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그만뒀던 허정협, 6할 타자로 ‘인생역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4.12 10: 00

이렇게 사연 많고 절실한 선수가 또 있을까. 허정협(27, 넥센)이 넥센의 또 다른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넥센은 11일 오후 고척 스카이돔에서 벌어진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와 1차전서 12-2로 대승을 거뒀다. 개막 후 5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넥센은 반전의 4연승을 달렸다. 
가장 인상적인 타자는 허정협이었다. 이날 허정협은 4타수 3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담장을 두 번이나 맞추는 등 괴력이 돋보였다. 시즌 13타수 9안타의 허정협은 타율 0.692를 기록 중이다. 삼진을 한 번 당하기 전 허정협의 타율은 무려 0.750에 달했다. 6경기 밖에 뛰지 않았다지만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경기 후 허정협은 힘이 좋다는 기자들의 칭찬에 수줍어 어쩔 줄 몰랐다. 타석에서 매섭게 방망이를 휘두르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럴 만했다. 허정협은 인천고시절 투수였지만 프로지명에 실패했다. 야구명문이 아닌 서울문화예술대에 진학해 타자로 전향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야구를 그만두고 현역입대를 선택했다. 전역 후 야구의 꿈을 다시 키운 그는 2015년 뒤늦게 신고선수로 넥센에 입단했다.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은 허정협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허정협은 2015시즌 신고선수로서는 유일하게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2015시즌 2군에서 전체 홈런 2위(19개)를 기록하며 거포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허정협은 2016시즌 1군 13경기에 나와 17타수 3안타 타율 0.176으로 별로 보여준 것이 없었다. 
2017시즌은 허정협에게 기회의 해였다. 대니 돈 등 주전급 외야수들이 부진한 틈을 타 허정협이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허정협은 6할 타자의 위용을 보이며 외야경쟁에서 강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장정석 감독은 “허정협은 정말 좋은 선수다. 붙박이 주전은 없다.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하고 있다”면서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다. 
허정협은 “1군에서 2경기 연속 3안타는 처음이다. 행운의 안타도 있었다. 운이 좋았다. 대학에서 2년을 했지만 프로에 와서 제대로 타자를 배웠다.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면서 강한 의욕을 보였다. 
잡초처럼 바닥에서 치고 올라온 허정협은 치열한 팀내 외야수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작년에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지만 올해 대처능력이 좋아졌다. 난 장타력이 좋다. 외야경쟁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된다. 선수라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우타거포란 말에 너무 감사하다. 원래 힘이 좋다”며 웃었다. 
허정협의 목표는 어쩌면 소박했다. 그는 “작년에는 1군에 왔을 때 조급했다. 올해는 계속해서 1군 경기에 나가고 싶다. 감독님이 편하게 해주셔서 부담이 덜하다. 1군에서 야구하는 것만 해도 감격이다.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며 굳은 각오를 보였다. 
신고선수에서 1군으로 올라선 허정협의 노력은 모든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런 선수들이 끝없이 등장하기에 넥센 야구가 강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척=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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