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농구대표팀 국제경기는 중계방송이 없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일본 나가노에서 개최되는 동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하고 있다. 5일 A조 예선 둘째 날 경기서 한국은 마카오를 109-58로 제압했다. 전날 일본에 72-78로 패한 한국은 1승 1패 A조 2위로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6일 B조 1위 중국(2승)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19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중국은 대만의 1진을 96-63으로 대파하며 파란을 연출했다. 나이가 어리다고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다.
경기를 앞두고 농구팬들은 익숙한 듯 인터넷 중계방송 사이트를 뒤졌다. 농구대표팀 경기를 중계해주는 국내방송사가 없기 때문. 지난 일본전의 경우 일본방송사가 중계하는 것을 해외인터넷사이트에서 2차 중계를 해줘 겨우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관심도가 떨어지는 한국 대 마카오전 경기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관계자는 “중계를 위해 주최 측과 조율을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국내 방송사들이 시청률이 떨어지는 FIBA 농구중계권 구매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들도 국내서 경기를 볼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국 대 마카오전은 일본인들에게 관심이 떨어져 제작 자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다시보기도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농구팬들은 ‘명색이 국가대표팀 경기인데 이럴 수 있냐?’ '가까운 일본에서 경기를 하는데도 못 보냐?'며 탄식을 하지만 상황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작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6월 대표팀 전임감독으로 부임한 허재 감독은 7월 대만 존스컵에 출전했다. 허재호의 첫 국제대회였다. 국내에서 볼 방법이 없어 농구팬들은 대만 인터넷 방송을 뒤져 겨우 시청했다.
지난해 9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2016 FIBA 아시아챌린지는 더 심했다. 국내방송사가 FIBA 중계권이 없었다. 설상가상 인터넷 유료결제 ‘FIBA TV’도 한국경기를 외면했다. 네티즌수사대는 ‘이란의 지역방송’ 인터넷 중계까지 용케 찾아서 시청하는 열의를 보였다. 아랍어 자막이 깔리는 경기를 보면서 중계방송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했다.
최정예를 구성해 나간 한국은 이란의 1.5진에게 두 번 모두 굴욕의 대참패를 당했다. 한국은 2차 조별리그 F조 이란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47-85, 38점차 대패를 당했다. 한국은 결승에서 이란을 다시 만났지만 다시 한 번 47-77로 처참하게 졌다.
이 경기들이 국내에 중계되지 않으면서 ‘테헤란 대참사’는 아시아챌린지 ‘준우승’이란 타이틀로 둔갑했다. 허재 감독도 지도자로서 역량에 대한 검증을 피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테헤란에서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른 남자축구대표팀도 0-1로 패하며 졸전을 펼치고 왔다. 국내서 생중계방송을 통해 경기를 모두 지켜본 축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결국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론이 강하게 고개를 들었다. 대표팀 기술위원회 역시 슈틸리케의 경질을 심각하게 고민한 뒤 재신임을 결정했다. 대중의 관심이 적은 농구와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FIBA 중계권 확보가 안 되는 상황이 계속 된다면 오는 8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개최되는 2017 FIBA 아시아컵도 중계방송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답답한 농구팬들은 이제 레바논 원정단관이라도 떠나야 하는 것일까. / jasonseo34@osen.co.kr
