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에 8번 켜진 쌍용차 ‘투리스모’ 엔진경고등, “이대로 계속 타라고요?”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7.05.25 06: 40

 “차요? 또 공장 들어가 있어요.”
충북 제천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A씨는 재작년에 산 쌍용자동차 코란도 투리스모만 생각하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OSEN이 취재에 들어간 이 날도 차는 정비소에 가 있었다.
A씨는 ‘코란도 투리스모 2.2 9인승’을 2015년 11월에 출고했다. 다인승 차를 사는 이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A씨도 다둥이 아빠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5인 가족이 쾌적하게 이동하기 위해 투리스모 같은 다인승 차가 필요했다.

온 가족이 함께 장거리 여행도 떠나고 넉넉하게 캠핑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A씨의 단꿈은 그러나 판매점에서 투리스모를 넘겨받은 지 이틀만에 깨져버렸다. 주행 중에 엔진 경고등이 뜬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엔진 경고등이 뜨자 A씨는 정비를 의뢰했다. 제천은 작은 도시라 충주 서비스센터에서 전문가가 달려와 진단을 했다. “엔진에 연결 된 일부 센서가 헐겁게 끼워져 있다”는 설명을 듣었고 “제대로 끼웠으니 이제 문제가 없을 것이다”는 안내도 받았다.
그러나 충주 서비스센터 엔지니어가 한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일주일도 아니고, 바로 이튿날 또 엔진경고등이 켜졌다.
이 때부터 A씨는 쌍용자동차 충청 관리본부와 지긋지긋한 실랑이를 시작한다. A씨는 “차를 산 지 1년 6개월 만에 족히 여덟아홉 번은 정비를 받았다. 그런데도 차는 여전히 그 모양이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답답한 것은 쌍용자동차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는 기술자들이 전국에서 몰려와도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A씨는 “처음에는 센서가 헐거워서 그렇다고 했다가 다음에는 ECU 문제라고 하고, 이제는 배기가스 쪽이라고 한다.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진단을 했으면 제대로 된 처방을 해야 할 것 아닌가? 내 차는 오늘도 공장에 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다른 쪽도 아니고 엔진 경고등이 계속 켜지는 차를 어떻게 불안해서 탈수 있겠냐”며 엔진을 교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답은 “법적으로 불가하다”였다.
엔진을 교환받기 위해서는 중대결함 즉, 시동꺼짐이나 브레이크 오작동 같은 증상이 3차례 이상 동일하게 반복 돼야 하는데 A씨의 투리스모는 아직 엔진이 꺼진 적은 없다. A씨는 “중대결함 3회라는 규정도 어이가 없다. 경고등은 계속 들어오는데, 만약 주행 중에 엔진이 꺼지기라도 하면, 그래서 사고가 나기라도 하면 그 알량한 규정이 우리가족 안전을 책임져 줄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A씨가 시동꺼짐을 불안해 하는 이유는 엔진 경고등이 들어오기 전에 전조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엔진이 엄청 떨린다. 차가 무겁고 잘 나가지도 않는다. 그러면 영락없이 경고등이 켜진다”고 말했다.
엔진경고등은 요즘 들어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6, 7개월 간 경고등이 안 켜진 적도 있었지만 최근 경고등은 수리를 받은 지 한 달만에 다시 켜졌다.
자동차 동호회 같은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더니 비슷한 상황을 호소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수리를 받고 문제가 해결 됐다는 이들이 있었고, A씨의 경우는 내로라하는 쌍용차 엔지니어도 제대로 된 처방을 못 내리고 있다.
반복 되는 이상증상에도 해결책을 내지 못하자 쌍용차에서도 일종의 보상책을 내놓았다. 엔진오일 교환권 3매와 엔진무상수리 보증 기간을 5년에서 7년으로 연장시켜주는 조치였다.
A씨는 그러나 “이 보상책이 우리 가족의 불안감을 해소시키지는 못한다. 차를 바꿔달라는 게 아니다. 엔진만 바꿔주면 되는 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말했다. /100c@osen.co.kr
[사진] 쌍용자동차 투리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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