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적' 시리아, 국민을 위해 경기장 나선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7.03.28 06: 00

'난적' 시리아가 완전 정신무장된 상태로 한국을 기다리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을 치른다.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최약체는 누구나 시리아를 손꼽았다. 하지만 최약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시리아는 조 4위(승점 8점)로 한국(2위, 승점 10점)과 우즈베키스탄(3위, 승점 9점)을 바짝 쫒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시리아 원정경기(말레이시아 중립경기)에서 '침대 수비'에 고전하며 0-0 무승부에 그친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27일 공식 인터뷰에서 인정한 대로 시리아는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가장 효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리아는 6경기 동안 2골만을 넣었지만 마찬가지로 2골만을 내주며 2승 2무 2패를 기록하고 있다. 시리아는 1-0으로 지거나 이기고, 0-0으로 비기면서 끈끈한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시라아는 지난 23일 우즈베키스탄과 말레이시아에서 가진 홈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짜릿한 1-0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올렸다.
▲ 시리아 월드컵 예선 전적
우즈베키스탄 원정 0-1 패배
한국 홈(말레이시아) 0-0 무승부
중국 홈(말레이시아) 1-0 승리
카타르 원정 0-1 패배
이란 홈(말레이시아) 0-0 무승부
우즈베키스탄 홈(말레이시아) 1-0 승리
시리아는 2011년 초 민주화 요구 시위로 촉발된 내전이 아직 멈추지 않았다. 독재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립으로 시작한 시리아 내전은 독립을 원하는 쿠르드 족과 신정국가 건설을 추구하는 극단주의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 세력 확대를 기도하는 알카에다 계열의 무장조직까지 가세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시리아 내전으로 6년간 시리아 국민 중 40만 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7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하였다.
고통에 빠진 시리아 국민들에게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대표팀의 선전은 한 줄기 희망 그 자체이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인 시리아 대표팀 아이만 알하킴 감독도 "시리아 대표팀의 선전이 시리아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는 웃음을 그치고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는 "시리아 선수들이 이뤄낼 성과가 시리아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길 바란다. 6년 동안 시리아 국민들은 내전의 고통에 떨고 있다.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하며 각오를 내비쳤다.
시리아 대표팀의 주장 피라스 알카팁 역시 "내전 이후 5년 만에 시리아 대표팀에 복귀해 시리아 국민을 위해 축구를 할 수 있는 게 좋았다. 경기를 통해 국민의 슬픔을 덜어주고 싶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어려운 국내 사정으로 인해 시리아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지원받은 약 200만 달러의 금액으로 이번 최종 예선을 치르고 있다. 코치 월급이 월 100달러도 안 되는 힘든 상황에서도 선전을 이어나가는 것은 대표팀 모두가 하나로 뭉쳐 자국민들을 위해 뛰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대표팀은 코치진, 선수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국민을 위해'라는 목표로 뭉쳐 연이어 좋은 결과를 만들고 있다.
시리아는 승리에 대한 절실한 갈망을 가지고 한국과 맞선다. 한국 역시 대표팀 선수와 코치진 전원이 경쟁심과 승리에 대한 절실함을 되살려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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