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홈런 맞고 불탄 승부욕, 이영하의 '싸움닭 기질'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05.22 13: 00

"홈런 맞고 나니까, 오히려 더 승부욕이 생기더라고요."
이영하는 지난 20일 광주 KIA전에 7회에 마운드에 올라 데뷔전을 치렀다.
고교시절부터 150km/h를 던진 그는 지난 2016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뒤 곧바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전부를 재활로 보낸 그는 지난 3일 퓨처스리그에서 첫 실전 무대를 가졌고, 지난 16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많은 기대를 안게 했던 이영하의 데뷔전.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이 많았다. 이영하는 비록 선두타자 버나디나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최고 150km/h의 직구를 던지며 이후 서동욱과 김주찬을 곧바로 삼진 처리했고, '4번타자' 최형우까지 땅볼로 막으며 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다.
이영하의 피칭을 본 김태형 감독은 "2군에서 봤던 모습보다 더 좋은 공을 가지고 있었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한용덕 투수코치도 "직구의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해서 제구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또 150km/h를 던지는 볼끝이 좋다. 변화구는 70% 수준에 그치지만, 직구가 워낙 좋아서 1군에서 충분히 통할 공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대하던 데뷔전을 마친 뒤 다음날 만난 이영하는 "크게 떨리지는 않았다. (박)세혁이 형만 보고 공을 던졌는데, 흥분되고 기분이 좋았다"라며 데뷔전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데뷔전? 100점 만점의 80점"
지난 16일 1군에 등록된 그는 이후 경기 중 두 차례 정도 불펜에서 몸을 풀었지만 경기가 모두 접전으로 흐르면서 등판이 불발됐다. 오랜 기다림에 초조할 법도 했지만 그는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기회가 왔을 때 잘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오히려 1군 적응 기간을 가진 것도 도움이 됐다. 이영하는 "2군보다 아무래도 형들이 많아서 마냥 어려울 것 같았는데, 편하게 잘 배려해줘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라며 "아무래도 2군에서는 재활 중이라서 경기를 안보고 재활을 하다가 마운드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한 경기 한 경기 긴장도 되고, 관중도 많은 곳에서 던질 수 있어서 재미있다"라고 1군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다림 끝에 데뷔전을 마친 이영하는 "100점 만점이라고 하면 80점은 주고 싶다"고 평가했다. 홈런 한 개를 맞은 것은 아쉽지만 스스로 만족할만한 공을 던졌다는 뜻이었다.
첫 타자 버나디나에게 홈런을 맞은 상황에 대해 그는 "아무래도 직구 구속이 잘 나와서, 처음에는 직구로만 승부를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홈런 맞은) 이후에 변화구를 섞으니까 잘 효과적이었고, 경기도 잘 풀렸다"라며 "오히려 홈런을 맞아서 마음이 편해져 다음 타자를 더 잘 상대할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런 이영하의 호투 배경에는 포수 박세혁의 도움도 컸다. 그는 "2사 후 최형우 선배님을 만나서 초구 직구를 던졌는데, 약간 방망이가 늦게 나오는 것 같았다. 내가 처음 1군에 올라와서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았다. 그래서 한 개 더 던져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박)세혁이 형이 직구를 던지라고 해줬다"며 "홈런을 맞을 때에도 세혁이 형이 와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해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되짚었다.
이영하의 공을 받은 박세혁은 "(이)영하의 직구는 정말 일품이다. 내 볼배합의 실수 홈런을 맞게 돼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타자들을 잘 막아내며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이영하는 다음 등판 목표에 대해 "홈런을 뺀 데뷔전의 모습이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숨길 수 없는 '싸움닭' 기질
삼진 2개에 150km/h대의 빠른 공이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이영하의 가치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싸움닭' 기질이었다.
첫 타자에 홈런을 맞아 흔들릴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전의를 불패웠다. 이영하는 "이번에 홈런을 맞고서도 승부욕이 올랐다. 정말 구속도 잘 나오고, 잘 들어갔다고 생각한 공이었는데, 계속 날아갔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그는 "한 번 붙어보자는 생각에 더 힘을 썼다"라며 "고등학교 때부터 잘 던진 공이 홈런이 되곤 하면, '이걸 쳐?'라는 생각과 함께 오히려 더 의욕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과 한용덕 투수코치는 이런 이영하의 모습에 "정말 마인드가 마음에 든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첫 등판부터 두둑한 배짱을 보여준 이영하는 접전 상황에서 팀의 승리를 지켜내는 마무리 투수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는 "선발투수도 분명 매력있는 보직이다. 나중에 투구수가 늘어나면 꼭 해보고 싶은 보직이다. 그런데 예전부터 마무리 투수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어서 그는 "지금도 (이)용찬이형, (이)현승이형에게 준비하는 것부터 해서 불펜 투수이 해야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라며 "나중에 완벽하게 1군에 적응하고 잘된다면, 마무리 투수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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