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KBO의 '야심작' 비디오판독, 성과와 과제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5.09 05: 48

개막 30경기. 비디오판독에 점수를 매긴다면 과연 몇 점이 나올까.
KBO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심판 합의판정이라 불리던 '재심 과정'을 비디오판독으로 확대 개편했다. 상암동에 비디오판독 센터를 설립했고 그곳에 상주하고 있는 판독관이 화면을 분석해 재판독 후 현장에 전달하는 내용이 골자다.
KBO는 비디오판독을 위해 구장마다 카메라 세 대를 설치했다. 1루를 찍는 카메라가 두 대, 2루를 찍는 카메라가 한 대다. 거기에 중계방송사에게 일곱 개의 화면을 전달받는다. 총 열 개의 화면으로 경기장의 '숨은 1mm'를 찾고자 한다. 총 30억 원이 투자됐으며 매년 인건비로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판정을 위해 총 16명의 인원이 새로 투입됐다. 비디오판독센터에는 판독관 3명과 판독 엔지니어 3명이 상주한다. 판독관은 전부 심판진이다. 김호인 전 심판위원장이 상주하며 현역 1군 심판 두 명이 번갈아가며 투입된다. 총 세 명의 인원이 판독 센터에서 다섯 경기를 지켜본다.
변화에는 명과 암이 상존한다. 개막 30경기가 지났다. 비디오판독의 성과와 과제를 따져봤다.
▲ '양파고'의 눈…씁쓸한 '커피'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총 147번의 비디오판독이 나왔다. 이 중 원심이 뒤바뀐 건 총 49번. 번복률은 33.3%다. 세 번 중 두 번은 정심이었던 셈이다.
승부사는 양상문 LG 감독이다. LG는 올 시즌 17번의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이 중 8번은 원심이 유지됐고 9번 번복됐다. 원심 유지보다 번복을 더 많이 이끌어낸 팀은 LG가 유일하다. 비디오판독 성공률은 52.9%에 달한다. '양파고'의 위엄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SK 역시 13번 신청 중 여섯 번 번복을 이끌어내며 46.2%의 번복률을 자랑했다.
비디오판독을 가장 많이 신청한 팀은 롯데다. 롯데는 올 시즌 23차례 판독을 의뢰했는데, 이 중 네 차례만 번복됐다. 번복률은 17.4%로 리그 9위다. 롯데보다 더 낮은 번복률은 kt다. kt는 올 시즌 비디오판독 8번 신청 중 단 한 차례도 원심을 뒤집지 못했다. 신청 횟수 역시 리그 최저다.
벤치에서 판독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역시 아웃과 세이프 상황이다. 포스 플레이(43.5%)와 태그 플레이(41.5%)의 비중을 합치면 85%에 달한다. 이어 타구의 홈런 여부(5.4%), 파울/헛스윙 여부(3.4%)가 그 뒤를 따르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 판정 도중 느린 그림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판독 시간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해 합의판정의 평균 소요시간은 2분8초. 올 시즌 147번의 비디오판독의 평균 소요시간은 1분49초로 약 20초 가까이 줄었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지만 팬들의 체감보다는 감소세를 띄고 있다.
그럼에도 팬들이 비디오판독에 답답함을 드러내는 건 애매한 상황 때문이다. 올 시즌 비디오판독 최장 소요시간은 지난 3일 고척 스카이돔서 열린 KIA와 넥센의 경기에서 나왔다. 3회초 3루주자 김호령은 이명기의 1루 땅볼 때 홈으로 파고들며 왼손으로 홈 플레이트를 찍었다. 그러나 원심은 아웃. KIA 벤치에서는 곧바로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9분이 걸린 끝에 판정은 세이프로 번복됐다.
지난 주말 사직구장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KIA와 롯데의 경기 10회초, 타자주자 서동욱의 번트 타구를 포수 김사훈이 몇 차례 머뭇거린 뒤 1루로 뿌렸다. 원심은 아웃. KIA 벤치는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8분 끝에 세이프로 번복됐다. 문제는 그라운드에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비를 맞은 선수들이 우려되는 대목이었다. 더군다나 판정 번복 직후 중계방송사가 느린 그림을 틀었는데, 세이프로 보기에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장시간 소요 끝에 오심이 나왔다는 얘기가 나온 이유다.
실제로 일부 중계방송사는 판독 도중 느린 그림을 틀지 않는다. 설령 느린 그림이 나오더라도 중계진은 말을 아낀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KBO가 오심이 두려운 나머지 방송사에 판독 도중 슬로모션 송출을 금지시켰다'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KBO 관계자는 OSEN과 통화에서 "그 루머는 우리도 들었다. 결코 사실이 아니다. 아무리 판독 도중이어도 어떤 화면을 쓸지는 전적으로 방송국의 재량이다. 우리가 그 점에 대해 논한다면 편집권 침해 아닌가. KBO 측에서 별도로 해명하지 않아 기정사실화 된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A 방송사 제작팀장 역시 "KBO 측에서 그 점을 두고 별도로 요청한 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판독 도중 중계방송사에서 느린 그림을 내보내지 않는 이유는 뭘까. A 방송사 제작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내보내는 화면이 비디오판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일 판독 도중 우리가 애매한 화면을 내보내 오심이 나와서는 안 된다. KBO가 수십 억 원을 들여 만든 비디오판독 센터를 존중하자는 게 우리의 원칙이다". 결국 행여라도 생길 오심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방침인 셈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양 측 모두 가능성을 남겨뒀다는 점이다. KBO와 중계방송사 측 모두 "아직 비디오판독은 태동 단계다. 방송사와 KBO가 합의를 해서 조금 더 나은 판독이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KBO 관계자는 "비디오판독 센터 설립의 목적은 정확한 판정과 소요 시간 단축이다. 이제 두 달이 지났다. 시행착오가 없지는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팬들이 심판의 잘못된 판정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첫 발을 뗐지만 잡음이 나오는 상황.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 방송사와의 협의는 물론 카메라 확대 설치 등 방법은 다양한 방법이 필요한 때다. 또한, 무작정 기다리는 대신 일정 시간을 넘겼을 때 원심을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메이저리그는 비디오판독을 '챌린지(challenge, 도전)'라고 부른다. 심판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오히려 권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심판의 권위는 정확한 판정에서 나온다. /i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