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유쾌했던 크레익, 다시 볼 수 있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5.04 11: 22

마이클 크레익(26·삼성)이 다시 한 번 한국에 올 수 있을까.
서울 삼성은 2일 오후 7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6-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에게 86-88로 무릎을 꿇었다. 2승 4패로 우승에 실패한 삼성은 16경기의 대장정으로 플레이오프를 마쳤다.
경기 후 선수단은 한 시즌 고생한 지원스태프들과 함께 강남의 한 고깃집에서 뒤풀이 자리를 가졌다.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삼성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우승에 대한 스트레스와 긴장감 속에 지냈던 선수들도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특히 오는 8일 상무 입대를 앞둔 임동섭과 김준일은 “군대에 잘 다녀와 다시 우승에 도전하겠다. 2년만 기다려 달라”며 유독 아쉬워했다. 그나마 7차전에 가지 않아 입대 전 이틀을 더 얻었으니 다행이랄까.

가장 유쾌한 선수는 크레익이었다. 챔프전에서 심판에게 항의하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크레익은 춤을 추고 술을 권하며 한껏 흥을 돋웠다. 크레익은 “난 다음 시즌 NBA에서 뛸 테니 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작별 인사를 하자”며 소주 한잔을 권했다.
크레익은 1라운드서 17.7점, 6.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대단한 돌풍을 일으켰다. 삼성은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크레익 효과를 제대로 받았다. 챔피언 KGC 역시 크레익을 막지 못한다는 이유로 키퍼 사익스의 교체를 두 번이나 고려했다.
문제는 크레익의 ‘관심병’이었다. 3라운드를 기점으로 크레익은 독단적인 플레이가 급증했다. 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농구를 선호해 실책이 속출했다. 결국 이상민 감독이 “집에 보내겠다”는 엄포를 놔 그를 단속했다. 크레익은 전자랜드와 6강 4차전부터 팀 플레이를 펼치며 삼성의 챔프전 진출을 도왔다.
잠잠했던 병이 결정적인 순간 다시 도졌다. 크레익으 챔프 5차전서 오세근과 매치업에 흥분해 퇴장을 당했다. 삼성은 외국선수가 한 명 더 뛰는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졌다. 삼성이 5차전을 잡았다면, 시리즈 향방은 알 수 없었다.
기자들과 만난 크레익은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 했길래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썼냐? 내가 머리까지 깎고 왔지 않느냐”면서 귀여운 원망을 늘어놓았다. “몰라서 묻느냐?”는 핀잔에도 크레익은 웃으며 “난 최고”라고 답했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크레익이 처음 뛴 한국프로농구에 대해 매우 만족했다는 후문. 크레익은 다음 시즌에도 남고 싶어 하는 눈치다. 하지만 삼성이 그와 재계약을 할지는 의문이다. 한 시즌 그를 통제하느라 곤욕을 치렀기 때문. 삼성은 임동섭의 입대로 라틀리프를 도와줄 외곽화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크레익보다 통제가 쉽고,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 포워드가 더 적당하다.
만약 크레익이 삼성과 재계약이 어렵다면 타 팀이 그를 뽑을까. 엄청난 덩치에 득점력이 출중한 크레익은 잘만 쓰면 매력적인 단신 선수다. 하지만 역시 통제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늘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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