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 '이래서 우리혁'...'페이커' 이상혁, 멈추지 않는 캐리 본능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7.03.06 05: 43

전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선수라는 말을 찬사로 바꾸는 유일한 선수다웠다. 이래서 팬들 뿐만 아니라 LOL 전문가들도 '우리 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나 보다. '페이커' 이상혁이 유틸리티 챔피언인 '질리언'으로도 경기를 캐리하면서 라이벌 KT 격파의 일등 공신이 됐다. 
이상혁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 넥슨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7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25일차 KT와 2라운드 경기서 맹활약 하면서 SK텔레콤의 2-1 승리를 견인했다. 
1세트 오리아나 2세트 코르키로 잠잠했던 이상혁의 캐리 본능은 3세트 질리언을 선택하면서 본격적으로 발동했다. 질리언을 잡은 그는 3킬 2데스 11 어시스트, 팀의 20득점 중 무려 76% 킬 관여율로 접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3세트 MVP를 거머쥔 이상혁은 MVP 포인트에서도 600점째를 획득하면서 이민호 강민승(이상 삼성) 고동빈(KT) 장경환(아프리카)과 함께 공동 1위로 올라섰다. 

기막힌 스킬 적중률이 가히 일품이었다. 질리언은 '페이커' 이상혁 '플라이' 송용준 등이 종종 애용하는 챔피언이지만 캐리형 챔피언 보다는 광역 스턴이나 99%의 슬로우, 쿨타임이 짧은 부활 궁극기 등으로 팀의 한 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유틸성 챔피언으로 분류되고 있다. 솔로 랭크 통계를 살펴봐도 미드 라이너 보다는 서포터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상혁에게는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질리언으로 맞상대하기 힘든 제이스를, 강력한 적수 중 하나인 '폰' 허원석을 연달아 제압하는 라인전부터 시작해 한 타에서도 고비 때마다 강력한 딜링과 궁극기 지원을 통해 SK텔레콤의 전투력을 극대화시켰다. 
신동진 스포티비게임즈 해설은 이상혁의 경기력에 대해 "질리언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제이스를 라인전에서 정글러를 영리하게 부르면서 초반에 찍어눌렀다. 탑에서 2킬을 가져올 때도 게임 메이커 다운 역할을 했다. 순간이동 질리언의 특성을 살려 사이드라인 스플릿 푸시를 통해 상대의 운영에 제동을 걸었다. 한 타에서도 앞 점멸 폭탄으로 같은 편 딜러진은 보호하면서 상대 챔피언들을 무력화 시킨 점은 놀랍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경기 후 이상혁에게 '캐리 본능'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앞에서 보이지 않더라도 자기의 역할에서 최선의 플레이를 하는 게 캐리라고 생각한다"고 웃은 뒤 "질리언 같은 유틸챔피언이 딜은 적을 수 있지만 오히려 잘 돋보이는 것 같다. 캐리는 챔피언과 크게 상관없는 것 같다"며 자신의 LOL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곁에 있던 최병훈 SK텔레콤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 감독은 "지금도 시작할 때와 똑같이 성실하게 연습하고 경기에 집중한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갈수록 팀플레이에 더 신경을 써 좋아하지 않을 수 없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견스러워 했다.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은 이제 2라운드를 시작하면서 절반의 일정만 소화했을 뿐이다. SK텔레콤과 '페이커' 이상혁이 올시즌 우리에게 보여줄 경기의 숫자는 아직 많이 남았다는 이야기다. 멈추지 않는 이상혁의 캐리 본능을 얼마나 더 볼 수 있을지 기대 된다/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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