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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섭의 BASE] 두산과 진야곱, 3차례 잘못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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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한용섭 기자]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됐다.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도 3차례나 있었으나 그들의 선택은 정도(正道)를 벗어났다. '불법 도박'을 저지른 진야곱(28)과 이를 감싸는 두산의 이야기다.

2016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 동안 많은 결정의 시점이 있었지만 그 때마다 두산과 진야곱은 올바른 선택을 외면했다. 팬들을 우롱했고,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 2016년 8월, 왜 불법 도박 자진 신고를 밝히지 않았나

지난 2011년 진야곱은 불법 스포츠베팅 사이트에서 도박을 했다. 이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은 5년이 지난 지난해 후반기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의 승부조작 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였다. 지난해 11월 9일 OSEN은 최초로 진야곱의 불법 도박 혐의와 경찰의 검찰 송치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미 두산과 진야곱은 3개월 동안 불법 도박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뒤였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9일 OSEN 보도 이후 뒤늦게 "2016년 8월 부정행위 자진 신고 및 제보 기간에 소속 선수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진야곱의 불법 도박 사실을 인지했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면서 "당시 곧바로 KBO에 자진 신고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BO는 "지난해 8월 두산으로부터 진야곱의 불법 도박을 통보받은 사실은 없고, 9월 중순경찰 수사로 인해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후 두산과 KBO는 서로 자신들의 주장이 맞다고 했고,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얼버무린 채 유야무야 넘어갔다. KBO도, 두산도 더 이상 사태를 확산시켜봤자 좋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산의 첫 번째 잘못된 일처리였다. 이때 두산 구단은 불법 도박 사실을 공개했어야 했다.

# 2016년 8~9월, 왜 불법 도박을 알고도 경기에 출장시켰나

두산의 두 번째 잘못된 선택은 진야곱의 불법 도박 사실(의혹이 아니라 진야곱이 시인했다)을 알고도 진야곱을 1군 경기에 출장시킨 부도덕한 짓을 저질렀다.

진야곱은 8월4일 1군에서 말소됐다가 8월14일 재등록됐다. 이후 9월30일에서야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 기간 17경기에 불펜으로 출장, 1승3홀드 방어율 1.65를 기록했다. 9월에는 11경기 9⅔이닝 무실점 평균자책점 0이었다. 불펜이 약했던 두산은 진야곱이 등판한 17경기에서 11승6패를 기록했고 정규 시즌 1위를 확정했다.

심각한 도덕성 해이였다. 심지어 9월말 진야곱이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고서도 이후 2경기를 더 뛰었다. 2015년 가을 불법 도박 혐의로 삼성 주축 투수들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 이재학이 승부조작 의혹(줄곧 결백을 주장했고 결국 무혐의로 결론났다)에 따른 마녀사냥으로 일정 기간 1군과 포스트시즌에서 제외된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그리곤 경찰의 수사 발표가 임박하자, 아무런 설명없이 진야곱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슬그머니 제외시켰다.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이후 이에 대한 두산의 변명을 보자. "면담 당시 초점이 승부조작에 맞춰져 있었는데 진야곱은 불법 베팅의 문제라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뒤에 심각성을 인지해 말소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점은 구단이 잘못 판단한 것이라 팬들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변명이었다. 2015년 삼성의 불법 도박, 2016년 후반기 승부조작으로 인해 프로야구는 팬들의 비난이 쇄도했고, 초상집이었다. KBO는 승부조작과 함께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사설 토토)의 베팅까지 경고하며 자정 운동에 나선 시기였다. 당장의 성적,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범죄 행위를 인지하고도 구단이 은폐한 것과 다름없다.

# 2017년 4월, 왜 엄중한 자체 징계를 외면했나

이후 검찰은 공소 시효 만료로 기소하지 않았고, 진야곱은 사법 징벌을 모면했다. 두산은 KBO의 징계가 내려지기 전까지 진야곱과 계약하지 않았다. 단호한 결단을 내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 3월말 KBO의 솜방망이 징계(20경기 출장정지)가 내려지자, 두산은 기다렸다는 듯이 보름 만에 진야곱과 계약했다.

백번 양보해서 서른도 되지 않은 젊은 선수의 야구 인생을 이어가고자 계약했다고 이해하자. 애틋한 동업자 정신을 외면하지 못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정말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치고 반성하는 자세를 구단과 선수 모두 보여줘야 했다.

어물쩍 선수 등록 사실을 숨길 것이 아니라, 엄중한 구단 자체 징계로 불법 도박에 관한 반성 의지를 보여줘야 했다. 그것이 구단과 선수 모두 과거의 잘못을 끊고 새 출발하는 시작이다. 하지만 두산과 진야곱은 마지막 기회마저도 잘못된 선택을 했다. '구단 자체 징계 120시간 사회봉사활동'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두산팬이 먼저 나서서 구단을 향해 비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취한 나머지 도덕성은 내팽개친 것일까. 지난 9개월간 두산과 진야곱이 보여준 행태를 되돌아본다면, 왜 팬들이 분노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사과와 반성은 타인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방식과 내용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 변명과 합리화일 뿐이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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