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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톡톡] 홍상수의 남자, 왜 이렇게 '찌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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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홍상수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찌질남’의 전형을 보여준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던 일이다. 평범하지 않은 관계에서 오는 불꽃 같은 사랑, 그리고 그들의 독특한 연애 방식과 얽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겪는 감정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술과 담배는 빠지지 않는다.

홍 감독의 영화는 남자의 동물적 본능과 사회, 제도 속에서의 짝짓기 사이에서 겪는 충돌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에서도 인정받은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으로서, 마치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 관객들의 공감을 높인다. 그렇다고 현실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묘하게 공감된다.

홍 감독의 작품 속 남자 캐릭터들이 표현하는 감정은 너무도 다양하고, 사실적이고 때론 독창적이어서 어떻게 보면 영화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는 홍 감독이 시나리오 및 연출 작업에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페르소나 김민희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게 너무 좋다”며 “작업하는 방식이 저를 항상 자극하기 때문에 항상 새롭고 즐겁다. 가능하다면 계속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수십 번 극찬한 바 있다.

하지만 영화 속 남녀가 맺는 관계가 좀처럼 가닥이 잡히진 않는다. 어떤 지점에서 감정의 변화가 생겨 이르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혹시 홍상수 감독은 이 같은 모호함과 어리석은 모습이 요즘 남자들의 심리적 상황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했던 걸까. 가령 여자가 자신에게 100% 관심이 있는 것을 확인해야 호감을 표현하는 남자들 말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함춘수,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구경남, ‘하하하’ 조문경, ‘옥희의 영화’ 젊은 남자, ‘우리 선희’ 문수 등 모두 홍상수 감독의 전형적인 남자 캐릭터의 전형인데 하하 호호 거리며 싱겁게 웃으며 어리바리하지만 나름 귀여운 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별 일 아닌 일에 갑자기 버럭 화를 내고 잘못을 빌며 구걸하기를 반복하는 찌질한 모습은 단순히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아니다. 배우를 철저하게 감정의 체험자로 유도해내 뛰어난 연기를 이끌어낸 연출력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감독의 독특한 작업 특성상 캐릭터 이전에 배우에게서 발견되는 특유의 성질일 수도 있겠다. 어찌됐든 신선하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이제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다. 그의 영화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사랑은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사랑만이 힘든 세상을 헤쳐나가는 유일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purplish@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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