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행’ 정의윤, 스스로 답 찾아야 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5.22 13: 00

정의윤(31·SK)은 야구에 대한 고민이 많은 선수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지만, 정의윤은 이에 너무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안타까움이다.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푸는 방법도 잘 몰랐다. 이는 정의윤 스스로도 인정한다.
그런 정의윤은 20일 마산구장에서 열릴 예정인 NC와의 경기를 앞두고 결국 2군에 내려갔다. 팀의 중심타자로 기대를 모았던 정의윤은 올 시즌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38경기에서 타율이 2할3푼5리까지 처졌다. 홈런은 4개, 타점은 12개에 불과했다. 6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삼진을 25개나 당했다. 최근 10경기에서도 타율 2할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코칭스태프가 결단을 내렸다.
2015년 7월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은 정의윤은 곧바로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015년 후반기, 2016년 전반기 SK의 4번 타자로 활약하며 리그 정상급 성적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후반기부터 성적이 처지기 시작하더니, 부진한 흐름은 올해 전반기까지 이어졌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행사를 앞두고 씁쓸한 시기가 이어졌다.

그런 정의윤을 놓고 두 명의 지도자가 다른 처방을 내놨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까지 SK를 이끌었던 김용희 감독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 결과 정의윤은 지난해 144경기 모두에 나갔다. 반면 올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트레이 힐만 감독은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힐만 감독은 정의윤이 부진하자 일정 시간을 두고 벤치에 내렸다. 그리고 20일에는 2군행이라는 처방까지 내렸다.
양쪽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 현역 시절 강타자 출신인 김용희 감독은 팀의 4번 타자가 갖는 고뇌와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지도자였다. 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정의윤이라는 확실한 4번을 키워야 했다. 그 고비를 넘기고 한 단계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러려면 벤치에 있는 것보다는 경기에 나서 싸워야 한다는 논리였다.
반면 힐만 감독은 “정의윤은 안 될 때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선수다. 그런 선수는 아예 빼버리는 것이 낫다”고 했다. 힐만 감독은 정의윤에 대해 “기술적 문제는 없다”고 단언한다. 심리적인 문제로 본다. 때문에 벤치에서 생각을 다시 할 수 있게끔 여유를 주는 것이다. 바둑에서 훈수꾼이 판을 더 넓게 볼 수 있듯이, 때로는 치열한 전장을 벗어나 전체적인 판을 보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다.
이처럼 다른 처방을 내린 두 지도자지만, 다른 방법도 인정한다는 점은 해법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말해준다. 김용희 감독은 지난해 “경기에서 빼 여유를 주는 것도 괜찮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힐만 감독도 정의윤이 결국 그라운드에서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는 결론적 전제를 부인하지 않는다. 지난해보다 중심타선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많아졌다는 상황적 여유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가는 길이 조금 다를 뿐, 지향하는 목적지는 같다. 이런 사례는 벤치가 그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여전히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동민 김동엽은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자신의 커리어가 확실하다고 할 수는 없어 몇 차례 고비가 올 전망이다. 그때 정의윤이 SK 타선의 폭발력을 지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2군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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