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픽] '슈퍼파워' 아닌 '수카바티', 14년만의 첫 원정 '절반의 성공'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04.19 21: 23

 FC 서울과 FC 안양은 사연이 많다. 아니 길다. 서울이 연고지를 옮기면서 얻은 별명도 그렇고 여러가지 긴 사연을 가지고 있다. 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도 안양 LG와 수원의 '지지대 더비'가 원조였다. 
하지만 안양 LG가 연고 이전을 선언하고 FC 서울로 탈바꿈하면서 안양 팬들의분노가 극에 달했다. 2005년 개막전에서는 한 안양 팬이 직접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가 그라운드에 난입하며 항의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상황이 조금 다르다. 당시 연고이전을 했던 서울에는 당시를 기억할 수 있는 이들이 많다. 안양에는 없다. 다만 옛 기억을 더듬고 탄생한 안양의 맞대결은 어느 때 보다 큰 관심을 받았다. 
안양 공고 감독을 거쳐 안양에 부임한 김종필 감독은 "당시에 안양공고 감독을 하며 지켜봤다. 따라서 당시 이야기에 대해 선수들에 해준 것은 있다. 그러나 침착하게 경기를 펼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안양이 고무된 것은 사실이다. 안양 시민의 뜻을 모아 2013년 탄생된 FC안양의 첫 서울월드컵경기장 방문에 안양구단과 팬들은 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번 경기를 위해 안양은 새로운 영상을 제작하는 등 기대가 큰 모습을 보였다. 
반면 서울은 침착했다.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황선홍 감독도 경기 전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라면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팀의 성적이다. 예전의 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만 일단 냉철하게 경기를 펼쳐야 한다. 안양이 어떤 마음가짐과 경기를 펼칠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침착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32강전에 임하는 안양팬들은 경기 시작전 부터 큰 눈길을 끌었다. 축구장 반입어 불허된 홍염을 수십개나 태웠다. 홍염은 붉게 탔고 경기장은 연기로 가득찼다. 또 홍염을 모두 태운 후에는 안양의 상징색깔인 보라색 연기까지 만들어 내는 등 철저한 준비를 펼친 것이 보였다. 
그리고 안양팬들은 '수카바티 안양!'을 크게 외쳤다. 산스크리리트어인 '수카바티'는 낙원을 의미한다. 안양이라는 도시명과 일맥상통 한다. '슈퍼파워 안양'은 없어졌지만 '수카바티 안양!'을 크게 외치는 팬들은 서울을 맞아 쉴새없이 응원을 보냈다. 서울 서포터스석 반대편에 위치한 안양팬들은 홈 경기장에 찾은 인원 보다 많아 보였을 정도. 흡사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응원을 펼쳤다. 
'수카바티 안양!'을 외치는 팬들을 보고 서울팬들도 끊임없이 응원을 보냈다. 양팀 팬들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에 모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고 모인 관객수 보다 훨씬 많은 목소리가 들렸을 정도였다. 
치열했던 경기는 전반 26분 균형이 깨졌다. 윤일록이 헤딩슛으로 득점 서울이 1-0으로 앞섰다. 
윤일록의 골에 안양팬들은 잠시 침묵했다. 열정적으로 했던 응원이 잠시 중단됐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다시 응원을 시작했다. 그런데 다시 안양의 '수바사키 응원단은 또 응원이 중단됐다. 전반 35분 주세종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윤일록이 반대편 돌파 후 문전에서 감각적인 다이렉트 슈팅으로 득점, 2-0으로 달아났다. 
전반에만 2골이 나왔지만 안양팬들의 응원은 계속됐다. 하프타임에 서울의 자랑인 '걱정말아요 그대'가 나오는 동안에도 안양팬들은 선수들이 모습을 보이자 '안양!'을 외쳤다. 
골키퍼의 방향이 바뀌었다. 서울 골키퍼 유현이 안양팬들쪽으로 향했다. 안양팬들은 열심히 응원하며 유현이 볼을 잡을 때 야유를 보냈다. 치열했다. 
승부는 의미 없었다. 서울도 분명 FA컵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만 상대가 안양이었다. 안양도 분명 노력을 펼쳤다. 선수들도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었고 팬들도 열심히 응원을 보냈다. 
연고이전에 대한 팬들의 심각성이 큰 K리그에서 분명 서울과 안양의 맞대결은 의미가 컸다. 또 K리그에 부족한 스토리가 앞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매치업이다. 더 많은 대결을 위해서는 안양의 경기력이 높아져 클래식에 진출하면 된다. 그렇다면 더 치열한 경기 혹은 전쟁이 이뤄질 수 있다.
물론 숨어있던 신경전도 있었다. 후반 심우연 교체 때 안양 선수가 빨리 나가라며 밀었다. 서울 황선홍 감독은 대기심에 강하게 어필했다. 선수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것은 분명 문제였다. 오심이었다. 치열한 승부욕으로 이뤄진 부분에 대해 심판진은 지적하지 못했을 정도. 
최소한 그라운드와 경기장안에서 노력하는 플레이와 집중된 응원은 허락된 일이다. 그 안에서 철저한 대결이 펼쳐진다면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단 '슈퍼파워'가 아닌 '수카바티'의 서울월드컵경기장 방문은 성공이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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