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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의 사자후] 잔칫날 스스로 상을 뒤엎은 KBL 밀실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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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잔칫날에 많은 손님이 찾아왔는데 주인이 스스로 상을 다 뒤엎고 있다.

KBL은 2일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제 22기 제2차 임시총회를 개최해 만장일치로 김영기(81) 총재를 제 9대 총재로 재추대하기로 결정했다. 김영기 총재는 빠른 시일 내 구단주 중 한 명을 총재로 영입하고, 본인은 원래 계획대로 퇴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빠른 시일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초 김 총재의 임기는 6월말까지였다. KBL이 서둘러 김 총재의 연임을 결정한 배경은 두 가지로 풀이된다. 대통령 선거 전에 총재를 뽑아 정치인이 총재를 겸직하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것. 또 하나 총재를 맡을 적임자가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새 인물이 들어올 가능성을 원천봉쇄한 것.

프로농구가 소위 돈이 되는 매력적인 콘텐츠라면 서로 총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당연할 터. 하지만 총재는 어려운 상황에서 타이틀 스폰서를 유치하고, TV 중계권을 협상해야 한다. 고질적 심판판정 불신, 외국선수에 지나친 의존도, 빈약한 유망주 육성책 등 내부문제도 산적해 있다. 내우외환이 겹치는 골치 아픈 자리를 맡아줄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밀실행정을 통해 김영기 총재를 재추대한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 밀실행정 프로농구, 최소한 투표는 했던 프로축구

프로축구 역시 똑같은 문제로 지난 2월 권오갑 총재의 연임을 결정했다. 다만 과정은 프로농구보다 투명했다. 프로축구는 지난 1월 2일 제11대 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에 후보등록을 받았다. 신문선 전 성남FC 대표이사(59)가 단독으로 입후보했다.

신 후보는 1월 16일 치른 제11대 총재 선거에서 낙선했다. 그는 총 선거인단 23명 중 5명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반대는 17표, 무효는 1표였다. 신 후보는 재선거에 응하지 않았다. 공모에도 후보자가 없자 연맹은 20일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권 총재를 재추대했다.

프로축구 역시 흥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프로축구연맹은 경선을 통해 투명한 절차는 밟았다. 적어도 총재 추대의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다. 밀실행정을 한 프로농구와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KBL은 김 총재의 재추대가 “정관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단주 중 한 명이 총재가 되기 위해선 정관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 구단주가 총재를? ‘스폰서 콜’ 벌써 잊었나?

KBL 이사회는 향후 KBL 총재를 회원 구단의 구단주 중에서 추대 선출하기로 의결했다. A 단장은 “총재가 나오는 구단에서 사실상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로 결정한 셈”이라고 전했다. 프로농구 전체를 돌봐야 할 총재가 한 구단의 구단주 신분이라면 과연 합리적인 경영이 가능할까.

과거 KBL은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구단을 심판들이 밀어준다는 소위 ‘스폰서 콜’ 논란에 시달렸다. 실제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구단이 챔프전까지 진출하며 노골적으로 유리한 판정을 받는다는 소문이 컸다. 그 구단은 우승을 차지했다. 챔프전서 패한 선수들은 아직도 “우리는 스폰서 때문에 졌다”고 공공연히 말을 할 정도다.

‘스폰서 콜’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10개 구단 기업 중 스폰서가 있을 경우 논란은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 구단주가 아예 총재가 돼버린다면 ‘스폰서 콜’ 이상의 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팬들은 물론 관계자들까지 프로농구를 신뢰할 수 없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 B리그의 혁신, 김영기 총재는 배운 것이 없나?

지난 1월 안양 KGC인삼공사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프로농구 B리그의 올스타 전야제에 참석했다. 올스타전을 하루 앞두고 KGC와 가와사키가 붙어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B리그의 요청에 KBL이 적극적으로 응하며 대결이 성사됐다. 김영기 총재도 현장에 있었다. 김 총재는 B리그 등 타 아시아리그와 적극적 교류를 통해 궁극적으로 범아시아리그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기 총재는 B리그의 도약에 내부적 혁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

B리그는 지난 2015년 9월 일본축구협회와 J리그 이사를 지낸 축구인 출신인 오카와 마사아키를 초대 총재로 추대했다. 한국의 농구인들 입장에서 “농구를 모르는 축구인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카와 총재는 ‘J리그의 백년대계’를 바탕으로 일본프로축구를 정상급 리그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오히려 농구계에 물들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기에 확실하게 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다.

B리그는 기존 NBL과 BJ리그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인력을 절반 이상 해고했다. 대신 마케팅, 홍보, 국제업무 등 각 분야를 전문가들로 채웠다. 전문 경영인들이 냉정하고 철저하게 오직 실리를 추구하며 움직이고 있다. 농구인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KBL과 상반되는 대목. KGC 초청경기에서도 B리그는 6천 여 명의 유료관중을 유치해 대박을 터트렸다. B리그 올스타전에는 1만 1천명이 몰려 매진되는 성황을 이뤘다. B리그는 명분보다 철저한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김영기 총재는 일본출장을 통해 B리그의 도약을 직접 목격하고 왔다. 하지만 KBL은 혁신보다 현실안주에 만족하고 있다. 심지어 한 시즌의 결실을 맺는 챔프전 기간에 김영기 총재의 연임이 발표됐다. 잔칫집 분위기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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