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특별시민' 최민식 "정치영화 만드는 데 두려움 없었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4.20 13: 29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은 정치 영화다. 이 작품이 내달 열리는 '5·9 대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서 갈수록 과열되는 선거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을 적어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할 것 같다.
4월 26일 개봉하는 ‘특별시민’은 차기 대권을 위해 최초로 3선 시장에 도전하는 정치인과 참모진들이 어떻게 유권자를 기만하는지 선거를 치르는 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그린다. 서울시장 변종구를 연기한 최민식의 열연에는 이견이 없다. 공교롭게 대선 시기와 맞물리긴 했지만 의도했던 것은 아니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어찌 보면 선관위의 투표 독려 캠페인보다 더 효과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최민식은 20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려는 작품을 선택했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최민식은 “(미국에는)‘킹메이커’나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정치를 소재로 한 작품이 있지 않나. 우리도 소재가 많아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치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두려움은 없었다”며 “그런 게 두렵다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나.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부담이 될 순 있겠지만 결국엔 (제작진 감독 배우들의)의기투합이 잘 됐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그동안 스릴러, 액션, 사극 등 장르를 불문하고 출연했지만 정치 드라마에 대한 출연이 전무해 갈증이 있었다고 했다. “바라보는 점이 분명하지 않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온갖 권모술수와 애증, 그리고 감동도 있다.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끌렸다. 그러다 ‘특별시민’이라는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을 했는데 물론 어려운 점도 있었다. (누군가의)눈치를 봐야 해서 어렵다는 게 아니라 극중 인물들의 상충관계를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게 그릴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그래도 한 번 시도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 작품을 처음으로 관람했다.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영화를 보고 나서 어떻게 100%만족을 할 수 있겠나. 저는 ‘특별시민’을 시발점으로 본격 정치 드라마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특별시민’의 재미는 현실 정치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후보자들의 TV토론부터 갑작스럽게 진행된 사퇴 기자회견, 후보자 통합, 정치인 본인이나 가족의 비리 등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그대로 녹아있어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쓴웃음을 지으며 지켜볼 만한 재미를 안긴다.
최민식은 작품 속 TV토론에 대해 “정해진 대사대로 가지 않고 애드리브로 하는 게 현장감이 살아날 것 같았다. 후보들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하고 말을 더듬는 모습이 그대로 들어가면 현장감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아무래도 대본을 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회의를 했었다”고 밝혔다. 이에 촬영 전 배우들이 분장실에 모여서 회의를 했고 박인제 감독의 동의를 얻어서 촬영 포지션을 얻었다고.
그는 “정작 영화를 보니까 너무 TV 토론장면이 짧더라.(웃음) 너무 많이 편집한 것 같다. 촬영장에는 방청석이 있어서 보조 출연자들이 웃기도 하면서 주의 깊게 지켜봤다. 요즘 리액션을 정말 잘해주시더라. 예전에는 연출부가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그런 장면이 많이 빠져서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배우로서 탐욕스러운 정치인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대해 “굳이 따로 생각을 안 해도 살면서 많이 만나지 않았나.(웃음) 인간의 욕망은 ‘관 뚜껑에나 들어가야 없어진다’고 하지 않나. 인간의 욕망은 작품에서 즐겨서 다루는 소재이다. 끝이 없다. 그 욕망이 충돌해서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작업은 계속 관찰하고, 지속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는 생각을 전했다.
“변종구는 달변가라고 생각한다. 살다보면 별 얘기가 아닌데도 상대를 잘 설득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굉장한 무기를 장착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유심히 보거나 알게 모르게 정치인들의 단상이 있었다. 우리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 그게 변종구다. 그의 행위들이 돋보이기 위해선 일단 말을 잘해야 하고, 권모술수에 능해 사람을 잘 설득하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종구는 그 어느 정치인보다도 최고의 권력을 꿈꾸는 정치 9단이다.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 분)와 패기 넘치게 선거판에 뛰어든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 분)의 도움을 받아 헌정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다.
변종구를 연기한 것에 대해 “재미있었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재미가 있었지만 반면 부담도 있었다. 헌데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과 기쁨을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면 못 한다”며 “깨질 때 깨지더라도 해야만 했다. 저는 즐겁게 했던 것 같다. 나중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예상하지 않고 재미있게 했다”고 촬영 당시의 기분을 전했다.
하지만 ‘특별시민’의 개봉이 내달 9일 진행되는 19대 대선과 맞물려 물타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 최민식은 “이런 시국에 개봉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개봉하고 나면) 일단 말이 많아지겠다는 생각은 했다. 정치가 이렇게 지겨운데 영화관에 와서 돈 주고 보겠냐는 자조적인 얘기도 했다. 지겨운데 더 지겨운 곳으로 들어온다니…하지만 누구를 뽑든 내가 옳은 판단을 갖고 투표장에 가야 한다"며 "오셔서 변종구 포스터에 침을 뱉고 가신다던지.(웃음)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저는 박 터지게 했다. 한바탕 최선을 다해 싸웠다”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6일 개봉./ purplish@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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