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통신] ‘공한증 깼다’ 中 10만 인파 창사거리 행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3.24 06: 01

한국을 꺾은 중국은 축제분위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창사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 중국과 원정경기서 0-1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중국 원정 역사상 첫 패배를 기록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뜨거웠다. 중국인들은 경기시작 두 시간 전부터 3만 1천석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중국 필승’을 외치며 너도 나도 하나가 됐다. 3만 여명이 모두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광경은 장관이었다. 중국인들 모두가 일당백의 응원을 펼쳤다. 현장에서 느낀 박력은 6만 관중의 응원보다 거셌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전광판에 소개되자 엄청난 함성이 터졌다. 마치 종교집단에서 교주가 등장한 느낌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리피가 곧 종교였다. 반면 애국가가 울러 퍼질 때 태극기가 게양되자 엄청난 야유가 터졌다. 야유 때문에 애국가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이들의 혐한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극렬했다.
중국국가가 연주될 때 대형 오성홍기가 펄럭였다. 3만 여명이 일제히 국가를 합창하는 광경은 한국사람이 봐도 전율이 일 정도였다. 국가와 축구라는 교집합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묶을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전반 34분 위다바오의 선제골이 터졌다. 흥분한 중국 관중들이 일제히 ‘짜요’를 외쳤다. 관중석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자욱한 담배연기가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후반 막판 황희찬이 중국선수와 충돌해 신경전을 펼쳤다. 3만 명이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쳐나갈 것처럼 흥분했다. 일부 중국선수들과 스태프들이 규정을 어기고 그라운드에 난입했다. 하지만 주심은 아무런 제지나 징계도 하지 않았다.
경기는 중국의 1-0 승리로 끝났다. 1만 명이 배치된 공안은 그제야 웃음을 띠었다. 중국이 승리하며 크나큰 불상사는 면했다는 안도였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기자회견장에 드러냈다. 중국 기자들마저 이성을 잃고 박수갈채를 보냈다. 마치 종교집단에서 교주가 등장한 모습이었다.
공한증 타파에 관중들도 흥분했다. 허룽스타디움 주변은 공안병력으로 교통이 완벽하게 통제됐다. 경기가 끝난 뒤 창사의 대로에 10만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오성홍기를 들고 도로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창사시내 전체가 마비될 정도였다. 이들의 행진은 현지시간 자정이 가까워서야 비로소 끝났다.
한국교민은 “원래 중국에서 시가지 행진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흥분한 중국인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제지하는 공안은 없었다. 교통이 마비돼 집에도 가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자신을 한국인으로 여기며 경기장에서 한국을 응원했던 일부 조선족들은 SNS에 중국의 승리를 축하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였다고 한다. 교민은 “조선족들은 원래 자기이득에 따라 한국인이라 했다가, 또 중국 쪽에 붙기도 한다. 창사교민 입장에서 씁쓸하다. 나라를 잃은 기분”이라고 아쉬워했다.
한국교민들은 가뜩이나 요즘 사드배치 문제로 중국생활이 고달프다. 그나마 대표팀이 축구라도 이겨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중국전 패배로 인한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창사=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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