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③] 최민식 "흥행 주판알 튕기면서 연기, 좋은 방식 아냐"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4.23 09: 59

(인터뷰②에 이어) 최민식은 1761만 5057명이라는 스코어로 최다 관객을 동원한 역대 1위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의 일등공신으로 어떤 수식을 붙여도 과하지 않을, 명실상부 최고의 배우로 손꼽힌다.
영화 ‘넘버3’ ‘조용한 가족’ ‘쉬리’ ‘해피엔드’ ‘파이란’ ‘ 취화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독보적인 연기력과 카리스마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이끌었다.
최민식은 최근 서울 팔판동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명량’은 대박이 터지고 ‘대호’는 죽을 쒔는데 물론 아쉬운 마음은 있다. 하지만 배우는 (누적 관객)숫자에 대해 자유로워질 필요는 있는 것 같다. 그것만 바라보면 못 산다. 젓가락처럼 말라 죽는다”는 생각을 전했다. 앞서 ‘대호’(2015)는 176만 2733 명을 돌파한 바 있다.

최민식은 이어 “(배우나 제작진들은) 왜 이 영화가 잘 안 됐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지만 흥행을 하지 못 했다고 해서 연연하고 얽매이는 것은 옳지 못 하다. 그것처럼 추접스러운 일도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캐릭터, 내가 해보고 싶은 이야기를 갖고 밀고 나가는 힘이 있어야 한다. 흥행 위해 주판알을 튕기면서 연기를 하는 것은 결코 좋은 작업 방식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최민식이 나온 작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대박이 나야 한다는 생각은 꿈이고 환상이다. 흥행법칙은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관객들이 선호하는 작품과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100% 맞아 떨어질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나리오를 받으면 배역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손에 잡히는 실체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최민식의 연기 철학은변종구를 연기함에 있어서도 빛이 났다.
‘특별시민’의 재미는 현실 정치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후보자들의 TV토론부터 갑작스럽게 진행된 사퇴 기자회견, 후보 단일화, 정치인 본인 및 가족 비리 등 뉴스에서 봤던 것들이 그대로 녹아있어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만족할 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민식은 작품 속 TV토론에 대해 “정해진 대사대로 가지 않고 애드리브로 하는 게 현장감이 살아날 것 같았다. 후보들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하고 말을 더듬는 모습이 들어가면 현장감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대본을 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촬영 전 배우들이 분장실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고 박인제 감독의 동의를 얻어서 촬영했다고.
그는 “막상 영화를 보니까 너무 TV토론장면이 짧더라.(웃음) 많이 들어낸 것 같다. 촬영장에 방청석이 있어서 보조 출연자들이 저희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요즘은 리액션도 정말 잘해주시더라. 예전에는 연출부가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는데 달라졌다. 그런데 그런 장면이 많이 빠져서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종구는 그 어느 정치인보다도 최고의 권력을 꿈꾸는 정치 9단이다.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 분)와 패기 넘치게 선거판에 뛰어든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 분)의 받을 받아 헌정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다.
배우로서 추악한 정치인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대해서는 “굳이 따로 생각을 안 해도 살면서 그런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았나. 인간의 욕망은 작품에서 아주 즐겨서 다루는 소재다. 끝이 없는 욕망이 충돌해서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작업은 계속 관찰되고 지속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는 생각을 전했다.
“변종구는 달변가라고 생각한다. 살다보면 별 얘기가 아닌데도 상대를 잘 설득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말을 잘한다는 것은 굉장한 무기를 장착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유심히 본 정치인들의 단상이 있었다. 변종구의 행위가 돋보이기 위해선 일단 말을 잘해야 했고,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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