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원라인’의 사기꾼, 왜 임시완이냐고 묻는다면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7.03.21 07: 30

양경모 감독은 ‘미생’ 1화를 보고 바로 임시완에게 전화했다. 자신의 영화 ‘원라인’에 제격인 사기꾼이 나타났다는 것이 반가웠고, 기뻤다. 그를 통해 관객에게 ‘사기’를 칠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다.
“‘미생’ 1화를 보고 (임시완에게) 만나고 싶다고 전화를 했어요. 워낙 연기가 훌륭했기에 관객들에게는 ‘장그래’라는 인물이 각인 돼있을 테죠. 처음에는 장그래로 시작해 임시완의 다른 매력을 주자라는 것이 이번 영화의 포인트였어요.”
‘원라인’은 임시완의 작업에 제대로 감기는 영화다. 나쁜 짓이라고는 꿈도 못 꿀 거 같은 순진하고 순수한 얼굴로 무슨 말이라도 믿을 것 같은 신뢰 가득한 목소리로 사기를 친다. ‘미생’의 장그래를 떠올리고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면, 사기꾼 임시완에게 제대로 감긴다.

영화는 직업, 담보, 신분을 조작해 은행에서 대출받게 하는 ‘작업대출’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다룬다. 장르는 범죄 오락 영화. 사기계의 새싹 ‘민 대리’ 임시완,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 진구, 카리스마 넘치는 ‘박 실장’ 박병은, 익살스러운 ‘송 차장’ 이동휘, 도도한 ‘홍 대리’ 김선영가 신종 범죄 사기단으로 뭉친다.
수수한 옷차림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로 첫 등장하는 임시완은 영락없는 ‘장그래’다. 그러면서도 비상하고, 똑 부러지게 일처리를 마무리하는 모습까지도. 차이점이라면 원라인 속 ‘민대리’는 벌어지는 사건들로 변화를 거치는 입체적 인물이라는 점.
이 과정이 꽤나 흥미롭다.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가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민대리’라는 또 다른 임시완을 만나게 된다.
이 같은 양 감독의 의도가 기가 막히게 먹혀 들어간 비결은 그가 좀 더 고차원적인 생각으로 임시완을 캐스팅 했기 때문이다. 그는 20일 진행된 ‘원라인’ 언론배급 시사회 현장에서 “만나서 얘기를 해보니 지금까지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르게 강인하고 예리한 부분들이 있더라. 이면에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부분이 있다”고 배우 임시완을 평했다. ‘장그래’라는 표면적인 부분만을 보고서 캐스팅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이어 임시완은 “변신에 성공했는지는 모르겠다. 기존의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임에는 틀림이 없는 거 같다. 그런 새로운 캐릭터를 하면서 매력을 느꼈고, ‘이런 장르의 캐릭터도 할 줄 아는 구나’라고 생각해주셔도 감사할 거 같다”고 전했다.
임시완의 변신만큼이나 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다. 구성이 탄탄한 시나리오와 빠짐없는 연기력을 자랑하는 14명의 주조연 배우들, 임시완과 진구의 브로멘스, 이동휘의 코믹 연기, 첫 주연을 맡은 박병은의 악역 연기 등이다.
영화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joonamana@osen.co.kr
[사진] '원라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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