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분석] '데뷔 첫 선발 무실점' 문승원의 '인생투'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5.21 18: 19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SK 문승원(28)은 분명 데뷔 이후 가장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그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였다.
문승원은 21일 창원 마산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전에 선발등판, 6이닝 4피안타 1사구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4-0으로 앞선 7회부터 마운드를 채병용에게 넘겼다. 그러나 채병용이 점수 차를 지키지 못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시즌 2승을 눈앞에 뒀던 문승원은 이날 승패를 기록하지 못하게 됐다.
SK는 연장 11회 5안타 2볼넷을 묶어 3득점, NC를 9-4로 누르고 '우세 3연전'을 챙겼다.

문승원은 이날 경기 전까지 8경기에 선발등판, 42이닝을 소화하며 1승4패 평균자책점 6.64를 기록 중이었다. 최근 두 경기서 모두 6이닝을 소화했지만 나란히 4자책점. 안정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보통의 젊은 투수들이 제구난으로 고전한다면, 문승원은 조금 달랐다. 많은 피안타가 문제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문승원의 9이닝당 피안타는 12.4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가장 높았다. 피안타율 역시 3할2푼6리로 규정이닝 투수 중 가장 안 좋았다. 자연스레 평균자책점 역시 최저. 볼넷(19개)보다 피안타(58개)가 문제인 유형이었다.
결국 관건은 피안타 억제였다. 문승원은 1회 선두 타자 이종욱에게 중전 안타를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후속 박민우를 2루수 뜬공으로 솎아내며 한숨 돌렸다. 이어 나성범을 삼진, 재비어 스크럭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2회는 삼자범퇴. 3회에도 선두 손시헌에게 안타를 내준 뒤 희생번트로 1사 2루에 몰렸다. 그러나 득점권에도 동요하지 않고 이종욱과 박민우를 범타로 돌려세웠다.
문승원의 진가는 4회 발휘됐다. NC 클린업트리오 나성범-스크럭스-박석민에게 차례로 삼진을 빼앗았다. 나성범과 스크럭스에게는 133km 포크볼을 결정구로 사용해 방망이를 끌어냈고 박석민에게는 볼카운트 1B-2S에서 과감하게 속구(144km)를 꽂아넣었다. 자신감이 엿보이는 투구였다.
문승원은 이날 80구를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지난 16일 경기서 120구를 던졌기 때문에 벤치에서 배려해준 것이다. 그러나 7회, 실책과 4안타가 겹치며 SK는 대거 4실점했다. 문승원의 승리가 날아간 것이다.
그럼에도 의미는 충분했다. 지난 2012년 SK의 1라운드 지명을 받은 문승원은 이날 경기 전까지 46경기에 등판했다. 이 중 선발등판은 21차례. 문승원은 선발등판한 2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70으로 썩 좋지 못했다. 매 경기 최소 1점은 내줬다.
그러나 이날은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문승원의 데뷔 첫 '선발 무실점' 경기였다.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넘어 '인생투'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내용이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올해 선발 육성 시스템을 강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록은 좋지 않아도 재능을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 언제나 꾸준한 태도를 유지하는지, 훈련하는 자세도 봐야 한다. 문승원은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문승원에 지지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비록 한 경기지만 결실을 맺었다. /i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