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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메리트’의 덫과 독(毒)

한국 프로야구가 1982년에 출범한 이래 공공연하게, 또는 은밀하게 선수들을 길들여온 방법 중의 하나가 이른바 ‘메리트(merit bonus)’였다. 메리트는 구단이 성적을 내기 위한 방편으로 써먹었던 대표적인 ‘당근’이었다. 팀 성적 향상의 유인책이었다.

구단이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좋게 말하자면 ‘전가보도(傳家寶刀)의 활용’이었지만 그 폐해도 적지 않았다. ‘조자룡 헌 칼’처럼 돼버린 메리트가 실제로 위력을 발휘했는지도 의문이다.

시즌 막판에 절박한 상황에서 구단들이 일종의 선수, 선수단 포상 책으로 경기를 이길 경우, 더군다나 라이벌 구단과의 경기에는 5000만 원이나 1억 원의 거액을 내걸기도 했다. 너나할 것 없었던 이 같은 메리트의 횡행은 순기능 보다 선수, 구단 간 위화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줬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메리트를 외면한 구단에 대한 불만으로 예전에는 선수들이 고의적으로 느슨한 경기를 하거나 태업을 한다는 풍문도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1980년대의 삼성 라이온즈는 메리트제를 시행했던 대표적인 구단이다. 우승에 목말랐던 삼성은 경기당 승리 메리트는 물론 경기 때마다 승리, 세이브투수, 결승타, 홈런, 안타 등 여러 항목에 돈을 내걸고 선수들의 분발을 의도적으로 ‘조장’했다. 항간에선 메리트 액수가 많아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까지 나돌 지경이었다. 구단 살림살이가 쪼들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도 연봉을 제대로 올려 받지 못했던 해태 타이거즈 선수들은 그런 삼성 선수들에 대한 처우를 늘 부러워했다.

삼성의 메리트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 1980년대에 삼성 구단에서 간부로 일했던 이가 옛일을 더듬어 확인해준 바에 따르면 삼성 구단이 다른 구단에 비해 구단 비용을 2, 30% 더 쓴 것은 사실이나 외부에서 본 것처럼 ‘엄청난 돈’을 선수들에게 풀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출루를 하거나 안타나 홈런, 승리타점을 올리면 얼마, 승리투수나 세이브 투수에게 얼마’하는 식으로 돈을 내걸었던 것은 맞지만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이 방식을 접었다고 전했다.

연봉 외에 구단이 선수들(선수단)을 격려나 포상하는 방법은 여러 갈래가 있다. 이를테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거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하면 공식적인 배당금과 모기업의 격려금을 보태 선수 공헌도에 따라 차등 분배하고, 구단주 등이 경기장에 나가 선수단을 격려하게 되면 으레 두툼한 봉투를 건네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번에 말썽이 난 메리트를 공식화하는 방법 따위가 있다.


지난해부터 구단들이 합의해 메리트를 철폐했다. 그 뒤 각 구단 선수들이 그에 대해 조직적인 반발이나 저항은 일으키지 않았지만 불만이 잠재해 있었던 모양이다. 시즌 직전에 불거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표현대로라면 “작년부터 선수단에 대한 지원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구단행사 참여 등 선수들의 경기외적 부담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선수복지 차원에서 선수들에 대한 수당이나 보상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2017년 3월 28일치 선수협 보도자료)한 것이 그만 여론의 호된 철퇴를 얻어맞았다. 급기야 이호준 선수협 회장이 사퇴하는 선에서 이 일이 일단 봉합되기는 했으나 사태가 완전히 아퀴 지어진 것은 아니다.

선수협이 보여준 행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선수들 전체 복지 차원에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려면 합당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옳다. FA 문제라든가 외국인선수 기용, 최저연봉제 같은 현안은 공청회를 연다든가 해서 명분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고액 연봉선수들이 아닌 소외된 퓨처스 선수들에 대한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선수협이 할 일이다.

이순철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 회장(SBS 스포츠 해설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저액연봉자나 퓨처스 선수들, 소외된 선수들을 위한 정책 개선 접근 노력을 선수협이 얼마나 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뭉뚱그려 메리트라고 표현할 수 있는 선수협의 요구는 그 방법이 서툴렀고, 더군다나 하필이면 시즌 개막 직전이어서 그 시점이 몹시 거부감을 주었다. 느닷없이 구단에 불쑥 내민 요구가 팬 서비스와 연결돼 불쾌감과 비판을 자아낸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일이야말로 시즌이 끝난 뒤 깊이 있게 문제점을 짚어보고 진정성을 담아 공표하는 것이 바른 절차일 것이다.

이번 사태의 과정에서 팬들을 당혹케 한 것은 팬서비스 행사에 대한 선수협의 인식이었을 것이다. 사실 시즌 뒤 순수한 팬서비스는 선수들의 의무로 봐도 좋다. 선수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해 어떤 대가를 결부시킨다는 것은 우리네 정서로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여태껏 선수들에게 그 같은 ‘비뚤어진 인식’을 심어준 구단들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메리트는 청산해야할 구태임이 분명하지만 비시즌에 구단들이 선수들을 ‘동원’해 일방통행 식으로 치르는 행사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비시즌에 치르는 구단 행사에 수익사업이 결부돼 있으면 선수와 합의해 수익을 배분하고, 그렇지 않은 순수 팬서비스 행사는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토록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의 합리적인 방식을 본 따는 게 어떨까. 만약 순수한 팬서비스를 마다하는 선수(스타)가 있다면 ‘미운 선수’를 그대로 평가하면 될 일이다.

이 참에 덧붙여 말할 것은, 이른바 100억 원대의 고액 몸값 FA 선수들이 그들의 오늘이 있게 해 준 팬이나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어떤 ‘봉사’를 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은 여전히 메이저리그나 일본 선수들에 비해 공을 들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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