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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인식 감독, “야구가 아닌 인성교육부터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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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도와줘야겠어. 투수가 있어야 하지. 들려오는 게 (몸이)안 좋다는 선수들이 많다.”(2016년 12월 31일 전화 인터뷰)

“유능한 젊은 지도자들이 (대표 팀 감독 자리를) 외면할까 걱정이다. 앞으로 대표 팀 감독 자리가 보통 힘들지 않을 것이다. 기자들이 도와줘야 한다.”(2017년 3월 10일 전화 인터뷰)

앞의 언급은 김인식 제4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대표 팀 감독이 선수단 구성을 놓고 선수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몸을 사리거나 참가를 꺼리는 풍조에 대해 언론의 도움, 특히 오승환의 발탁에 대해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뒤는 한국이 예선 탈락한 뒤 김 감독이 어려움에 처한 한국야구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서 다른 의미에서 언론의 이해를 구하는 장면이다.

제4회 WBC는 기껏 안방(서울 고척돔)으로 유치했건만 한국의 예선 탈락으로 이젠 ‘남들의 잔치’가 돼 버렸다. 국제무대에서 스스로 소외된 한국야구는 ‘날개 없는 추락’을 했다. 코칭스태프는 경기 결과에 따른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일부 선수들의 행위는 팬들의 공분을 샀다. 대표 팀 감독은 흔히 ‘독이 든 성배’로 수식됐지만 이런 식으로는 그저 ‘독배’를 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야구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복귀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한국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의 영광도 그야말로 빛바랜 훈장이 되고 말 지경이다.

입술이 바싹 타 들어갈 정도로 서울라운드 대회 기간 내내 애를 태우고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인식(70) 전 감독은 우회적으로 한국야구, 한국야구 선수들의 ‘현재’에 대해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대표 팀은 최상의 선수 조합으로 최선의 성과를 내야한다. 제1, 2회 WBC대회 이후 한국 대표 팀은 성취동기가 흐려졌다. 그동안 한국 대표선수들의 국제대회 강력한 유인 요인이었던 병역혜택 같은 ‘비정상적인 당근’이 사라지자 투혼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김인식 전 감독은 이번 사태를 뭉뚱그려 “내가 볼 때 실력이 떨어진다.”고 정리했다.

-무엇이 문제였나.

“야구라는 게 투수 싸움인데 투수 능력이 확실히 떨어졌다. 지난 10여년 사이에 류현진, 김광현 같은 투수가 안 나왔다. 우리 국내리그에서도 ‘저 투수가 나오면 싫은데’ 하는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옛날 같으면 선동렬이나 최동원이 나오면 (타자들이) 싫어하지 않았나. 그런 위압감을 주는 투수들이 안 나온다.”

-이른바 ‘배부른 선수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물론 돈을 많이 받으면 좋은데, 거품이다. 2002년부터 중간에 간격이 있긴 했지만 대표 팀 감독 10여년 인데, 내가 볼 때 선수단을 구성해서 다루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뭔가 새롭게 가야한다. 돈을 많이 받으니까 달라졌다. 몸도 사리고. 선발과정부터 끝날 때까지, (선수가) 아프다 뭐다 해서 빠지고 집어넣고 이렇게 한 것도 처음이다. 예전에는 대표 팀을 구성하면 야구를 하는 데만 신경을 쓰면 됐는데, 외적으로 신경 쓸 일 많아졌다. 앞으로 대표 팀 감독은 보통 힘들지 않을 것이다. 후배들 감독들 힘들 것이다. 베테랑 기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 (후배들이 대표 팀 감독을)안하려고 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에, 비난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으레 몇 번은 깨진다고 생각하고 새롭게 가야한다. 비난을 받아도 등용해야하는데, 성적이 나쁘면 어렵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도쿄올림픽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10개 구단이 전적으로 밀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류현진 같은 투수가 안 나오는 까닭은.

“아마튜어 시절 훈련과정이 문제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힘을 쏟지만, 상체 힘이 아니라 하체 단련을 ‘어마어마하게’ 해야만 ‘힘 있는 밸런스’가 생긴다. 상체만 키워서는 소용없다. 그런 게 부족하다. 프로에서 간 코치들이 중, 고교선수들에게 손기술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팔꿈치가 일찍 망가진다. 아마에서부터 철저하게 시작해야 한다.”

-선수들의 진정성, 간절함 같은 자세를 문제 삼는 팬들이 많다.

“나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괌이나 이런 데서 무슨 골프대회를 하는 게 무지하게 보기 싫다. 내가 싫은 데 일반인들 눈에는 오죽하겠나. 모금을 해서 불우이웃돕기 운동을 하는 것은 수긍이 가지만 그런 것도 장난치는 식이 아닌, 남의 눈에 거슬리지 않게 조용히 하면 좋겠다. 언제부터 돈 벌었다고. 그런 행동이 사회의 지탄과 비판을 제일 받는 것이다. 그런 것을 조심해야 된다. 벌수록 숙이고 조심해야하는데, 바깥생활을 더 웃기는 식으로 하니까. 인성부터 교육시켜야 한다. 일선 지도자들이 잘 해야 한다. (대표 팀 전지훈련) 떠나기 한 일주일 전에 한양대 김종량 이사장을 만나 야구 현안에 대한 걱정을 나누었다. 김 이사장은 야구협회 부회장 하신 분이라 금방 자리가 안 끝나고 야구얘기로 길어졌다. 이번에 최순실 사태로 교육부가 몇 년 전에 졸업한 선수들의 졸업 경위까지 캐물었다고 한다. 앞으로 이런 것 어떻게 해야 하나. 선수들이 수업도 제대로 안 들어가는 현실 아닌가. 그래서 내가 (김 이사장한테) ‘먼저 선언을 하십시오.’라고 했다. 학생 야구 감독이 야구를 안 가르칠 수는 없지만 인성교육을 중요시 여기고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이젠 학교가 (선수들이)수업시간에 제대로 안들어 가고 어느 정도 점수(학점)를 따지 못하면 졸업을 못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류현진 같은 선수가 야구에 전념하지 않고 나올 수 있나.

“밤새도록 야구한다고 잘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운동선수가 공부를 잘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최소한 상식선을 알아야 되고 눈치가 생길 것이 아닌가. 야구도 머리를 써야 잘 한다. 일반학생이 100점을 맞아야 (입학을) 할 수 있다면, 체육특기자들도 30점을 받아야 가능하다고 선언을 해보시라는 제안이었다. 그래야 중, 고교 때부터 수업시간에 들어가고, 어쨌든 들어가다 보면, 아 이건 해야 되는구나 느낄 게 아니냐. 공부도 하면서 야구도 해야 한다.”

-중, 고교도 학부모들 호주머니 돈으로 해외전지훈련을 다녀오는 게 세태이고, 현실 아닌가.

“김응룡 야구협회장에게 ‘중, 고교 팀이 해외전지훈련을 못나가게 선언하시라’고 제안했다. 있는 사람이야 좋겠지만 없는 사람은 몇 달을 굶어야 하는데, 없는 사람들은 오, 육백만 원을 한꺼번에 내려면 너무 힘들지 않나. 그렇다고 해외전지훈련 가는데 돈이 안 들 수도 없고. 전국대회를 조금 늦춰서 4월말에 시작하던지 하면, 해외 전지훈련을 갈 필요가 없다. 날씨 탓을 해선 안 된다. 옛날에야 겨울에 야구를 했나. 산을 뛰고 했지. 이젠 그런 것들 안 하나. 겨울에도 따뜻한 데만 찾아다닌다. 앞으로 전담반 같은 걸 구성해서 우리가 어떻게 나가야 하는가, 근본적인 고민을 할 때가 왔다.”

1989년 제1회 잉창치배 바둑대회 결승에서 한국의 조훈현 9단에게 패한 중국의 네웨이핑 9단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졌지만 앞으로 후배들이 해낼 것”이라고. 중국 바둑은 네웨이핑 이후 상당 기간 한국의 이창호-이세돌의 위세에 눌려 지냈지만 근년 들어 다시 세계 최강자의 지위를 되찾았다. 그 동안 그네들이 기울인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야구는 다시 무너진 성을 쌓아야한다. 상투적이지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뼈저린 성찰을 바탕으로 재건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방 개구리’ 신세로 세계 야구의 변방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제야말로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머리를 맞대고 중장기적인 육성, 융성, 부흥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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