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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남원 연예산책] '무한도전' 컴백, 오만한 불통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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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손남원 기자] 다음 주말 컴백하는 '무한도전'의 주인은 누구일까? MBC도 아니고 김태호 PD도 아니고 유재석 등 출연진도 아니다. 십 수년 세월, 토요일 저녁마다 본방 사수를 외치며 동고동락한 팬덤이 '무한도전'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무한도전'이 늘 의지하고 버티는 방패이자 때때로 급소를 비수로 푹 찌르는 모순이 여기에 존재한다.

현재 '무한도전'은 7주 동안의  잠정 휴업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제작진과 멤버들이 놀고 쉬면서 보내는 휴가와는 성격이 다르다. 다음 프로그램을 좀더 여유있게 준비하며 완성도를 높이려는 재충전이자 휴식 기간이다. 새로운 아이템 기획과 회의를 거듭했고 그 윤곽이 이번 주말 공식 SNS에 올라왔다. '2017년 신년특집 국민내각'이다. 최순실 국정농탄부터 박근혜 탄핵 인용까지 속 끓는 국내 정국을 시원하게 패러디하는 '무한도전'만의 재치가 엿보인다.

그렇다면 '무한도전' 팬덤은 어떤 7주를 보냈을까. 제작진보다 더 바쁜 듯 하다. 7주 휴방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그 과감한 결단에 박수를 보냈고 게시판 등에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는 중이다.  또 멤버 가운데 하나인 광희의 군 입대를 놓고 "잘 떠났다. 돌아오지마"와 "아쉽다. 빨리 돌아와" 등 상반된 시각으로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듯 '무한도전'의 팬덤은 아이돌 세계를 능가할 정도로 뜨겁고 집요하다. 무려 12년째 활활 타오르는 '장수무대'라는 사실이 완전히 다를 뿐이다. 대다수의 아이돌 팬덤은 길어야 4~5년 불꽃을 태운 뒤 길게 잔영을 남기며 사라진다. 10대나 20대의 특정 계층에 한정되는 성격도 강하다. '무한도전'의 경우 거의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유일무이의 팬덤이고 '무한도전'을 제 2의 '전원일기'나 '수사반장' 롱런으로 이끌고 있다.  

그만큼 아는 것도 많고 내부 사정과 역사에 밝다보니 입김 역시 세다. 제작진이 이들의 여론을 거스르기 어렵다. 멤버 영입 등의 중요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제작진은 팬덤의 호불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팬덤의 여론은 긍정과 부정, 두 가지 영향을 동시에 끼친다. 좋은 면은 제작진의 독주나 오판을 막는 완충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나쁜 면은 전진, 길, 광희 등의 진입과 하차에서 드러나듯 약이 지나쳐 독이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분을 방불케하는 의견 격돌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제작과 출연진을 믿고 한 발자국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성숙한 팬덤 의식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 PD와 유재석 등도 진정한 팬들의 기대에 온 정성으로 부응했기에 오늘의 '무한도전'을 만드는 게 가능했다. 오만하고 자만에 빠져 한 순간 내리막길을 탔던 과거 인기 예능들과 달리 늘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숙였다. 400회 특집 때 어처구니 없는 방송 사고에 대처하고 수습하는 모습이 그 단적인 예다. 

당시 한글 특집으로 꾸며진 방송에서 툭툭 끊기는 편집에다 전 주 방송분과의 중복 노출로 큰 사고를 냈다. MBC의 토요일 간판 예능프로이자 줄곧 토요일 예능 시청률 1위를 달리는 프로로서는 용인하기 힘들 수준의 잘못이었다. 더욱이 멤버들의 실제 말투에 비속어나 외국어가 얼마나 많은지 살피려고 몰래카메라를 찍은 데서 한글날의 의미를 오히려 깍아내리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오랫동안 팬덤의 당근과 채찍에 단련된 '무한도전'은 주저하지 않고 방송 직후 사죄의 글을 올렸다. 이번 박근혜 탄핵에서 밝혀졌듯, 대중은 공인의 잘못보다 이를 부인하고 거짓말하며 사과조차하지않는 뻔뻔한 불통에 치를 떨고 응징한다. 전성기의 최정점에서 순식간에 무너진 몇몇 예능도 이같은 불통과 철면피 행동으로 자멸했다.

'무모한 도전'으로 출발했던 '무한도전'은 지금까지 숱한 시행착오와 선로이탈, 방송사고와 갖가지 논란을 겪었다. 동고동락하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견제의 독설을 서슴지않는 팬덤이 있기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1000회 특집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옛 유행가 가사처럼, 아픔만큼 성숙해지는 법이니까.
mcgwire@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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