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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의 인디살롱] 레전드 베이시스트 송홍섭, 그의 노트북에는 무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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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관명 기자] 송홍섭(63)은 그야말로 이미 전설이 된 베이시스트다. 1970년대 후반 김명길(기타)이 이끌던 록밴드 데블스를 시작으로, 1978~80년 최이철(기타)과 김태흥(드럼), 이근수(키보드), 김명곤(보컬)의 사랑과평화, 1980~81년 배수연(드럼), 정원영(키보드), 한상원(기타), 양남기(보컬)의 석기시대, 1982~85년 이호준(키보드), 유상윤(키보드), 백천남(드럼) 등이 포진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 활약했다. 특히 그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시절 당시 한양대생이었던 유재하를 건반주자로 발탁, 유재하가 작곡한 ‘사랑하기 때문에’를 조용필 7집에 수록케 한 공로는 매우 유명한 일화다.

송홍섭은 기라성 같은 밴드만이 아니라 세션 연주자, 음반 프로듀서와 제작자로도 일가를 이뤘다. 김현식 1집에 이호준 배수연 김양일 등과 함께 세션으로 활동한 것을 비롯해 동아기획에서 나온 김현식 4~6집, 역시 동아기획에서 나온 한영애 2집과 이후 나온 3,4집, 봄여름가을겨울 앨범 등의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소방차, 심신, 전유나 등 결이 전혀 다른 가수들의 앨범 프로듀싱을 맡기도 했다.

이어 1990년에는 한국 뮤지션 최초로 서울 마천동에 송스튜디오를 설립, 한영애 재녹음 2집, 한돌 3,4집, 박정운 2집, 유앤미블루 1집, 신윤철 2,3집을 제작했다. 그리고 이 송스튜디오(1기) 시절의 단골 뮤지션이 바로 신윤철 유앤미블루(이승열 방준석) 정영원 한상원 장필순이었다. 1995~98년 서울 여의도에 새로 설립한 송스튜디오(2기) 때는 삐삐롱스타킹과 어어부밴드의 음반을 제작했다.

이러는 사이 자신의 디스코그래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내 음악의 정체성을 한번은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1991년 1집 ‘내일이 다가오면’을 냈다. 객관적 시각을 얻고 싶다는 이유로 작편곡을 신윤철 정영원 박정운 오태호 등 후배들에게 맡겼다. 2006년 나온 2집 ‘Meaning of Life’에서는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 가사 역시 당시 푹 빠져 읽었던 ‘노자’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 썼다. 대학(호원대) 강의를 시작했을 무렵인 2009년에는 제자들과 함께 3집 ‘Love You..Honey’를 냈다. “개인적으로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를 좋아해 원없이 넣어본” 앨범이었다.

그리고 2017년 2월과 5월 ‘송홍섭앙상블’이라는 이름으로 싱글을 2장 냈다. 2월10일에 나온 것이 '챕터1'으로 ‘사랑해요’ ‘Goodbye’ ‘얘기할 수 없어요’, 5월12일 이번에 나온 것이 '챕터2'로 ‘바람처럼, 구름처럼, 강물처럼’이다. 특히 ‘바람처럼, 구름처럼, 강물처럼’에는 25년전 제작자와 아티스트로 인연을 맺었던 유앤미블루의 이승열이 피처링(기타 & 보컬)에 참여했다.

인터뷰는 앨범 발매전인 지난 8일 저녁 '챕터1' 유통사였던 미러볼뮤직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식사와 반주도 함께 했다. ’한동안 뜸했었지’ ‘얘기할 수 없어요’ ‘장미’ 같은 사랑과평화의 곡들로 중학생 사춘기 열병을 잠재우다 어느덧 50대가 된 기자로서는 그야말로 꿈같은 자리였다.

= 반갑습니다. 여쭤볼 게 정말 많습니다. 우선 이번 '챕터2' 싱글은 어떤 맥락에서 나오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원래는 송홍섭앙상블 이름으로 10곡을 싱글로 연이어 내놓은 다음, 솔로 4집을 하려 했는데 ('챕터2' 유통사인) 뮤직앤뉴에서 계획을 조금 바꿨습니다. 이미 미러볼뮤직에서 나온 싱글 3곡을 '챕터1'으로 묶고, (이)승열이랑 한 ‘바람처럼, 구름처럼, 강물처럼’을 '챕터2'로 해서 앞으로는 '챕터' 연작으로 10곡을 채울 생각입니다. 그리고는 연말에 제 4집이 나올 것 같습니다.”

= ‘바람처럼, 구름처럼, 강물처럼’은 어떤 곡입니까. 블루투스 스피커를 준비해왔는데 함께 들으시면서 자세한 코멘터리를 부탁 드립니다.

cf. ‘바람처럼, 구름처럼, 강물처럼’은 송홍섭의 2집(2006년)에 실렸던 곡으로 이승열이 기타와 보컬로 참여했다. 송홍섭의 독특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남메아리의 리듬감 넘치는 피아노, 이현준의 홀로그래픽한 드럼과 퍼커션, 특히 21세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은준호의 농익은 블루스 기타가 어우러졌다. ‘하늘의 구름처럼 가고 싶어 흐르는 강물처럼 가고 싶어 / 아 꿈에 보는 고향을 떠나던 날 눈 내리던 동구밖 길 다시 보네 / 아 갖고 싶어 그대를 떠나던 날 내 머리에 내려앉던 눈꽃송이 음 / 떠도는 바람처럼 가는거야 흐르는 강물처럼 가는거야 / 하늘의 구름처럼 가고있네 떠도는 바람처럼 가고있네..’

“원래 제 곡인데 이번에는 승열이가 피처링을 했어요. 송홍섭앙상블은 곡에 따라 멤버가 다 다릅니다. 지금 들리는 기타가 21살짜리 은준호가 친 것인데 1960,70년대 소리가 나와요. 아직 학생(호원대)인데 아주 대단한 친구입니다. 정원영 교수가 적극 추천한 이유가 있었네요. 제자가 아니라 파트너에요(웃음). 피아노는 남메아리라는 친구가 쳤는데 폴 사이먼 프레이즈의 감각이 있어요. 역시 호원대 출신인데 현재 버클리에 재학중으로 올 8월에 다시 뉴욕으로 갑니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곡의 피아노 프레이즈는 미리 다 끝내려고 해요.”

= 전체적으로 전자음이 두드러집니다.

“원래 송홍섭앙상블이 그럴려고 만든 거에요. 요즘 그래서 (음향 편집 및 작곡 소프트웨어인) 에이블톤 라이브의 그래뉴레이터2(Granulator2)라는 유료 플러그인 갖고 노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자신의 맥북프로를 꺼내놓고는 ‘기계 만지는 걸 좋아한다. 오늘은 김 기자랑 이 맥북 갖고 재밌게 놀아야겠다’라며 해당 플러그인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독일 사람이 개발한 프로그램인데 예를 들어 베이스 연주 녹음을 입력하면 곧바로 미디로 바뀝니다. 목소리도 미디 트랙으로 바꿀 수 있어요.”

= 프로그램도 대단하고, 선생님 열정은 더 대단하시네요. 질문이 뒤죽박죽이긴 한데, 요즘 근황이 어떠신지요. 그리고 베이스는 어떤 모델을 쓰십니까.

“호원대 실용음악과에서 강의를 한 지 벌써 8년이 됐습니다. 송스튜디오(3기. Song Studio & Co.)를 이번에 또 지금 살고 있는 경기 가평에서 부활시켰고요. 가평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함께 다닌 동기동창인 아내와 함께 현재 가평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평군수도 학교 2년 후배라 올해로 3회를 맞는 싱어송라이터 경연대회(10월) 같은 여러 문화행사를 도와주고 있어요. 담배는 건강 때문에 예전에 완전히 끊었고 지금은 등산을 일주일에 한두번씩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술은 2주일에 한두번쯤? 덕분에 강의를 하면 연달아 4시간을 서서 해도 거뜬합니다. 학교에서는 나름 인기강사에요(웃음). 베이스는 네크가 브라질리언 우드로 된 1963년도 펜더를 쓰는데 소리가 굉장히 좋아요.”  

= 2월에 나온 싱글 3곡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랑해요’는 오래 전 발표했던 곡을 모티프 8마디만 남기고 모두 다시 만진 곡이에요. 베이스 소리는 제가 개발한 이펙터로 막 쳤고, 목소리는 알페지오라는 프로그램으로 가공했어요. 하여간 내 곡 중에서 일렉트릭 사운드를 가장 많이 넣은 곡이 바로 ‘사랑해요’입니다. ’Goodbye’도 알페지오를 썼고, ‘얘기할 수 없어요’는 아시는 대로 사랑과평화가 1979년 발표한 2집에 실렸던 곡입니다.”

= 올해 다른 계획은 또 있으신가요.

“아, 10월에 열리는 광화문 축제에서 울려퍼질 ‘아리랑’ 편곡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아리랑’들과는 많이 다를 거에요. 지금까지 너무 어렵게 편곡돼 있었거든요. ‘아리랑’ 입장에서는 고생을 한 셈이죠. 이번주에 녹음을 마쳤는데 제작자가 아주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맥북프로에 담긴 ‘아리랑’ 송홍섭 편곡 버전을 들려줬다.) 지금 들리는 건반도 남메아리가 친 거에요. 여자 목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제가 보코더(주로 사람 목소리의 음정을 키보드 같은 악기를 통해 주파수 성분을 변화시키는 이펙터)로 만든 겁니다. 제가 보코더 귀신이거든요(웃음). 드럼은 신석철, 덥스텝 베이스는 접니다. 앞으로 태평소를 넣을 예정인데, 제작자는 랩도 넣자고 합니다(웃음).”

= 2012년에는 카도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는데, 어떻게 됐나요?

[카도(cado. 인디언말로 선구자라는 뜻) 프로젝트는 송홍섭이 신윤철(기타) 신석철(기타) 김책(드럼) 황유림(보컬)과 함께 신중현 곡들을 리메이크하기 위해 결성한 프로젝트 밴드. 첫 번째 프로젝트로 신중현이 작곡한 김추자 노래들을 새롭게 편곡해서 내놓기로 해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는데 무산됐어요. 8채널과 모노 레코드로 다 만들긴 했지만 발표를 못했습니다. 어쨌든 예전 송스튜디오에서 만나던 신석철이나 삐삐, 어어부 이런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있고, 이번에 승열이도 만나고, 다음에는 방준석도 만날 예정이니, 카도 프로젝트를 다시 해보고는 싶습니다.”

= 아무래도 사랑과평화 이야기를 안꺼낼 수가 없습니다. 사춘기 시절부터 광팬이었습니다.

“사랑과평화는 전무후무한 팀이에요. 그렇게 완벽한 그룹은 지금도 없습니다. 저도 사랑과평화에서 리듬에 대해 눈을 떴어요. 사랑과평화 이후 리듬에 대한 갈증이 심해서 그때부터 허비 행콕을 본격적으로 공부했어요. 웨더 리포트를 공부하느라 몇년 동안 밤을 지샜고, 그래서 제 것이 된 웨더 리포트 리듬이 많습니다. 고등학생이던 한상원과 정원영을 꼬셔서 밴드를 만든 적이 있는데(석기시대) 그때 허비 행콕을 많이 연주했어요. 셋이 다 웨더 리포트 광팬이었거든요.”

cf. 이때부터 송홍섭의 맥북프로에서는 허비 행콕과 웨더 리포트 곡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그는 특히 최근 들어 애플뮤직에 꽤 빠졌다고 한다. 자신이 예전 1960년대 음질 안좋은 백판으로 듣던 음악들이 이제는 애플뮤직을 통해 제대로 된 품질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cf. “‘Court And Spark’, 이 곡은 노라 존스가 피처링한 곡인데 참 좋아요(앨범은 ’River : The Joni Letters’). ‘Dis Is Da Drum’(1994) 이 음반도 좋고. 하여간 제가 요즘 듣고 있는 플레이리스트가 대부분 1960년대 말~1970년대 중반 그때 듣던 노래들입니다. 퀸의 ‘Somebody To Love’(1976), 롤링 스톤즈의 ‘Brown Sugar’(1971),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좋아했던 밴드 그랜드펑크레일로드의 ‘Footstompin’ Music’(1974), 로드 스튜어트의 ‘Maggie May’(1971), 존 사이먼(더 밴드)의 ‘The Weight’(1968)는 지금 들어도 진짜 멋있는 곡이에요. 이밖에 블랙 사바스의 ‘Parnoid’(1970)는 예전 기타 좀 친다는 친구들이라면 다 했던 곡이고. 올맨브라더스밴드의 ‘In Memory of Elisabeth Reed’(1971)는 무대에서 정말 수없이 연주했던 곡입니다.”

= 저도 대부분 아는 곡들이네요. 그건 그렇고, 애플과 무척 친하신 것 같습니다(웃음).

“믹싱도 다 이 맥북프로를 갖고 합니다.”

 = 나이를 초월한 선생님의 열정에 큰 감동을 받은 인터뷰였습니다. 앞으로 나올 ‘송홍섭앙상블’ 챕터 연작도 계속 성원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조만간 가평으로 한번 놀러오세요. 수고하셨습니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 = 송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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