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 잡은 KGC, 여전히 FA시장 최고승자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5.17 07: 58

이정현(30·FA)을 놓친 손해보다 오세근(30·KGC)을 잡은 이득이 더 크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16일 ‘MVP 3관왕’ 오세근과 보수 7억 5천만 원(연봉 6억원, 인센티브 1억5천만 원), 계약기간 5년에 계약을 맺었다. 반면 총 보수 8억 원(연봉 7천 2천만 원 + 인센티브 8천만 원)을 요구한 이정현과는 협상이 결렬됐다.
이정현을 원하는 구단은 19일까지 영입의향서를 제출한 뒤 24일까지 그와 협상할 수 있다. 이미 복수의 구단이 이정현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이정현은 문태영이 2015년 받았던 보수총액 8억 3천만 원을 넘어 역대 최고액으로 계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KGC와 이정현은 사실상 결별했다.

▲ 무시할 수 없는 국내빅맨의 희소가치
KGC가 오세근과 이정현을 둘 다 잡기는 애초에 무리였다. 굳이 한 명만 선택한다면 정답은 오세근이다. KBL 역사상 걸출한 국내 빅맨을 보유하지 않고 우승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스몰볼을 구사했던 2016년의 오리온 역시 이승현이란 빅맨이 있었다.
지난 시즌 오세근은 평균 14점, 8.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011년 데뷔 후 득점은 커리어 2위, 리바운드는 가장 좋은 수치였다. 김승기 감독은 “오세근만 건강하면 어느 구단을 만나도 무서울 것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실제로 그랬다. 하승진의 시즌아웃, 김주성의 노쇠화로 오세근을 견제할 빅맨은 누구도 없었다. 김종규와 이종현은 아직 설익었다. 오세근은 MVP 3관왕을 달성하며 프로농구 넘버원 빅맨으로 자리를 다시 한 번 확고하게 다졌다.
오세근의 유일한 불안요소는 건강이었다. 중앙대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뛴 오세근은 혹사를 당했다. 고질적으로 허리와 발목 등이 좋지 않다. 그는 2011-12시즌 우승으로 정점을 찍고 3시즌 동안 부상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오세근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도 나왔다. 중앙대시절 오세근은 앨리웁 덩크슛도 가볍게 찍는 괴물이었다. 요즘에는 일부러 덩크슛을 자제하기도. 대신 힘과 노련함으로 승부하는 선수가 됐다.
오세근은 지난 시즌 처음으로 54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데뷔 후 가장 많은 평균 32분 38초를 뛰었다. 건강에 대한 우려를 깔끔하게 씻었다. 데이비드 사이먼과의 조화도 좋았다. 오세근은 자신을 받쳐줄 외국선수가 있을 때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실히 증명했다.
다음 시즌 김주성은 마지막 시즌을 뛴다. 이승현과 김준일은 상무에 입대했다. 김종규와 이종현이 오세근의 권좌를 넘보기는 이르다. 오세근은 여전히 최고의 실력에 희소성까지 갖추고 있다.
KGC 관계자는 “오세근과 이정현 모두에게 최대한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는 금액을 제시했다. 여러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오세근의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했다. 이승현 등이 입대해 희소가치가 더 높아졌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 이정현, 아쉽지만 단신외인으로 대체 가능
한국농구에서 엘리트 빅맨은 대체할 자원이 없다. 서장훈, 김주성을 보유한 팀은 10년 이상 프로농구의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스윙맨은 그렇지 않다. 이정현이 최고급 득점원인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대체자원을 선발하기가 수월하다. 단신 외국선수제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챔프전에서 뛰었던 마이클 테일러도 좋은 예다. 테일러는 6차전 2,3쿼터만 뛰면서 16점, 2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그는 동료들과 손발을 거의 맞추지 못했음에도 불구,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농락했다. 외국선수들이 가진 월등한 기량은 한국선수들이 막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테일러정도 기량을 갖춘 외국선수들은 많다. 이정현이 해줬던 역할을 맡길 수 있다.
이정현이 떠났지만 KGC는 여전히 호화멤버를 자랑한다. 지난 시즌 강병현은 부상으로 정규시즌 6경기 출전에 그쳤다. 32세인 강병현은 여전히 주득점원으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나이다. 문성곤이 입대했지만 한희원은 남아있다. KGC는 여전히 이정현 자리에서 뛸 수 있는 다수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정현이 떠나면서 KGC는 기존 멤버들에게 후한 연봉인상까지 해줄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KGC 관계자는 "만약 오세근이 시장에 나왔다면 현재 이정현보다 더 가치가 높았을 것"이라며 오세근과의 계약에 만족했다. 
이제 이정현은 타팀으로 이적해 많은 연봉을 받으며 자신이 주역으로 뛸 기회를 잡았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대전 현대 정규리그 3연패의 주역 조성원은 2000년 FA 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했다. 주역이 된 조성원은 17.3점이었던 평균득점이 25.7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조성원은 LG에서 우승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결국 그는 SK를 거쳐 2003년 친정팀 KCC로 복귀했다. 다시 결성된 이조추 트리오는 2004년 찰스 민렌드와 함께 우승을 합작했다.
실패사례도 있다. 김효범은 2010년 모비스에서 SK로 이적했다. 전 시즌 연봉 2억 1200만 원을 받았던 김효범은 SK와 5억 1300만 원에 사인했다. 모비스에서 역할이 작았던 김효범이 다른 팀에서 펄펄 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김효범은 첫 시즌 15.2점을 올리며 데뷔 후 최고점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며 신임을 잃었다. 결국 김효범은 계약기간 5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2012-13시즌 도중 SK와 결별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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