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3] IBK를 왕좌로 이끈 무기, 선수단 사이 신뢰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3.31 06: 16

힘든 시기가 잦았음에도 이를 극복한 원동력. 그것은 바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었다.
IBK기업은행은 30일 화성 실내체육관서 열린 흥국생명과 ‘2016-2017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을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하며 왕좌에 올랐다. 창단 6년 만에 맞이한 세 번째 우승.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우승컵을 들어올린 직후 취재진에게 “올 시즌은 유독 힘들었다”라고 토로했다. 이 감독은 특히 “(김)사니가 부상으로 빠질 때 ‘올 시즌은 이대로 끝인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선수들이 꿋꿋이 위기를 헤쳐나갔다”라며 공을 돌렸다.

챔피언결정전 일정만 봐도 고생이 이어졌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3일 동안 7경기를 치렀다.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정규시즌 경기였어도 피로감이 상당할 일정. 그보다 몇 배는 더 힘들다는 포스트시즌의 살인적 일정이 이어진 것이었다. 이정철 감독도 "사령탑을 잡은 이후 이렇게까지 훈련 없이 경기를 치른 건 처음이다"라고 밝힐 정도였다.
그런 IBK기업은행을 지탱한 건 서로에 대한 신뢰였다. 이정철 감독은 “선수들 모두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잘 견뎌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라며 공을 돌렸다. 특히 이 감독은 “사니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이)고은이 잘 버텨줬다. 5라운드 전승을 이끌며 라운드 MVP를 받지 않았는가”라며 이고은을 칭찬했다.
선수들도 서로를 격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희진은 박정아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김희진은 “(박)정아에게 많이 의지한다. 이렇게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기에 나설 때 엄청난 힘이 된다. 참 든든하다”라고 밝혔다. 김희진은 본인의 컨디션이 저조할 때면 언제나 “정아야, 오늘은 네가 해줘야 돼”라고 당부했다. 반대의 경우 박정아도 마찬가지.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지 않으면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이다.
김사니 역시 마찬가지. 그는 챔피언결정 3차전이 끝난 직후 “챔피언결정전까지 왔는데 고은이나 나 중 누가 나가는 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은 뒤 “그저 팀의 우승만을 생각하고 있다. 벤치에서 시작하더라도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괜찮다”라며 최고참 선수다운 의젓함을 뽐냈다.
김희진은 “정말 힘들었던 만큼 기쁨이 크다. 동료들과 나누고 싶다”라고 밝혔다. 챔피언결정전 MVP 매디슨 리쉘 역시 “선수들이 함께 잘 싸웠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라며 공을 양보하는 모습이었다.
김희진과 박정아, 김사니 모두 FA(프리에이전트)를 앞두고 있다. 리쉘의 트라이아웃 재참가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어쩌면 이 멤버가 코트에서 함께 뛰는 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서로 더 간절했고 배려했다. 이 점이 IBK기업은행이 숱한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왕좌에 오른 이유일 것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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