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고'의 변칙, 그 수확은 허프에게 달렸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5.19 05: 50

양상문(56) LG 감독은 눈앞의 1승보다 팀 전체를 생각했다. 결과는 탐탁치 않았지만 이후 결과가 순조롭다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챙기게 될 것이다. LG가 택한 '돌아온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33) 기용법 이야기다.
LG는 16일부터 사흘간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와 3연전을 '스윕패'했다. 팽팽하던 첫 경기는 연장 11회 혈투 끝에 2-3으로 패했다. 이어 17일 경기서는 선발 헨리 소사가 5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며 일찌감치 승기를 내줬다. 18일 경기서도 선발 김대현이 2회 1점, 3회 5점을 내주는 등 5이닝 9피안타(2피홈런) 4사사구 8실점으로 고전하며 스윕패를 막지 못했다.
이번 3연전 전까지 LG는 선두 KIA와 1.5경기차 2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3연전 결과에 따라 선두가 달라질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때문에 예상된 선발진의 면면도 화려했다. 양상문 감독은 14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다음주 KIA와 3연전 선발투수로 차우찬-소사-허프를 생각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질적인 1~3선발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이었다.

만약 허프가 예정대로 18일 경기에 나왔다면 그의 올 시즌 첫 선발등판이었다. 시범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며 개막이 늦어진 허프는 지난 12일 잠실 한화전서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첫 3이닝을 깔끔하게 막았지만 네 번째 이닝에서 4안타를 뭇매를 맞는 등 4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은 허프에게 합격점을 매겼다. 양 감독은 "첫 등판임을 감안하면 괜찮은 투구였다. 오늘 몸 상태를 점검한 후 이상이 없다면 다음 등판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킬 계획이다"라고 평가했다. 그 계획대로 18일 등판이 유력해보였다.
양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양상문 감독은 17일 경기 후 이튿날 선발투수로 김대현을 예고했다. 그 사실을 전해들은 '적장' 김기태 KIA 감독도 "허프를 예상했기 때문에 잘못 들은 줄 알았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유는 지난 14일 '캡틴' 류제국이 컨디션 난조로 1군에 빠졌기 때문이다. 만일 허프를 18일 KIA전에 등판시켰다면 19일부터 롯데와 주중 3연전 선발진은 김대현-임찬규-차우찬으로 꾸려야 했다. 임찬규의 최근 상승세를 감안해도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
김대현과 허프의 등판 순서를 맞바꾸며 LG는 허프-임찬규-차우찬으로 롯데와 맞서게 된다. 그로써 LG는 KIA에 비해 전력이 다소 떨어지는 롯데를 상대로 확실히 승수 사냥에 나설 수 있다.
KIA와 3연전 싹쓸이 패는 LG에게 분명 타격이다. 선두 도약을 노릴 법한 기회를 놓친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기싸움에서도 분위기가 한풀 꺾인 것.
그러나 수확 역시 분명하다. 이제 LG 벤치의 선택을 '신의 한 수'로 만들기 위해서는 허프의 호투가 필요하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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