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 극복' 김동엽-정진기, SK 외야 판도 바꾸나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3.24 06: 26

수비가 아쉽다고 평가받던 SK의 ‘거포 유망주’ 김동엽(27)과 정진기(25). 이들이 SK 외야진의 판도를 다시 짤까. 시범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해 SK 주전 좌익수는 이명기(592⅔이닝)였다. 이어 박재상(291이닝)과 김재현(179이닝), 조동화(123이닝)도 좌익수로 세 자릿수 이닝을 돌파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나 성적은 마뜩찮았다. 이명기는 지난해 타율 2할7푼2리, 출루율 3할3푼2리, 1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14개의 도루보다 8번의 도루 실패가 더 눈에 띄었다. 이명기는 2014년 타율 3할6푼8리를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했고, 2015년에도 타율 3할1푼5리로 제몫을 다했다. 그래서 그의 부진이 더 아쉬웠다.
이명기가 주전 자리를 굳히지 못하자 그의 자리를 넘보는 이가 늘어났다. 올 시즌을 앞둔 SK의 외야진 역시 과포화 상태다. ‘짐승수비’ 김강민의 중견수 자리는 굳건하다. FA(프리에이전트)를 앞둔 정의윤 역시 우익수 주전 자리를 예약했다. 남은 자리는 좌익수. 이 자리를 두고 김동엽과 정진기, 이명기, 조동화, 박재상, 김재현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좌익수 자리 때문에 고민이다. 후보군에 포함된 모든 선수들이 독기를 품고 덤벼들며 인상적인 모습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힐만 감독은 “시범경기를 다 끝내봐야 알 것 같다”라며 즉답을 유보했다.
시범경기에서 기회를 받는 건 정진기와 김동엽, 그리고 이명기다. 여덟 번의 시범경기에서 SK 좌익수로는 이명기가 네 차례, 김동엽이 세 차례, 정진기가 한 차례씩 선발출장했다. 정진기는 중견수와 우익수로 번갈아가며 출장했다. 김동엽은 좌익수로 출장하지 않은 경기에서 우익수나 지명타자로 꾸준히 나서고 있다. 18일 KIA전 한 차례 결장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고 있다.
김동엽과 정진기의 경쟁은 지난해 힐만 감독 부임 직후 일본 가고시마에서 치러진 유망주캠프에서 시작됐다. 당시 캠프에 참가한 24명의 선수 중 김동엽, 정진기에 한동민까지 외야수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경쟁은 미국 플로리다 전지훈련부터 김동엽과 정진기의 2파전으로 축소됐다. 힐만 감독이 꼽은 스프링캠프 MVP는 정진기와 김동엽, 박종훈, 오수호였다. 정진기와 김동엽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보였다는 점을 이유로 이들을 MVP로 꼽았다. 두 선수 모두 수비에서 달라졌다. ‘공격은 괜찮은데 수비가 아쉽다’는 평가를 듣던 이들이 수비로 반전에 성공한 것.
물론 경쟁은 득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SK의 외야 경쟁은 아직까지 득에 가깝다. 김동엽은 22일 경기서 3안타(1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두른 뒤 “치열한 외야진 경쟁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만드는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개막 엔트리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주전 우익수 정의윤이 지명타자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코너 외야 두 자리 모두 주인이 없는 상황이 된다. 힐만 감독이 정진기에게 꾸준히 우익수 테스트를 맡기는 이유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의 외야진의 축은 여전히 김강민이다. 김강민의 좌우측 파트너는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ing@osen.co.kr
[사진] 김동엽(위)-정진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