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심은경의 초심, 늘 도전을 택하는 진심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4.21 15: 05

주어진 대로 살 것인가.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배우 심은경은 기꺼이 늘 '아니오'를 택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관객들이 열광하는지 심은경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심은경은 늘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심은경이 선택한 '변신'의 길은 배우로서는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순식간에 20대가 되어버린 할머니, 선천적 멀미증후군으로 세상의 모든 교통수단을 탈 수 없는 여고생, 초보 해커 등 심은경의 스펙트럼은 무한대였다.
이번에는 정치에 대한 열정 하나로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든 광고 전문가다. 영화 '특별시민'에서 심은경은 선거판의 젊은 피 박경 역으로 최민식, 곽도원, 라미란 등 쟁쟁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치와 선거, 어려우면서도 독특한 소재를 다룬 영화에 출연한 만큼 심은경은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치열하게 준비를 해서 제가 뭘 하는지도 모르게 몰입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더 예민했던 부분도 있었다"며 "이번 작품은 연기만 생각했다. 늘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심은경은 최근 일본의 대형 기획사 유마니테와 전속 계약을 맺고 일본 등 해외 진출을 준비한다. 유학으로 다져진 영어 실력에 일본어 공부까지, 심은경은 전 세계에서 활약을 펼치기 위한 준비 운동에 나선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 대한 열망으로 조급해하기보다는, 한 걸음씩 차근차근 자신의 꿈을 위한 기반을 닦아나가겠다는 각오다. 
"일본 진출을 한다는 것조차도 너무 믿기지가 않았어요. (꿈이) 빨리 실현됐다는 생각도 들고, 너무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가 주어졌죠. 그래서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한국에서건 일본에서건 천천히 조급해하지 않고 내실을 잘 다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최근에 제가 많이 조급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뭔가에 쫓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2년 전에는 작품을 쉼없이 하기도 했어요. '걷기왕', '궁합', '조작된 도시', '부산행' 카메오까지, 전부 그런 생각이었거든요. 연기적으로 더 보여줘야 하고, 더 천천히 가도 됐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 더 신중히 해야 연기적으로도 깊이 있는 모습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도 많이 느꼈어요. 빨리 가는 것보다는 천천히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려고 해요. 더 넓게 생각하면 어떤 배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하면서 내 길을 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써니', '수상한 그녀'의 성공은 심은경에게 영광인 동시에 꼬리표였다. 좋은 작품으로 많은 관객들을 만났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성공 안에 심은경을 가두는 하나의 견고한 틀이 되기도 했다는 것. 심은경은 "영화의 장르가 아니라 영화의 성공이 제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며 "그래서 늘 새롭게 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특별시민'은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초심을 다시 되찾게 한 작품이었다. '초심(初心)'. 말 그대로 '처음 먹었던 마음'이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심은경은 연기를 시작했던 그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연기만을 생각하며 '특별시민' 촬영에 몰두했다. 
"배우 필모그래피를 쌓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잘 쌓아야 한다는 고민은 늘 하고 있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게 결국 먼저더라고요. 결국 선택하게 되는 것은 제가 하고 싶은 연기였어요. '수상한 그녀'로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강박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특별시민' 이후 연기적으로 달라진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쌓여 있었는데, 그런 것보다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보여주는 게 가장 진정성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앞으로도 장르는 겹칠 수는 있겠지만, 그런 고민들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박인제 감독은 심은경에게서 조금은 서툴지만, 열정만으로 정치판에 뛰어든 박경의 모습을 봤다. 박경 캐릭터를 과연 연기할 수 있을까 망설였던 심은경이었지만, "정치에 대한 꿈과 갈망이 큰 박경을 심은경에게서 비슷하게 느꼈다. 박경을 심은경에게서 끄집어 내고 싶다"는 박 감독의 진심은 믿음으로 심은경을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만나게 된 '특별시민'은 심은경에게 초심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의미가 됐다.
치열하게 연기에만 몰두한 심은경은 과연 어떤 모습의 '정치 미생'을 만들어냈을까. 심은경표 정치 미생은 완생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정답은 오는 26일 개봉하는 '특별시민'에서 확인할 수 있다./mari@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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