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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김동엽, 박세혁, 이정후 등 ‘2세들의 찬란한 봄맞이’

“아버님, 성공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아들아, 네가 그 험하고 낯선 땅에다/ 식은 땀 흘리며 깃발을 세울 때마다/ 그 꿈들이 덧없이 꺾여 질 때마다/ 애비도 너의 깃발을 가슴에 묻어둔다…”

(강세환 시인의 시집 『바닷가 사람들』(창작과 비평사, 1994년) 중 ‘아들에게’에서 발췌 인용)

4월15일, 두산 베어스 박세혁(27) 포수가 마산구장에서 열렸던 NC 다이노스전에서 생애 첫 만루 홈런을 날리고 덕 아웃으로 돌아와 동료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는 순간, 그의 아버지인 박철우(53) 두산 타격코치가 말없이 아들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해주는 장면이 TV 중계방송에 잡혔다. 백업포수로 묵묵히 주어진 제 할 일을 해내는 아들에 대한 대견스러움을 아버지는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2017 프로야구 KBO리그 초반, 박세혁을 비롯해 김동엽(27), 정의윤(31. 이상 SK 와이번스), 이정후(19. 넥센 히어로즈)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른바 ‘2세 야구선수들’이 팬들의 굄을 아낌없이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새내기 이정후는 워낙 대스타 출신인 세칭 ‘바람의 아들’ 이종범을 아버지로 둔 덕분에 일찌감치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세는 나이로 갓 스물이 선뜻 믿기지 않는 그의 타격솜씨는 아버지 못지않다는 칭찬도 벌써 듣고 있다.


숱한 야구선수 출신 아버지들의 아들들이 그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같은 길을 걸었지만 ‘멀고 험한 길’에서 중도하차 하거나 딴 길을 찾아간 데 비해 앞에 거론된 선수들은 비로소 이제야, 또는 시작부터 ‘부전자전’의 자질을 드러내고 있는 터이다.


그들 가운데 김동엽은 지난해 4번 타자였던 선배 정의윤이 올 시즌 초반에 부진한 틈을 타 트레이 힐만 감독의 낙점을 받아 SK 새 4번 타자로 눈부신 활약상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김동엽은 한화 이글스 포수였던 김상국, 정의윤은 롯데 자이언츠 포수였던 정인교의 아들로 잘 알려져 있다.

그 누구보다 김동엽의 ‘야구인생 반전(反轉)’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SK가 개막 6연패 뒤 7승1패로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등의 중심에 김동엽이 자리 잡고 있다. 북일고 시절 거포의 자질을 인정받고 2009년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던 김동엽은 2012년 시즌 뒤 어깨 부상으로 큰 꿈을 접었고, 시카고 컵스에서 풀려났다. 김동엽은 귀국 뒤 공익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쳤고, 2015년 8월 ‘트라이아웃’을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SK는 2016년 신인선수 선발 때 그를 2차 9번, 전체 86번으로 지명했다. 그의 2016년 연봉은 2700만 원, 올해는 4700만 원이다.

SK의 부름이 없었더라면 김동엽은 자칫 야구 판의 미아로 떠돌 수도 있었다. 오른 어깨 수술이 빌미가 돼 시카고 컵스가 내쳤던 김동엽은 군복무 등으로 3년간 선수생활을 온전히 쉬었다. 게다가 트라이아웃 당시 그는 오른손목을 다쳐 왼손으로 공을 던졌다. 다른 구단들이 부상으로 인한 수비력에 의문을 품고, 공백 기간이 길었던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쳤던 이유다.

SK가 우여곡절 끝에 그를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횡재’에 가깝지만, 그 이면에는 치밀한 스카우트의 개가라고 평가해야 마땅하다. 김동엽의 꺼져가던 야구 항로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이 SK 민경삼 전 단장과 송태일 당시 스카우트였다.

“2015년 8월, 외국진출 한국선수들 트라이아웃 때 10개 구단의 표적은 제물포고를 나와 LA 다저스로 갔던 내야수 남태혁이었지만 kt가 데려가 버렸다(2차 1순위). 팀이 거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터여서 김동엽이 눈에 들어왔다. 김동엽의 파워는 여태껏 봐왔던 선수 중 최고였다. 발도 빠른 선수였다. 공교롭게도 트라이아웃 당일에는 손목이 아파 왼손으로 공을 던지고 티 배팅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내부 논의 때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김동엽이 제일 좋았을 때의 동영상도 세밀하게 검토해 보고 민경삼 단장이 적극적으로 도와줘 후순위로나마 지명할 수 있었다.”(송태일 당시 스카우트의 말)

SK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지명했지만 김동엽은 3년간의 공백으로 말미암아 경기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선수의 도약에는 ‘필연 같은 우연’이 따른다. 지난해 1군 무대 57경기에 나가 6홈런을 날려 가능성을 인식시켰던 김동엽은 올해 최승준의 부상으로 기회를 다시 잡았다. 무엇보다 힐만 감독이 그의 자질을 눈여겨보고, 더군다나 팀이 부진에 빠지자 정의윤을 대신해 4번 타순에 기용한 것은 놀랍다. 힐만의 눈은 정확했다.

김동엽은 한화와의 3연전(4월14~16일)에서 15, 16일 두 게임연속 홈런 포함 11타수 6안타, 5타점을 올려 팀이 싹쓸이 승을 거두는데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이번 3연전을 계기로 이제 그의 장타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됐다. 그의 활약에 배가 아픈 다른 구단 관계자들이 ‘SK가 트라이아웃 때 김동엽을 시켜서 일부러 아픈 시늉을 해 못 뽑게 작전을 쓴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만도 하다.

현재 SK 육성팀을 관리하고 있는 송태일은 “그런 오해 아닌 오해도 받았다. 김동엽은 힘이 천하장사다. 티 배팅을 할 때 보면 그물망이 찢어 질 것 같다. 중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웨이트 트레이닝에 몰두한다.”면서 “하지만 4번 타자로 저렇게 잘 할 줄은 솔직히 몰랐다.”며 웃었다.

김동엽은 예의가 바르고 밝다는 소리를 듣는다. 야구 욕심도 많다. 어렵사리 되찾은 야구 인생 길, 한 눈 팔지 않고 야구에만 열중하는 그에 대해 힐만 감독은 “근년에 본 메이저리그나 일본 타자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파워가 좋다”고 치켜세운다.

김동엽은 변화구 대처능력이 좋다. 지난해에는 높은 공에 헛손질하는 일이 잦았지만 경기감각이 되돌아온 올해는 부쩍 달라졌다. 높은 공이 그에게 걸려들면 에누리 없이 장타로 연결된다. 그 스스로 “지난해 경험으로 공부가 됐고 타석에서 여유가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도 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스카우트 세계에선 선수의 감별 능력이 중요하다. 사소한 정보, 선수의 숨은 이력을 놓치지 않는 예리한 시선이 필요하다. 김동엽의 성공 사례에서 스카우트계의 불문율을 떠올린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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