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WBC 대표팀 강한 정신력과 투지가 넘쳐야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7.03.10 09: 45

2017 월드베이슬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은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였습니다.
대표팀 구성에서 추신수, 김현수, 박병호, 강정호 등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빠지고 베테랑 정근우도 부상으로 빠져 전력이 약해졌지만 이스라엘, 네덜란드, 대만과 겨루어 적어도 A조 2위 안에 들어 일본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 진출하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약체로 꼽힌 이스라엘에 10회 연장 끝에 1-2로 지고 네덜란드에게는 2013 WBC 때와 똑같이 0-5로 완패해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기대를 저버린 패전 이유를 놓고 각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정신력에 대해 신랄한 평가가 여럿 나왔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2006년 첫 WBC 대회가 열렸을 때까지만 세계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4강에 들어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남자 구기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제2회 WBC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숙적 일본을 수도 없이 꺾으며 야구의 본고장에서 마운드 위에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꽂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야구 인기가 국내 최고로 자리잡으면서 구단은 10개로 늘어나 저변이 확대되고 선수들의 연봉은 많아져 잘하는 선수는 FA(자유계약선수)가 되면 보통 50억원을 넘게 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에 따라 선수들의 정신력은 해이해지고 기량은 퇴보해 플레이가 느려지고 집중력은 사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대회를 독점 중계한 jtbc의 박찬호 해설위원은 한국-네덜란드전을 중계하며 "지금 덕아웃을 보면 파이팅을 외쳐주는 선수가 없어요. 분위기가 너무 침체 되어 있어요."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지난 3월 7일 네덜란드전을 중계하던 박찬호 위원은 한국이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끌려가자 생동감이 사라진 덕아웃 분위기를 꼬집으며 "이럴 때일수록 덕아웃에서 파이팅이 넘쳐야 한다. 과거 대회 때는 베테랑들이 그런 역할을 해줬다. 저도 그렇고 이종범 위원도 그랬다. 삼진 먹고 들어와도 괜찮다고 다독였다"면서 현 대표팀에는 정신적 지주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끈질긴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주자는 많이 내보냈으나 팀배팅에 의한 진루타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타격 컨디션은 둘째치고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은 것입니다.
주장을 맡은 유격수 김재호는 지고 있는데 웃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나왔고 0-5로 뒤진 8회초 1사1루에서 김태균이 병살타를 치자 헛웃음을 짓는 선수들의 모습도 방송에 노출돼 시청자들의 비난도 받았습니다.
반면에 이스라엘은 당초 A조 최약체로 꼽혔습니다. 이스라엘은 국제야구연맹(IBAF) 세계랭킹이 73개국 중 41위에 드는 약소국이고 이제까지 WBC 본선에 한번도 출전하지 못한 나라입니다.
한국은 3위이고 일본이 1위, 미국은 2위, 대만은 4위, 네덜란드는 9위에 올라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메이저리그 출신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국전 선발 등판한 제이슨 마퀴스(39)는 나이가 많았으나 빅리거로 2000년에 데뷔해 2015년까지 124승 118패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불펜 투수들의 기량도 마퀴스 못지않습니다. 이들은 요즘 열리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초청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었어도 이번 대회에서 잘 뛰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해 악착같이 경기를 펼쳤습니다.
한편 네덜란드는 한국전에서 선제 투런을 친 주릭슨 프로파(텍사스 레인저스 내야수)를 비롯해 보스턴 레드삭스의 젠더 보가츠, LA 에인절스의 안드렐톤 시몬스, 뉴욕 양키스의 디디 그레고리우스 등 현역 빅리거가 많고 한국전에서 선발로 나온 밴덴헐크는 삼성과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투수입니다.
그런데 네덜란드 대표팀의 주축은 자치령 퀴라소 출신들입니다. 베네수엘라 위에 붙어있는 작은 인구 15만 정도의 작은 자치령 섬입니다. 세계적인 내야수인 보가츠(퀴라소 옆 아루바섬 출신)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이 섬에서 자랐습니다.
이들은 잡초와 자갈투성이 환경에서 자라며 실밥이 다 풀어진 공으로 야구를 익혔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자연히 악착같이, 투지 넘치게 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의 베테랑들의 타선이 무기력한 바람에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전에서 패해 종전 국제대회 때와 달랐습니다. 3번 김태균 8타석 1안타 1볼넷, 4번 이대호 8타석 1안타 등으로 과거의 이승엽이나 이대호, 김태균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민병헌(30·두산)은 “국가대표로 뛴 4번 중 제일 어렵네요.”라며 답답함을 하소연했습니다. 그는“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에 비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자고 했으나 몸이 따라와 주지 않았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리고 대표팀을 향한 비난에 대해 “우리가 더 답답하다. 대충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해볼려고 했다. 이런 것을 잘 몰라주는 게 더 어렵다. 아마 형들도 많이 답답했을 것”이고 말했습니다.
대표팀은 9일 열린 대만과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회 11-8로 이겨 그나마 다행입니다.
만일 대만에게 패해 4위가 되면 다음 대회에서는 예선부터 참가해 브라질 등 먼 나라에 가서 예선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대만전에서 8-8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1사후 오재원과 손아섭의 연속안타로 만든 1사 1, 3루에서 양의지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고 대타 김태균이 좌월 투런 홈런을 날려 극적으로 이겼습니다.
오승환은 9회초 무사 2루 상황에서 등판해 10회말까지 무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는 쾌투를 했습니다.
한국은 다음 대회에서 투지 넘친 플레이와 강한 정신력으로 팀워크를 갖추어야한 팬들을 실망 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OSEN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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