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18년차 밴드’ W가 꾸는 꿈, 그리고 코나의 컴백 선언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04.17 15: 35

[OSEN=김관명기자] ‘18년차 밴드’ W(배영준 한재원 김상훈)가 지난 3월31일 EP ‘I AM’을 냈다. 2016년 3월 EP ‘Desire’ 이후 1년여만이다. 수록곡 9곡을 일청해보니, 일단 일렉트로니카 장르답게 레이어가 풍성한 전자음이 상쾌하다. 신현희, 테이, Why, 조현아, 마이노스, 고영빈 등 매 트랙에 참여한 피처링 보컬들의 저마다 음색을 음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W 리더 배영준을 만나 새 앨범을 같이 들어보며 인터뷰를 가졌다. 거두절미하고, 각 트랙에 대한 배영준의 코멘터리부터 스타트!
서(序) = 굉장히 중요한 트랙이다. 한 앨범을 끝까지 들을 수 있느냐는 첫 곡에서 결정된다. 연주곡이라 지루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음악을 만드는 사람인 이상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싶은 욕심이 있다. 사운드를 어떻게 쌓아갈까 고심을 많이 한 곡이다.
선언(宣言. feat. 신현희) = 가장 먼저 완성한 곡이다. 처음 떠오른 멜로디 라인은 분명 트로트였는데 이상하게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쨌든 이 곡으로 인해 다른 수록곡의 전체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었다. 신현희(신현희와 김루트)가 너무 수고했다. 신현희와 김루트가 워낙 재미있고 유쾌하며 명랑한 듀오라 나도 이 곡의 가사를 코믹하게 쓰려 노력했다. 재미난 경험이었다.

일격(一擊. feat. 테이) = 전반부는 1960년대 서프록(Surf rock)이다. 사실 끝까지 이 느낌으로 가려했지만, 주위에서 하도 후반부에는 반드시 일렉트로닉이 나와야 한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 서프록에 일렉트로닉이라니, 균형이 안맞는다 생각했다. 하지만 테이의 목소리로 인해 앞뒤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이게 바로 보컬 목소리의 힘, 듣는 사람을 집중케 하는 힘이다. 테이한테 엄청나게 큰 빚을 졌다. 후렴구 가사는 일본 애니메이션 ‘천원돌파 그렌라간’에 나온 대사를 뒤집은 것이다. 꼭 끝까지 들어보시길 바란다.
본(本) = 다음에 나올 ‘세계’와 연결되게끔 ‘세계’의 후렴 테마의 메이저(장조)를 마이너(단조)로 바꿔봤다. 밸런스의 미묘한 틀어짐이랄까. ‘본’처럼 짧은 연주곡은 언제나 저희에게 중요하다. 우리의 자존감이 들어있으니까.
세계(世界. feat. Why) = 어떻게 하면 상업적으로 히트할 수 있을까 고민한 곡이다(웃음). 후렴에서 정박 대신 엇박으로 ‘빵’ 치고 들어가는데 이게 짜릿하다. 하지만 지금 들어보니 너무 힘을 준 것 같다. 그럼에도 후렴의 베이스 라인은 잘 만든 것 같다. 이 라인 덕택에 후렴 전체가 들썩들썩거린다.
증명(證明. feat. 조현아) = 세월호 참사 1000일째를 맞은 광화문 촛불시위 때, 생존학생들이 단상에 올라가 “살아남아 죄송하다”고 했다. 그걸 듣는 순간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들을 향한 “죄송해 하지 마라. 살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담은 노래다. ‘진짜로 힘들고 어두운 길을 걸어갈 때 나를 위로하는 건 천상의 소리가 아니라 옆에서 같이 걸어가주는 발자국 소리’라는 그런 마음을 담았다. 그래서일까. 이 곡을 만들 당시에는 감성적으로 격앙돼 있었던 것 같다. 네마디 코드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조현아의 목소리 때문에 이 곡이 살았다. 조현아한테도 빚을 졌다.
자정(子正. feat. 마이노스) = 지금 드럼 사운드가 묵직하게 들리는데, 원래 마이노스(이루펀트)에게 처음 준 반주는 드럼이 샤프하고 샤방샤방했다. 마이노스가 만든 랩을 듣고 나서 드럼을 다 바꿨기 때문이다. 마이노스의 랩이 상당히 멜로딕해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멋있는 랩이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앞으로 더 좋은 힙합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결(結) = 히치코크 영화나 1950년대 탐정소설을 떠올리며 만든 연주곡이다. 스파이영화 오프닝 시퀀스 때 이 곡이 깔리면 좋을 것 같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오프닝 시퀀스가 항상 좋은데, 그런 시퀀스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의심(疑心. feat. 고영빈) = 뮤지컬 배우인 고영빈씨의 저음을 살리고자 뭔가 심각한, 마치 드라큘라 백작이 부르는 듯한 분위기를 많이 집어넣었다. 하지만 지금 들어보니 조금 절제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 반갑다. 인터뷰 전에 앨범을 들어보니 ‘레이어가 풍성한 일렉 사운드’가 일감이었다.
“믹싱과 마스터링을 직접 했기 때문에 그런 칭찬을 받고 싶었다.”
= 연주곡을 빼면 모두 객원 보컬이 불렀다. 다들 어떤 인연으로 피처링에 참여하게 됐나.
“신현희(와 김루트)는 2015년 제주도에서 함께 공연을 해 그 때 처음 봤다. 우리가 먼저 공연을 한 다음 쉬고 있는데, 스태프 중 한 명이 신현희와 김루트 공연을 꼭 봐야한다고 그러더라. 정말 에너지가 대단했다. 우리 같은 중늙은이들한테는 그런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언’을 가장 먼저 만들게 된 것이다. 테이는 예전에 같은 소속사 뮤지션이었다. 사람들은 테이를 발라드 가수로만 보는데, 사실 상당히 록킹(rocking)한 뮤지션이다. ‘나는 가수다’에 테이가 출연해 캔의 ‘내 생애 봄날은 간다’를 불렀을 때 내가 기타 세션을 맡았는데, 짜릿했다. “저 가수의 록킹한 모습을 세상에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
= Why는 지난해 EP ‘Desire’에도 참여했었다(타이틀곡 ‘미식가’).
“Why는 내 동생 같은 친구다. 사실 지난 앨범의 타이틀곡을 불렀는데 많이 안알려졌다. 반드시 Why라는 사람을 유명하게 만들고 싶어 만든 노래가 바로 이번 앨범에 실린 ‘세계’다. 가장 늦게 만들었고 가장 많이 신경을 썼다.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조현아(어반자카파)는 예전 플럭서스 때 한솥밥을 먹었다. 그때 조현아에게서 받은 인상은 ‘왜 저리 열심히 할까?’였다. 당시 회사 피아노가 스태프 휴게실에 있어 상당히 어수선했는데도 그 방에서 연습만 한 것이다. 꼭 한번 같이 하고 싶었다. 마이노스는 사실 지금까지도 얼굴을 못봤다. 이메일로만 함께 작업을 했다. 고영빈은 현재 같은 소속사(골든에이트미디어)의 뮤지컬 배우다.”
= 소문에는 코나가 컴백한다는데.
cf 1. 이쯤에서 코나와 Where The Story Ends, W, W&Whale, W&JAS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코나는 1993년 배영준과 김태영이 주축이 돼 결성된 밴드로, ‘스파이더맨의 위기’(2집 New Brand Spice),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2.5집 Overlap), ‘마녀 여행을 떠나다’(3집 Welcome To My Beach) 등을 통해 이미 레전드가 됐다. 코나의 리더 배영준(기타 보컬)과, 2000년 코나 5집 ‘Flower Dance’에 객원멤버로 참여했던 한재원(키보드 보컬)과 김상훈(베이스 보컬)이 의기투합해 2000년에 결성한 밴드가 바로 Where The Story Ends였다.
cf 2. Where The Story Ends는 2001년 1집 ‘안내섬광’(침식, 기도)을 냈고, 2005년 2집 ‘Where The Story Ends’(Shocking Pink Rose, 만화가의 사려깊은 고양이, 은하철도의 밤)를 낼 때부터 팀명을 W로 바꿨다. W는 이 2집으로 2006년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팝앨범상과 그룹부문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했다. 이 앨범은 또한 2007년 경향신문과 가슴네트워크가 주관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도 선정됐다.
cf 3. W는 이후 프로젝트 그룹을 잇따라 결성했다. 2008년 9월에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R.P.G.Shine’ ‘소녀곡예사’ 등을 히트시킨 W&Whale, 2012년 12월에는 ‘별을 쫓는 아이’ ‘나비효과 속의 한마리 나비처럼’ 등을 내놓은 W&JAS가 결성됐다. W&JAS는 지난 2015년 6월 싱글 ‘We Can’t Dance But!’을 발표했다. W는 2016년 3월 EP ‘Desire’(미식가, 카우걸을 위한 자장가는 없다, 모든 반짝이는 것들의 여왕, I’m Your Desire), 2017년 3월 위에서 배영준과 함께 들어본 EP ‘I=AM’을 냈다.
“맞다. 5월에 컴백한다. 17년만에 새 앨범이, 싱글로 나온다. 어제(4월13일)도 작업했다. 고영빈이라는 좋은 보컬리스트를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다. 코나가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만큼, 전자음악에 지친 귀를 편안하게 해줄 음악을 들려줄 생각이다. 앞으로 매해 여름 코나 앨범이 나올 것 같다. 코나는 평생을 함께 해야 할 밴드다.”
= 이번 앨범 수곡들이 연주곡을 빼놓고는 다 ‘2음절’ 제목에 한자가 병기됐다.
“예전에는 ‘카우걸을 위한 자장가는 없다’ 이런 식으로 서술형으로 길게 썼다. 상상력은 자극하지만 듣는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구구절절한 설명 자체가 구차하게 여겨졌다. 2음절에 한자어 병기는 산만한 구성에 통일감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 W 앨범은 또 언제 나오나.
“9월 정규앨범을 목표로 작업중이다.”
= 곡작업의 영감을 위해 책과 만화, 애니메이션을 많이 본다고 들었다.
“일요일 늦은 저녁부터 밤새도록 본다. 지난주에는 만화 ‘테라포마스’, 김훈의 소설 ‘공터에서’를 읽었다. 김훈씨는 말하고 싶은 것을 단 한 문장에 압축해서 전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 내가 못가진 능력이다.”
= 수고하셨다. 다른 멤버들에게도 안부 전해달라.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민경훈기자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