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목’ 켈리-윤희상, SK 마운드 보호막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5.21 05: 52

SK는 지난해 말 에이스 김광현이 왼 팔꿈치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2017년 결장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적어도 180이닝 이상, 10승 이상을 거둘 수 있는 선수가 전력에서 이탈했다. 비상이었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었다.
결국 외국인 에이스 메릴 켈리(29)와 토종 에이스 윤희상(32)이 버팀목이 되어야 했다. 당장의 팀 승리는 물론, 오랜 이닝을 버티며 선발 수업을 받는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는 보호막을 쳐줘야 했다. 책임감이 막중했고 짐이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두 선수는 어깨에 짐을 이겨내고 있다. 후유증 우려를 이겨내고 시즌 초반 힘을 내는 중이다.
시즌 초반 붕괴 직전의 SK 선발진이지만 켈리와 윤희상이라는 버팀목이 있어 완전 붕괴까지는 이르지 않고 있다. 켈리는 올 시즌 9경기에서 58⅓이닝을 던지며 4승3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보다는 평균자책점이 다소 올랐지만 9경기 중 5이닝 미만 소화가 단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든든한 이닝소화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6번이나 된다.

열흘간 휴식을 취했던 윤희상 또한 복귀 후 2경기에서 합계 13⅔이닝 2실점 역투로 물에 빠져 가던 SK 선발진을 구해냈다. 8경기에서 48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2패 평균자책점 2.98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역시 퀄리티스타트가 5번으로 전체 경기의 절반 이상이다. 피안타율은 2할2푼,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1.03에 불과하다. 내용이 아주 좋다.
두 선수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었지만, 우려도 있었다. 켈리는 지난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200이닝을 던졌다. ‘200이닝 후유증’이 우려됐다. 윤희상은 2015년 팔꿈치 통증 이후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없었다.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팔꿈치 상태에 대한 물음표를 따라붙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그런 우려를 깨끗하게 지우고 순항 중이다.
켈리는 여전한 구위를 뽐내고 있다. “이닝을 많이 소화해야 한다”는 생각 속에 적극적인 승부를 하다 피안타율이 높아지는 경향은 있지만 20일 현재 리그 탈삼진 1위(66개)를 질주하고 있다. 윤희상은 완급조절이 돋보인다. 역시 많은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윤희상의 경기운영은 데뷔 이후 가장 좋다고 봐도 될 정도로 원숙해졌다. 캠프 당시 윤희상은 웃으며 "좋을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돌이켜보면 이는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이었다.
두 선수가 힘을 낸다면 벤치도 여유가 생긴다. 문승원 박종훈 등 다른 선발 투수들에 대한 ‘불펜 지원 사격’이 가능해진다. 또한 연패가 길어지지 않는 효과도 있어 심리적인 안정감도 생긴다. 여기에 최근 2군 재활 등판을 시작한 스캇 다이아몬드가 돌아오면 SK 선발진도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있다. 보통 ‘수호신’, ‘최후의 보루’라는 말은 마무리 투수들에게 더 어울리는 수식어일지 모르지만 SK는 사정이 다르다. 켈리와 윤희상이 수호신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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