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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 1만 명 투입’ 전운 감도는 허룽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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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창사, 서정환 기자] ‘한국인 5명 이상이 모이는 장소는 반드시 미리 신고를 하라!’

현재 창사에 거주하는 한국인 교민들에게 중국 공안이 내린 명령이다. 한중전을 앞둔 현지의 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오는 23일 오후 8시 30분 중국 창사 허룽 스타디움에서 중국대표팀을 상대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22일 결전의 허룽스타디움에서 최종훈련을 마쳤다. 

지난 20일 국내에서 30여명의 취재진이 창사에 왔다. 생각보다 창사의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기자들이 거리를 활보해도 신경 쓰는 중국인들은 전혀 없었다. ‘사드 문제’로 양국의 갈등이 첨예하다는 보도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다. 

경기가 다가올수록 사정이 바뀌고 있다. 공안들은 여러 호텔에 분산돼 머물고 있는 국내취재진들에게 강제로 한 곳의 호텔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안전상의 이유를 들었다. 중국측은 경기장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200명 규모의 한국응원단이 경기장을 찾는다. 경기장 4만석이 만석인데 중국측에서 보안문제를 우려 80%만 채우라고 지시했다. 총 3만 1000석이 모두 만석 매진됐다. 한국응원단의 주변에 무려 1만 명의 공안들이 배치돼 중국응원단과의 접촉을 사전에 차단할 예정이다. 

교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외교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국내취재진이나 선수단, 응원단은 경기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교민들은 창사가 생활의 터전이다. 이들은 당장 외교문제로 사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너무 힘들다보니 사업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고민하는 교민들도 많다고 한다. 12년째 중국에서 사업하는 A 씨는 “중국에 온 이후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음식점의 경우 ‘이 점포는 사드배치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작성해 걸었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떠나 발길을 돌린 중국손님들을 붙잡기 위한 생존투쟁이다. 점포에 걸린 태극기만 봐도 항의를 하는 중국인들이 많아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한다. 

한국축구가 중국을 누르면 모든 한국인들에게 기쁜 일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흥분해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 정작 그 피해는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들이 입을 수 있다. 중국 측에서도 ‘외교문제를 운동장에 개입시켰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다. 운동장에서 돌발사태라도 터진다면 중국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축구의 통쾌한 승리를 바라면서도 마음껏 응원도 할 수 없는 것이 창사의 현실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창사=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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