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최재훈, "두산에 감사, 한화서 10년 주전 목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4.25 06: 07

요즘 이 남자처럼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두산에서 한화로 이적한 포수 최재훈(28)이 야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일주일을 보냈다. 지난 17일 내야수 신성현과 1대1 맞트레이드를 통해 10년 몸담은 두산을 떠난 최재훈은 어느새 한화의 복덩이로 떠올랐다. 트레이드 전까지 4연패로 흔들리던 한화는 최재훈 합류 후 2연속 위닝시리즈로 4승2패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최재훈은 이적 후 6경기 연속 선발 마스크를 썼다. 도루를 두 차례 잡으며 저지율 3할3푼3리를 찍었고, 그가 안방을 지킨 50이닝 동안 한화 투수들은 16자책점만 내주며 팀 평균자책점 2.88의 짠물 투구를 했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은 타격도 17타수 5안타 타율 2할9푼4리에 4타점 4사사구로 하위타선에서 큰 힘을 보탰다. 

두산에서 오랜 기간 양의지의 백업 포수로 머물렀지만 누구나 최재훈의 잠재력이라면 다른 팀에서 주전으로 모자람이 없다고 평가했다. 한화 이적 후 최재훈은 실력과 간절함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동안 울분을 씻어내고 있는 최재훈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적 후 일주일이 지났다. 정신이 없었을 것 같다. 
▲ 많이 설레었고, 즐거웠다. 그동안 경기를 많이 나가지 못해서 느껴보지 못한 희열이 있었다. 팀 분위기가 좋았고, 그 덕분에 나도 힘을 내서 잘 된 것 같다. 포수로서 매경기 집중하고 있다. 내가 집중을 하지 않으면 팀이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더 집중하고 뛰어다니려 한다. 
- 이적 첫 경기부터 1루수와 충돌로 목을 다쳤고, 파울 타구에 발등을 맞기도 했다. 몸은 괜찮은가. 
▲ 몸에 자석이 붙어있는 것 같다(웃음). 통증은 괜찮다. (부황을 뜬) 목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그동안 이렇게 뛰어본 적 없어서인지 피로가 조금 쌓였다. 그래도 큰 문제 없다. 통증이나 피곤한 건 모르겠고, 그냥 즐거운 마음뿐이다. 
- 주말 3연전부터 타격감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 타격은 글쎄, 포수는 수비가 제일 중요하다. 타격은 그 다음이다. 예전에는 타격이 안 될 때 수비까지 흔들렸다. 코치님들께서 수비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고, 그 조언대로 타격과 관계없이 투수를 더 집중 있게 보려고 한다. 
- 한화에서 앞으로 10년간 주전 포수를 목표로 하겠다고 들었다. 
▲ 한화에도 좋은 포수들이 많지만 자신 있게 10년 주전 포수를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부상 없이 계속해서 잘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내가 못하면 다른 포수가 뛰는 게 맞다. 10년 주전이란 목표를 통해 스스로 매순간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주전을 계속 하기 위해선 꾸준하게 잘해야 한다. 
- 프로 입단 후 언제부터 주전 자리를 꿈꿨나. 
▲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한) 2013년 이후 주전 욕심이 커졌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렇겠지만 백업만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항상 주전을 생각해왔고, 두산에 있을 때도 (양)의지형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렇게 더 이를 악물었다. 
- 두산에선 양의지의 벽이 너무 높았다. 구단에 트레이드 요청을 하진 않았나. 
▲ 마음속으로만 트레이드 생각을 했지, 직접적으로 구단에 이야기한 적은 없다. 두산 선수였기 때문에 '두산에서 잘하자'라는 생각이 컸다. 트레이드가 내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두산에서 한 번 더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 두산에 2008년 육성선수로 입단했고, 10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돌아보면 어떤가. 
▲ 두산에서 참 많이 울고 웃었다. 2013년에는 잘됐지만 이후로 어깨 수술도 하고, 안 좋은 길을 걸었다. 한 때 마음속으로는 '야구를 내려 놓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 있었다. 실력이 늘지 않고 떨어졌지기만 했고, 팬들께도 실망을 많이 드렸다. 자신감마저 없어진 내 모습에 많이 실망하기도 했지만, 옆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특히 강인권 배터리코치님이 힘을 주시며 위로를 많이 해주셨기에 버틸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두산에 감사한 분들이 많다. 
- 두산 시절 인연을 맺었던 이토 쓰토무 지바 롯데 감독은 지금 팀을 옮겼다는 것을 알고 있나. 
▲ 최근엔 연락을 안 드려 알고 계신지 모르겠다. 일본에 캠프를 갈 때마다 이토 감독님과 밥도 같이 먹고 자주 인사를 드린다. 이토 감독님이 '내가 너를 더 훈련시켰어야 했다'며 농담으로 자주 말씀하셨다. 이토 감독님이 '넌 무조건 잘 될 것이다. 백업도 주전만큼 중요하다. 체력 관리 잘하라'는 하신 게 많은 도움이 됐다. 
- 트레이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한 기분은 어땠나. 
▲ 그냥 머릿속이 하얗게 되더라. 두산 형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왔다. '너한테 잘 된 일이다, 기회가 왔으니 마음껏 해봐라'는 축하가 대부분이었다. 동생으로는 (박)건우와 (국)해성이가 집 앞까지 와서 많이 아쉬워했다. 건우가 울길래 나도 눈물이 났다. 오랜 시간 같이 의지하며 뛰었는데 이젠 각자 다른 팀에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 박종훈 한화 단장은 두산 2군 감독 시절 최재훈을 눈여겨봤다고 했다. 한화에서 다시 만났는데. 
▲ 단장님과 두산 2군 감독 시절 같이 한 적이 있다. 한화 와서도 많이 도와주신다. 단장님은 '너의 야구를 해봐라. 부담이 가겠지만 부담 갖지 말로 네 실력대로,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솔직히 부담이 컸는데 단장님 말씀에 힘을 낼 수 있었다. 
- 트레이드는 큰 기회였을 텐데 왜 그렇게 부담이 됐나. 
▲ 한화 팬 분들이 트레이드 상대였던 (신)성현이를 많이 좋아하고 응원하셨기 때문이다. 난 백업 선수이고, 실력도 별로 없는데 성현이가 떠났으니 팬들께서 실망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서였다. 성현이가 한화에서 잘하고 있었고, 나도 그만큼 해야 한다는 부담이었다. 처음 왔을 때 여러모로 눈치도 봤다. 
- 한화 팀 분위기는 어떤가.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데. 
▲ 선배님들이 많으셔서 처음에는 어쩔 줄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하지 싶었는데 한 분씩 가다와서 편하게 해주셨다. 덕분에 위로도 되고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두산에서 같이 뛰었던 (장)민석이형이 많이 챙겨준 덕분에 빨리 편해질 수 있었다. 
- 한화로의 트레이드가 야구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될 듯하다. 
▲ 팀에 새로 와서 연승도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팀을 위해 나 자신에게 계속 도전하겠다. 무엇보다 한화 팬 분들의 정말 야구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제게 박수도 쳐주시니 더 열심히 뛸 수 있게 된다. 응원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또 두산으로 간 성현이도 덕수중학교 1년 후배인데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 서로 윈윈이 되길 바란다. 
- 한화팬들이 복덩이라고 부를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 그럴수록 긴장 늦추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복덩이라고 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그걸로 만족하지 않겠다. 팀을 위해 부상 당하지 않고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한화 팬들께서 가을야구를 한 번 보시는 게 소원이라고 들었다. 나도 한화에서 가을야구를 해보고 싶다. 가을야구를 할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지금의 내 목표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