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노장' 박기원 감독의 경험이 바꾼 1차전 승자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3.25 15: 51

1세트 결과를 단번에 뒤집은 박기원 감독의 ‘매의 눈’이었다. 이 판단 하나가 1차전 승부를 갈랐다.
대한항공은 25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미차 가스파리니가 21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그러나 1세트 패배를 뒤집은 박기원 감독의 집중력도 승리의 결정적 요인 중 하나다.
박기원 감독은 지난해 4월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대한항공은 "팀의 약점인 리더십 부재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라며 "지도 경험이 풍부한 박기원 감독을 믿는다"라고 밝혔다. 박기원 감독은 V-리그 최고령 감독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됐다.

그렇게 맞이한 시즌. 대한항공은 4라운드부터 1위에 올라섰다. 독주를 펼치는 듯하다 6라운드 초반 연패에 빠지며 우승을 확정짓지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 홈경기서 삼성화재를 3-2로 꺾고 간신히 자력 우승을 확정지었다.
박기원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은 데 이어 인터뷰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백전노장에게도 감격적인 우승이었던 것.
그러나 마냥 감상에 젖어있기에는 챔피언결정전이 남아있었다. 박 감독은 경기 전 "1차전이 중요하지만 우승과 직결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현대캐피탈 전력 수준이 굉장히 좋다"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반면 11일 만에 경기를 치르는 대한항공에게는 경기력 저하 우려가 뒤따랐다. '맞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박기원 감독님은 경험 많은 지도자다"라며 치켜세웠다.
경험의 힘은 승부처에서 제대로 발휘됐다. 대한항공은 1세트 시작과 동시에 내리 석 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이내 세터 한선수가 김학민과 가스파리니를 적절히 활용하며 흐름을 되찾았다.
팽팽한 시소게임, 24-23, 현재캐피탈의 세트 포인트 상황에서 송준호의 오픈 공격이 성공했다. 하지만 박기원 감독이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송준호의 팔이 네트를 넘어갔다는 지적이었다.
판독 결과 송준호의 오버 네트로 판정이 번복됐다. 비디오 판독에도 한참의 시간이 걸릴 만큼 애매했던 상황이었다. 그걸 짚어낸 박기원 감독의 통찰력이 빛을 발한 부분이다. 수십 년간 지휘봉을 잡은 경험 덕에 긴장하지 않고 승부의 맥을 제대로 짚어낸 것이다.
1세트를 패할 뻔했던 대한항공은 24-24 듀스로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었고, 김철홍의 블로킹으로 먼저 앞서나갔다. 송준호의 오픈 득점으로 맞은 두 번째 듀스. 한선수와 김학민의 콤비네이션이 연달아 득점으로 이어지며 1세트는 대한항공의 차지로 돌아갔다.
만일 1세트 결과가 현대캐피탈의 승리로 끝났다면 2세트, 더 나아가 전체 경기 승자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이후 2세트와 3세트 모두 팽팽했던 것이 이를 증명한다.
박기원 감독은 "1차전은 그냥 5세트 경기의 1세트일 뿐이다"라고 과한 긴장을 경계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이제 1세트가 끝났다. 박기원 감독의 '매의 눈'이 2차전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챔피언결정전의 재미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ing@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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