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집단 퇴장' 삼성-한화 난투극, 사건의 전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5.22 05: 30

KBO 초유의 선발투수 동반 퇴장, 5명 무더기 퇴장. 한화와 삼성이 벤치 클리어링에 난투극으로 화끈하게 붙었다. 
21일 대전 삼성-한화전은 근래 보기 드문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그 결과 윤성환(삼성)과 카를로스 비야누에바(한화)가 동반 퇴장됐다. 선발투수 2명이 같은 날 퇴장된 건 KBO 사상 처음. 몸 싸움에 가담한 재크 페트릭(삼성), 정현석(한화) 그리고 4회 차일목에게 사구를 던진 김승현까지, 총 5명이 무더기 퇴장을 당했다. 5명이 퇴장된 것은 지난 2004년 8월5일 문학 삼성-SK전 이후 13년 만이었다. 
▲ 윤성환-김태균, 단순 신경전

사건의 발단은 3회말 한화 공격. 선취점을 낸 한화는 2사 3루 찬스에 4번타자 김태균이 타석에 들어섰다. 삼성 투수 윤성환은 김태균과 몸쪽 승부를 계속 했고, 6구째 직구도 몸쪽 깊게 들어갔다. 김태균이 엉덩이를 뒤로 빼며 피하려 했지만, 유니폼 상의에 공이 스쳤다. 몸에 맞는 볼. 여기까진 문제없었다. 
하지만 1루로 걸어가는 과정에서 김태균과 윤성환의 눈이 마주쳤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구 직후 두 선수가 얼굴을 쳐다보며 눈을 마주친 게 시작이었다. "왜?", "뭐?"라는 식으로 신경전을 벌인 것이었다. 두 선수가 서로를 향해 걸어가며 설전을 벌이자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 나왔다. 1차 벤치 클리어링. 오후 2시50분부터 2분간 짧게 경기가 중단됐다. 
김태균은 윤성환이 사구를 던지고도 미안해하지 않는 표정에 아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환이 1년 선배이지만 사구는 선후배를 떠난 문제란 게 김태균의 오래된 생각. 과거에도 "투수가 선배라도 타자 몸을 맞혔으면 '미안하다' 표시를 하면 좋을 것 같다. 길을 지나가다 부딪쳐도 사과를 하지 않나"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성환으로선 유니폼을 살짝 스친 사구란 점에서 굳이 사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고의성이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 차이였고, 어디까지나 단순 신경전이었다. 두 선수가 1년 선후배이지만 개인적인 인연이나 친분이 없다는 점도 신경전을 벌인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야구를 하다 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 비야누에바가 흥분한 이유는
사태가 커진 건 다음 순간이었다. 1차 벤치 클리어링이 정리된 후 윤성환은 후속 타자 윌린 로사리오를 상대로 초구에 다시 몸쪽 공을 던졌다. 고의성 다분한 빈볼에 왼팔을 맞은 로사리오는 배트를 내동댕이치며 마운드로 향했고, 양 팀 선수단이 다시 덕아웃에서 그라운드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이번에는 단순 대치가 아니었다. 주먹다짐과 발길질이 오가는 난투극. 한두 명이 아닌 집단 싸움이었다. 
가장 의외의 인물은 한화 선발 비야누에바였다. 2차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하자마자 덕아웃에서 전력질주해 연속 사구를 던진 윤성환에게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 집단 난투극으로 번진 결정적 순간이었다. 사구 당사자인 김태균과 로사리오보다 더 흥분했다. 비야누에바는 이날 3회까지 무안타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경기를 위해 몸을 아껴야 할 상황이었는데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당일 경기와 그 다음날 선발투수는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도 몸 싸움을 자제하는 게 원칙이다. 비야누에바는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메이저리그 풀타임 시즌을 보낸 베테랑이라 이를 모를리 없다. 결국 잘 던지던 비야누에바가 물러나자 가뜩이나 불펜이 약한 한화는 경기가 더 크게 꼬였다. 결국 주말 3연전을 모두 내주며 스윕패했다. 
한화 관계자들은 비야누에바가 흥분한 이유를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로사리오를 보호하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로사리오는 삼성과 3연전 내내 사구를 맞았다. 평소 사구를 맞아도 크게 개의치않아 한 로사리오였지만, 20일 9회말 1사 만루에서 공을 맞자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결국 이날까지 로사리오가 공을 맞자 평소 매너 좋기로 소문난 비야누에바가 폭발했다는 후문이다. 
▲ 김승현, 추가 퇴장당한 까닭
비야누에바뿐만 아니라 정현석과 재크 페트릭도 서로 뒤엉켜 넘어지며 싸움박질을 했다. 이 3명의 선수는 폭력 행사를 이유로 퇴장 조치됐고, 윤성환은 빈볼이 퇴장 사유였다. 난투극 때문에 경기는 오후 2시53분부터 3시4분까지 11분 동안 중단됐다. 퇴장자는 4명에서 끝나지 않았고, 4회말 삼성 투수 김승현까지 쫓겨났다. 
퇴장당한 윤성환에 이어 등판한 김승현은 4회 2사 후 차일목에게 초구에 옆구리를 맞혔다. 그러자 구심을 맡은 박종철 심판위원이 즉각 퇴장을 명했다. 삼성 김한수 감독이 고의가 아니었음을 어필했으나 심판진의 결정은 아주 단호했다. 이미 두 차례 벤치 클리어링, 난투극으로 경기가 과열된 상황이라 강경하게 대처했다. 결국 퇴장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3루심을 맡은 박기택 심판팀장은 "(난투극 이후) 양 팀 벤치에 경고를 준 상태였다. 오해의 소지가 생기면 무조건 퇴장을 시키겠다고 알렸다. 고의성을 떠나 맞는 순간 퇴장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가 지저분하게 될 수 있었다. 고의성을 떠나서 사고 방지를 위한 퇴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승현은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 1루에 나간 차일목에게 모자를 벗어 고개 숙이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 코치들도 싸움, 제재 확대되나
이날 난투극의 특징은 코치들까지 적극적으로 몸 싸움에 가담한 것이다. 보통 코치들은 싸움을 말리는 위치이지만 삼성의 몇몇 코치들이 주먹을 쓰고, 발길질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화 코칭스태프도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난투극 직후 심판들에게 강하게 어필한 것도 "싸움을 한 코치들은 왜 퇴장시키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선수들만 퇴장으로 물러났고, 코치들은 덕아웃을 그대로 지켰다. 
이에 따라 퇴장자 외에도 추가 징계자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BO 관계자는 "비디오판독센터에서 영상을 재확인하고 있다. 현장에 있는 심판들은 경기 중 따로 화면을 볼 수 없다. 직접 육안으로 본 것에 한해 퇴장을 조치했다. 현장 상황이 혼잡했던 만큼 놓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영상을 세심하게 보고 있다. 이 부분을 상벌위원회에도 보고할 것이다"고 밝혔다. 
KBO 상벌위원회는 오는 23일 오전 10시 KBO 5층 회의실에서 열린다. 벤치클리어링 및 퇴장선수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해서 심의한다. 보기 드문 물리적 충돌과 폭력으로 만원관중 앞에서 볼썽 사나운 장면을 연출한 만큼 징계를 피할 수 없다. 벌금, 사회봉사활동은 물론 출장정지 제재 가능성이 농후하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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