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그 신선했던 '마리텔'은 어디로 갔을까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4.23 11: 00

스타파워 없이, 콘텐츠로만 승부하던 ‘마리텔’은 어디로 갔을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2015년 2월 설특집 파일럿으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BJ를 떠올리게 하는 인터넷 1인 방송을 지상파 프로그램에 도입한 콘셉트 때문에 많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는 결국 정규 편성 티켓을 따내는 원동력이 됐다.
같은 해 4월부터 첫 방송을 시작한 ‘마리텔’은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렸다. 토크나 게임 등 한정된 포맷으로만 스타들을 활용한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마리텔’은 스타가 만드는 프로그램이란 색다른 포맷을 제안했다.

이는 방송계에서도 무모한 도전이자, 혁신이었다. 이 독특한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시청자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마리텔’은 예능의 새 지평을 제시한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호평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은 프로그램이었다.
무엇보다 ‘마리텔’은 스타에 의존하는 게 아닌, 그들이 스타를 ‘만든다’는 점에서 특히 빛났다. ‘마리텔’은 백종원, 김영만, 이은결, 예정화 등 스타가 아닌 사람들을 대거 등장시켜 신선한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 통해 백종원은 전무후무한 요리사 스타가 됐다. 
오롯이 ‘콘텐츠 파워’로 승부하겠다는 ‘마리텔’은 ‘탈(脫) 스타파워’의 표본이 됐다. 스타가 나오지 않아도 예능 프로가 흥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사례였다. 오죽하면 ‘예능인들의 무덤’이란 말까지 나왔을까. 기획력 없다면 아무리 잘나가는 스타들도 꼴찌를 할 수밖에 없다고 일갈한 ‘마리텔’의 패기가 고스란히 투영된 농담이었다.
하지만 방송 2주년을 맞은 ‘마리텔’은 어딘지 변했다. 과거에 외쳤던 패기는 어디론가 가버린 모양이다. 스타를 만들었던 ‘마리텔’의 2017년 우승자 명단을 살펴보면 강형욱, 볼빨간 사춘기를 제외하면 거의 유명세를 가진 아이돌 그룹들이 차지했다. 
백종원, 이은결 등의 신선한 얼굴을 발굴했던 과거와 달리, 방송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마리텔’이 달라진 이유다. ‘마리텔’을 떠올렸을 때,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가진 게스트는 대부분 2015년에 등장했던 게스트들이다. 이는 섭외력이 프로그램의 키워드였던 ‘마리텔’이 점점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2016년에도 강형욱, 홍혜걸&여에스더, 차홍, 강성태 등의 전문인들이 등장해 좋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후반으로 올수록 이런 전문인의 출연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2017년 들어서는 아이돌에 의존하고 있는 양상이 더욱 뚜렷해져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시청자들이 왜 ‘마리텔’이란 프로그램을 사랑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 왔다. 스타파워에 의존하지 않고, 콘텐츠 파워만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겠다며 ‘내 갈 길 가겠다’고 외쳤던 그 시절 ‘마리텔’이 그립다./ yjh0304@osen.co.kr
[사진] ‘마리텔’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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