여러 모로 아마추어 경기가 적당해 보였는데 이제 좀 프로야구 경기장 같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SK를 응원하는 김 씨는 자연히 인천SK행복드림구장으로 직관도 자주 다녔다. 그는 SK의 자랑거리 ‘빅 보드’와 고척 스카이돔의 새 전광판을 비교했다.
김 씨는 “작년 고척 스카이돔은 경기장에 들어설 때부터 답답했다. 그런데 올해는 널찍한 전광판 때문인지 탁 트인 느낌이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전광판의 크기나 화질 모두 좋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좋아진 전광판을 어떤 콘텐츠로 채우느냐가 더 중요할 것 같다”라고 과제 하나를 안겨줬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설치된 빅 보드는 그야말로 괴물이다. 가로 약 63m, 세로 약 18m의 면적은 전 세계 야구장에 설치된 옥외 전광판 중 최대 규모.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큰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 전광판보다도 크다. SK는 빅 보드의 설치를 위해 약 30억 원을 들였다.
SK가 설치만큼 공을 들인 부분은 콘텐츠 제작이다. 팬들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 관중 개인이 모바일과 연동해 빅 보드를 이용한 ‘홈런게임’을 진행하거나 경기 중간 이벤트에 참여한다. 선수들의 스토리 연상도 UHD급으로 제작해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넥센의 전광판 활용법에 따라 쌍둥이 전광판의 활용도도 달라진다는 의미다.
서울시와 서울시설관리공단은 뒤늦게나마 제 역할을 다했다. 이제 공은 넥센에게 돌아간 셈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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