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2번 벗은 차우찬, 승리만큼 예의도 빛났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4.05 05: 57

'예의+승리' 차우찬의 데뷔전, 완벽했다
 마운드에서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플레이볼에 앞서 삼성 선수단과 관중석을 향해, 그리고 경기 도중 삼성의 레전드 이승엽을 향해서도 고개 숙였다.
차우찬(30)이 LG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에서 기분좋은 첫 승을 거뒀다. 승리 만큼 예의도 빛났다.

차우찬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 개막전 선발로 나서 6⅓이닝 8탈삼진 무실점으로 마수걸이 승리를 기록했다. 완벽한 피칭이었다. 
최고 148km 직구로 타자를 윽박질렀다. 유리한 카운트에선 날카롭게 휘는 슬라이더와 아래로 떨어지는 스플리터로 매 이닝 삼진을 솎아냈다. 2회 2사 만루, 5회 1사 1,2루 그리고 6회 1사 1,2루 위기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범타로 위기를 벗어났다. 
타선이 초반 9점을 뽑아줘 편안한 상태에서 위력적인 구위가 나왔다. FA 이적 후 첫 등판, 친정팀 상대로 부담감까지 더해졌지만 첫 단추를 잘 꿰었다.
눈길을 끈 것은 삼성 선수단을 향한 차우찬의 마음이었다. 차우찬은 이날 선발 투수라 경기 전 삼성 덕아웃을 찾아가지는 않았다.
대신 1회초 경기 시작에 앞서 모자를 벗고 3루쪽 삼성 덕아웃과 관중석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지난 11년간 뛰었던 삼성을 향한 예의였다. 옅은 미소를 머금은 차우찬의 인사에 3루측 관중석에선 가벼운 박수소리가 나왔다. 야유는 없었다.
2회초 이승엽이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자, 차우찬은 다시 한번 마운드에서 왼손에 모자를 쥐고 이승엽을 향해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다소 긴장된 표정.
차우찬은 이날 타석에 들어선 삼성 타자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승엽만 예외였다. 그는 경기 후 "포수 유강남의 로케이션 대로 던졌고, 삼성 타자는 일부러 안 쳐다봤다. 이승엽 선배한테만 눈을 마주치고 인사했다"고 했다. 
특별히 이승엽에게만 인사한 것을 묻자, 차우찬은 "이승엽 선배가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데, 은퇴 시즌에 상대팀으로 맞붙게 됐다. 그동안 같은 팀으로 뛰면서 한 번도 상대할 일이 없었는데 영광이다. 자동적으로 인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 전 김한수 삼성 감독은 "최형우는 (대구에 왔다가) 야유를 받고 갔는데, 차우찬은 여기가 LG 홈이라 환대 받겠죠"라고 말했다.
7회 1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갈 때 LG팬들은 '차우찬'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승리와 함께 예의까지 보여준 차우찬의 LG 데뷔전은 완벽했다. 
/orange@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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