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지노빌리, 그는 마지막까지 프로다웠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5.23 12: 29

마누 지노빌리(40·샌안토니오)는 마지막 경기까지 프로다웠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홈구장 AT&T 센터에서 벌어진 2016-17 NBA 플레이오프 서부컨퍼런스 결승 4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115-129로 패했다. 4연패를 당한 샌안토니오는 파이널 진출이 좌절됐다. 3년 연속 파이널에 오른 골든스테이트는 2년 만에 우승컵 탈환에 나선다. 
은퇴를 선언한 지노빌리에게 마지막 경기였다. 주전으로 출전한 지노빌리는 32분 동안 15점, 7어시스트, 3스틸의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1999년 2라운드 57위로 스퍼스에 지명돼 2002년 데뷔한 지노빌리는 그렇게 마지막 시즌을 마쳤다.

경기를 하루 앞둔 지노빌리는 “우승을 하든 못하든, 마지막 경기에서 20점을 넣든 무득점을 하든 내 결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 경기가 내 은퇴경기가 될 지 두고 보겠다. 아니길 바란다. 내 미래는 나중에 생각하겠다”며 은퇴를 예고했다.
샌안토니오는 1쿼터부터 19-31로 일방적으로 끌려갔다. 홈코트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지노빌리가 한 경기를 더 뛸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3쿼터 후반 62-80으로 점수가 벌어지자 포포비치 감독은 지노빌리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둘은 진한 포옹을 나누며 서로의 등을 두드려줬다. 백 마디 말보다 더 많은 의미를 함축한 행동이었다.
지노빌리는 4쿼터 이미 승패가 결정된 뒤에도 출전을 감행했다. 지노빌리가 드레이먼드 그린을 제치고 레이업슛을 넣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홈팬들에게 이미 승패는 큰 의미가 없었다. 지노빌리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4쿼터 막판 홈팬들은 "마누! 마누!"를 연호했다. 종료 2분 25초전 그가 코트에서 물러나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만감이 교차한 지노빌리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지노빌리는 “지금 기분은 아주 이상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이상한 기분”이라며 은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경기 후 케빈 듀런트는 "나도 마누같은 선수들을 보면서 자랐다. 마누를 존경한다"고 밝혔다. 지노빌리가 퇴장하면서 홈팬들이 엄청난 함성을 질렀다. 듀런트의 인터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정도였다. 
머리숱이 풍성했던 꽃미남은 이제 대머리 아재가 됐다. 그간 지노빌리는 NBA 우승 4회(2003, 2005, 2007, 2014), 올스타 2회 선발, NBA 서드팀 2회, 2008년 식스맨상,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등 수많은 업적을 쌓은 뒤 코트에서 물러났다. 지노빌리는 덕 노비츠키 등과 함께 NBA의 세계화에 큰 기여를 했다.  
2003년 스퍼스 전설 데이빗 로빈슨은 우승과 함께 은퇴하며 모든 영광을 팀 덩컨에게 물려줬다. 지난 시즌 덩컨은 소리 소문없이 은퇴해 팬들에게 아쉬움을 줬다. 지노빌리는 마지막 경기서 라이벌에게 스윕을 당했지만, 홈팬들과 인사를 나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그는 진정한 프로선수였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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