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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한국야구는 죽었다

‘한국야구는 죽었다’고 한다면, 너무 심한, 무례한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에서 한국대표팀이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지고 난 뒤에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앞으로 한국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국제무대에서 강자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선 그야말로 뼈를 깎아내는 아픔을 통해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겪지 않는다면, 미래가 암담할 뿐이다.

명색이 대표로 발탁된 한국 선수들은 2013년의 망신 이후 4년 만에 다시 치른 WBC 무대에서 프로로서의 참다운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치열성이나 진지함, 적극성, 집중력 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간절함이 사라졌다. 힘과 기술 이전에 정신이 썩었다. 결과를 떠나 그 과정과 내용이 너무 부실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야구의 침체와 겨울이 길어질 것 같다는 암울한 생각을 떨쳐내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메이저리거가 불참하는 바람에 전력이 약화돼서 그렇다고 한다. 그 건 핑계다. 그런 측면도 없지는 않겠지만, 엄밀하게 따진다면 근년 들어 미국무대로 진출한 한국 타자들 가운데 온전한(풀타임) 메이저리거가 있는가. 괜스레 폄하, 비관할 필요는 없지만 그 게 한국 정상급 타자들의 현주소다.


이번 WBC 서울라운드는 KBO가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무릅쓰고 애써 안방으로 유치한 대회였다. 탄핵 정국 속에 불황으로 경제가 얼어붙어 대회 후원기업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비용은 비용대로 쓰고 10억 원 가량 적자 대회로 전락했다. 안방 활용은커녕 오히려 빚만 지게 된 꼴이다.

돌이켜보면 한국야구는 국제무대 호성적을 발판 삼아 프로리그를 살찌운 즐거운 기억을 안고 있다. 2006년 제1회 WBC 대회 4강 도약을 계기로 불꽃처럼 일어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과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 같은 국제무대의 성과가 KBO 리그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20013년 제3회 WBC 1라운드 탈락으로 충격을 받았던 한국야구는 이번 4회 대회마저 1라운드서 떨어져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기술적인 면에서 보자면, 한국야구의 취약성을 지적한 김성근(75) 한화 이글스 감독이나 김인식(70) WBC 대표팀 감독의 ‘타자 거품론’이 설득력이 있긴 하다. 김인식 감독은 진작부터 “3할대 타자들이 즐비하지만 수준급 외국인 투수들을 만나면 맥을 추지 못한다. 거품이 너무 끼었다”고 말해왔다.

2010년에 19명이었던 KBO리그 3할 대 타자는 14(2011년)→13(2012년)→16명(2013년)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2014년에 36명으로 급증했고, 2015년에 28명이었던 것이 급기야 지난해에는 규정타석을 채운 10개 구단 55명의 타자들 가운데 무려 40명이나 3할 대 타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급증 현상을 어떻게 정상으로 볼 수 있겠는가.

단순히 3할 타율을 타박하자는 게 아니다.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타율이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다. 그만큼 KBO리그 투수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반증이다. 스트라이크 존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타자들이 유리한 환경에서 3할 타자가 양산됐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자기도취가 대외 경쟁력 약화로 나타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타자들의 타율 추이 등을 고려해 ‘투고타저’ 또는 ‘투저타고’ 현상을 살펴가면서 룰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세하게 스트라이크존을 넓히거나 좁히는 조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KBO리그는 사실상 방치했다.

2006년과 2017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10년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한국야구는 10구단 체제로 몸집이 불어났고 FA 선수들의 실제 몸값은 풍선처럼 한없이 부풀어 100억 원 대를 진작 넘어섰다. 2010년대 들어 해마다 KBO 리그가 끝나면 선수들의 돈타령이 매스컴의 지면을 도배 해왔다. 그러는 와중에 해외원정 도박과 음주운전 물의 등 선수들의 일탈은 근절되지 않고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다 자업자득이다. 구단들이 스스로 과당 경쟁에 앞장서면서 한정된 선수 자원을 확보하려고 혈안이 된 덕분에 FA 선수들만 신바람을 냈다. 그네들이 몸값에 걸맞게 제 실력을 뽐내고 팬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으면 좋으련만, 아주 유감스럽게도 기대에 대한 배신과 실망감만 잔뜩 안겨줬다.

10구단 체제는 ‘외화내빈’이다. KBO 리그는 일본프로야구에 버금가는 규모로 외형을 키웠지만 ‘속빈 강정’ 꼴이다. ‘40명 3할 타자’와 ‘몸값 100억 원’의 외피를 두르는 사이에 소설가 황석영식으로 표현하자면, ‘겉멋만 잔뜩 들었다.’

2017년 봄이 오고 있지만 한국야구의 봄은 멀어졌다. 이제 한국야구는 냉정하게 자신을 되돌아봐야한다. 더군다나 2020년 도쿄올림픽 무대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근본적인 성찰과 리그를 강화하기 위한 총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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